미스터리 게시판
  • No. 554   1,249 hit   2017-09-30 12:42:01
[스승시리즈] 칼
  • User No : 168
  • 훈훈한 소식 전달자
    Lv34 Type90

[스승]

-칼

 

스승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2학년 봄 마지막이었다.

나는 스승의 아파트의 문을 두드렸다. 오컬트의 스승이다.

기다렸지만 응답이 없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방.

평상시라면 주저해버리지만 바로 조금 전 이 방을 나왔던 직후다.

 

가차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 한가운데서 스승은 자고 있었다.

그 날 아침은 아니었는데 낮 중에 갑자기 기온이 올라 어제 비가 내렸는데도 맹렬히 찌는 듯 더웠다.

그 방은 점잖게 말해도 좋은 방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이런 온도차이의 영향은 그대로 받는다.

스승은 다다미 위 엎드린 채 녹초가 되어 방석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그쪽에 가서 말을 걸었다.

 

"......"

 

뭔가 응답이 있었지만 우물우물해서 알아들을 수 없다.

 

"스승."

 

한 번 더 말하면서 어깨를 두드린다.

간신히 방석으로부터 얼굴이 슬쩍 떠오른다. 굉장히 나른한 것 같다.

또 뭔가 말했다.

귀를 댄다.

 

"귀신을 보는 것 이외에 하고 싶지 않아."

 

뭐?

 

"잠깐."

 

나는 또 방석에 얼굴을 대는 스승의 몸을 흔든다.

 

"이거에요. 이거."

 

그렇게 해서 왼손에 쥔 봉투를 부스럭부스럭 머리 위에서 털어보인다.

 

"잠깐만. 이것 좀 봐주세요."

 

스승은 작게 맺혀있던 땀을 닦으며 얼굴을 이쪽으로 향해서

자는 것 같은 몹시 의심스러운 눈초치로 툭 중얼거린다.

 

"귀신 이외에 보고 싶지 않아."

 

음. 그러니까.

그런 선언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돈 주세요. 대신 낸 돈.

원래 조금 전 바로 부탁한 건 그쪽이잖아요.

나는 질려서 봉투로부터 인감을 꺼내 또다시 얼굴을 방석에 비비는 스승의 앞에서 털어보였지만

반응이 없기 때문에 목덜미에 꽉 눌러주었다.

일났다.

붉은 것이 붙었다. 가게에 시험삼아 눌렀을 때 잉크가 남아있던 것 같다.

스승은 간신히 그 감촉에 모든 걸 생각해냈는지 깊이 한숨을 돌려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래. 부탁했었지. 얼마였더라."

 

주문했던 인감이 생겼으니 찾으러오라고 부탁이라기보다는 반쯤 명령이었다.

 

"비쌌어요."

 

내가 말한 가격에 코를 훌쩍이며 원망스러운 듯이 지갑을 찾는다. 

이윽고 뒷끝이 안좋은 얼굴이 되었다. 

 

"또 돈부족입니까?"

 

기분 탓인지 야위어 보인다.

 

"아니, 돈이 들어오는 곳은 있어. 오늘도....오늘?"

 

지갑을 찾는 손을 멈추고 내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에 달려든다.

상대가 받는다.

 

"죄송합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입만 열면 그 말이 먼저 나온다.

나는 대신 내준 인감비가 돌아올 건지 불안해졌다.

당분간 대화 후 스승은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머리를 긁으면서.

 

"사무소 가는 걸 잊었다."

 

사무소는 아르바이트 장소인 흥신소다. 이름은 오가와 조사 사무소라고 한다.

스승은 때때로 거기서 의뢰를 받는다. 대부분은 다른 흥신소를 차례로 돌아온 끝에 오는 기묘한 의뢰뿐이다.

그렇게 기묘한 의뢰가 이번은 지명으로 온 것 같다.

소문을 들은 것 같다.

요즘 그런 지명으로 의뢰가 많이 온다고 느낀다. 

그 나름대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건가.

 

나는 그 일을 돕고 있다. 눈동냥이지만 생각보다 재미있기 때문에 

스승으로부터 소식이 들리기만을 기대하게 되었다.

 

"만나고자 했던 의뢰인, 돌아가버렸던 것 같지만 소장이 이야기를 해준다니 지금부터 사무소에 간다."

 

물론 따라갈 거다.

인간비도 걸려있으니까.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소장 오가와 씨는 스승을 꾸짖었다. 

물론 약속을 내팽겨 친 것에 대해서다.

이런 작은 흥신소에서는 의뢰의 한 건 한 건이 중요한 상담이니까 

비록 어떤 이상한 의뢰라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의뢰인 앞에서는. 항상 그런 배려를 해주었으면 한다.....등등.

오가와 씨는 종잡을 수 없는 것 같지만 잡을 때는 확실히 잡고 있다.

스승은 풀이 죽어서 듣고 있었지만 적당한 곳에서 설교도 끝맺고 이야기는 의뢰 내용으로 옮겨졌다. 

 

"그건 그렇지만 이 사건은 어떨까.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군."

 

오가와 씨는 낙심한 상태로 손을 펼쳐 보였다.

의뢰인의 이름은 쿠라모치라고 한다. 남성으로 70대의 노인이다. 

도검 수집이 취미라고 한다. 의뢰는 그 도검에 대한 것이었다.

 

"돈 꽤나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이름이네."

 

스승이 툭 내뱉었다.

 

쿠라모치 씨는 요전 날 어느 일본도에 관한 스터디 그룹에 참가했다. 

스터디 그룹이라고 해도 도검 연구가라는 직함을 가진 선생님의 강의 후 

각자 들고온 자랑거리를 보이면서 모두 이런 것도 아니고 저런 것도 아닌 

두서없는 잡담을 하며 보내는 모임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자주 이런 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동년배의 남성이 있어 

평소와 다르게 밉살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가 

소중한듯이 칼을 꺼내 말을 시작했다.

 

물건은 신신도(新々刀). 아이즈(会津)의 명공, 미요시 나가미치(三善  長道). 

케이오(慶応) 무렵이므로 아마도 8대째.

인장(刃長)은 2척7촌5분(약 75cm). 에도막부 말기의 장도로 매우 좋아보이는 외양.

코이타메의 지표로 하몬(刃紋)은 니오이데키(匂いでき)의 큰 구노메미다레(互の目乱れ)다. 

약간 갈아졌긴 하지만 본디 세겹으로 겹쳐서 휘두르는 데 박력감이 있다.

라고 정말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신신도: 신도(新刀 ) 중에서도 메이와(明和) 시대[1764-1772] 이후의 일본도를 가리킨다.)

 

(신도: 게이쵸(慶長) 이후의 칼을 가리킨다.)

 

(하몬: 열처리에 의해 칼날에 나타나는 모양 참고:http://blog.naver.com/townend/60045046168)

 

(니오이데키: 하문은 니에데키(沸でき)와 니오이데키(匂いでき)로 구분되는데 

니에데키는 하문 부분의 지표의 입자가 비교적 거칠고 육안으로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며

니오이데키는 하문 부분의 조직 외관의 입자가 니에데키보다 섬세한 것을 말한다.)

 

(구노메미다레: 하문의 형태 중 하나로 규칙적으로 파도치는 문양을 구노메라고 칭하고

이 문양이 여러가지로 흐트러져 변화하는 걸 구노메미다레라고 한다.)

 

 

미요시 나가미치라고 하면 초대는 아이즈 코테츠라고 칭해지는 최상으로 잘 만들어진 칼의 명공.

태생이 좋은 것은 쉽사리 손을 대기 어려운 가격이 붙는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고 대가 내려가면서 '그렇게까지'는 아니게 된다.

도신 같은 걸 만드는 걸 뭉뚱그려 보면 좋아보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까지 자랑하고 싶어지는 물건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전에 과시하던 카와치노카미 쿠니스케(河内守  国助)가 좀 더 좋은 걸로 보인다. 

 

(카와치노카미 쿠니스케: 에도시대 셋츠국(摂津国)의 도공이었다고 하는 사람. 

지금은 그 사람이 만든 칼을 이 사람의 이름으로 지칭하여 부르고 있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나가미치를 가져온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 박력, 야취(野趣), 정말로 외양에서만 오는 걸까."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두 주목한다.

그러자 남자는 이 칼의 출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요약하자면 이 미요시 나가마치는 에도막부 말기에 

오오즈반(大洲藩)에 사는 장로의 집안에 있었는데

그 당시 충성을 다하고 있었던 번풍(藩風) 중 하나인 그 장로의 가족 중에서

조슈(長州)가 일으킨 금문의 변(禁門の変)에 호응해 사병으로 군사를 일으키려는 사람이 있었다.

8월 17일 정변 후에 아슬아슬한 정치정세가 용납되지 않는 우거였기 때문에 

장로는 이것을 강하게 말렸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은밀하게 베어버려 집안의 평안을 꾀했다고 한다. 

그 가족의 젊은 번사를 벤 칼이 여기있는 미요시 나가미치다, 라고 들은 

스터디 그룹은 호오, 하고 감탄했다.

 

칼은 사람을 베기 위한 것이지만 사람을 벤 칼이라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감정서에는 그런 것은 나오지 않는다.

미요시 나가미치를 가져온 남자는 이것을 소중히 가지고 있던 신가로부터 양도받았다고 한다.

신가의 혈통은 그 장로로 통하고 있어서 가보의 칼과 함께 집안의 비밀로서 그 일화가 전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걸 들은 도검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각자 눈앞의 미요시 나가미치를 칭찬했다.

'그러고 보니 과연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무서움이 느껴진다'라든가

'칼끝으로부터 어렴풋이 요기 같은 것이 감돈다' 든가 말해 만져보고 있었다. 

 

도검 연구가인 선생조차도 '젊은 혈기의 의지가 끊어진 것에 대해 원한이 깃들어지는 것 같다'고 

감개무량하게 말하기 시작해 쿠라모치 씨는 내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록은 진짜라도 그 일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다, 라고 생각했지만 말하는 게 망설여졌다.

이 장소에서 그걸 물어보는 것은 그야말로 나쁜 놈이 되어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연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에 

소장한 일본도를 모두 내와서 늘어놓아 보면 이런 칼들 중에서도 사람을 벤 적이 있는 칼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솟아 올라와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런 거야."

 

쿠라모치 씨는 '요괴 전문'인 스승의 소문을 우연히 들어서 감정을 의뢰했던 것이라고 한다.

감정!

나는 무심코 뿜어버릴 것 같았다.

으응, 이것에는 무례한 상인이 빙의되어있습니다, 같은 걸 하는 걸까.

제삼자 입장에서 보아도 어쩐지 수상한 점이 굉장히 많다.

 

"칼은 그다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곤란한 걸."

 

스승은 곤혹한 모습으로 한숨을 쉰다. 

 

"나도 마찬가지야. 칼이라는 녀석은."

 

오가와 씨는 농담할 작정으로 말한건지 판단하기 어려운 말을 하고 손바닥을 펼쳤다.

 

(역자: 원작은 カタナシ라고 해서 칼(カタナ)이라는 말과 꼴불견(カタナシ)이라는 말이 비슷한 걸 

이용한 언어유희)

 

"다만 실제로 뭔가 이상한 기색이 나거나 소리가 나거나 심령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자기 생각 뿐이겠지."

 

"글쎄다. 어쨌든 그래서 한 번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싶은가 봐."

 

전문가 아니지만, 라고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스승은 흥미가 솟은 것 같은 눈초리를 했다.

 

"벌써 받아들인거야?"

 

"나중에 연락하는 걸로 해놨어."

 

스승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고개를 갸웃했다.

 

"...미요시 나가미치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나는 무심코 말참견했다.

 

"곤도 이사미의 애도에요. 신센구미의. 이케다야 사건의 공에 대해서 쿄토 수호직의 마쓰다이라 가타모리로부터 받은 물건이죠. 곤도 이사미라고 하면 코테츠가 유명하지만 그쪽은 가몀이라고 들었습니다."

 

스승은 이야, 뭐야, 라는 얼굴을 했다.

 

"자세한데."

 

오가와 씨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친가에 가득 있으니까요. 칼이라든지 호신용 단도라든지. 문전의 아이 정도지만."

 

(역자: 원래는 문전의 아이, 배우지 않는 경을 외운다, 라는 문장이고 

이때의 뜻은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그저 귀동냥으로 배웠다는 의미로 쓰임)

 

그렇게 말하는 나의 어깨에 스승은 거칠게 손을 얹었다.

 

"좋아, 받자. 그 의뢰."

 

네에?,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혹시 실패하면 내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생겼다.

 

"맡아준다면 빨리 해주는 게 좋아. 집까지 가줘."

 

"그럼 오늘도?"

 

"2, 3일은 거의 집에 있는 것 같으니까."

 

스승은 그다지 생각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

 

"오늘, 지금부터 간다고 전화해줘."

 

"알겠어."

 

영세 흥신소의 단 한사람의 사원인 소장은 지각한 아르바이트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시원스럽게 허가했다.

 

"한가하지?"

 

스승은 다른 대답은 안 듣겠다는듯이 웃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다. 나도 흥미가 있으니까 오히려 바라던 바지만.

그 후 오가와 씨는 쿠라모치 씨에게 전화를 해 지금부터 조수 한 사람 데리고 간다고 전했다.

그리고 주택지도를 확인하더니 상대방에게 건네주는 계약서 등에 대해서 

스승과 간단히 협의를 한 다음에 진정하지 못한 모습으로 묘하게 말을 더듬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고 있으니 '아' 하고 조금 시선을 위로 올리고 나서 '뭐, 그러니까' 라고 말했다.

 

"아까 전에는 조금 지나쳤어. 미안해. 언제나 이상한 의뢰를 돌려 정말 미안."

 

오가와 씨는 스승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풉, 하고 스승의 얼굴이 누그러진다.

 

"아니, 내팽겨 친 것은 변명할 수 없지. 조심할게."

 

"그래." 라고 말하고 나서 오가와 씨는 넥타이를 고쳐맸다.

 

"뭐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낮부터 하는 것은 조금 삼가해."

 

응? 이라는 얼굴을 했다. 나와 스승이.

오가와 씨는 자신의 목덜미를 두드려보았다. 무심코 두 사람 모두 그 목 근처를 응시한다. 

가는 목이었다.

헉 하고 눈치채 스승은 자신의 목덜미를 만지고 그 손가락 끝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연한 붉은 색이 묻어 있다. 목덜미에도 문질러진 희미하게 둥근 붉은 흔적이 있다.

아, 그거 인감.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 바보가' 라는 노성과 함께 스승의 다리가 명치로 날아왔다.

 

아프다.

오른팔을 문지르면서 사무소 계단을 내려가고 있으니 

스승은 뭔가를 생각해냈는지 '잠깐 밖에서 기다려' 라며 혼자서 되돌아갔다.

사무소 아래에 있는 찻집 앞에 아는 웨이트레스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기쁜 얼굴로 스승이 나온다.

 

"뭔가 먹으러 가자."

 

그렇게 말하며 천엔권 몇 장을 펄럭거렸다.

아무래도 조사비를 선불로 받은 것 같다. 그러나 집에 가서 칼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사비를 주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뭐 준 이상 서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간다고 전화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라고 충고하니 

스승은 원망스러운 얼굴로 '그럼 빨리 정리하고 가자' 라며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복사한 지도를 보면서 자전거에 두 명이 타서 목적지로 향했다.

찌는 듯이 더워서 몇 번이나 땀을 닦으면서 페달을 밟은 것이 20분 정도.

낡은 집이 늘어선 주택가에 쿠라모치 씨의 집을 발견했다.

'헤에' 라고 말하면서 스승이 뒤에서 다리를 내린다.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전통 가옥이었다. 다실문으로부터 들여다 보이는 뜰이 꽤 넓다.

문 옆에 달려 있는 인터폰으로 왔다고 전하니 쿠라모치 본인이 '어서 들어오십시오'라고 대답했다.

 

뜰이라기보다 정원이라고 말해야할 경치를 보면서 

돌계단을 위를 걸어가 현관에 간신히 도착하자 미닫이 문이 열려 기모노 모습의 노인이 마중나왔다.

 

"쿠라모치입니다."

 

비쩍 마른 몸에 긴장한 얼굴이었다. 70대라고 들었지만 정정한 모습이 더 젊어보였다.

 

"사양하지 마시고 올라와주십시오."

 

평가하듯이 스승을 응시하면서 오른손을 펼친다.

나는 긴장했지만 스승은 태연하게 구두를 벗어 쿠라모치 씨를 뒤따라갔다.

시원스러운 소리를 내는 판자의 복도를 지나가 우리는 뜰에 맞닿아있는 넓은방에 들어갔다.

'지금 차를 내오겠습니다' 라고 쿠라모치 씨가 사라져 이윽고 돌아왔을 때는 

오봉 위에 고급 화과자도 같이 올라와 있었다.

주인과 손님이 각각 고쳐 앉아 한 번 더 통성명했다.

나도 흠칫흠칫 명함을 내밀었다. 

 

"사카모토 씨."

 

아직 그 울림에는 익숙하지 않다. 가명을 사용하는 것은 소장에게 억지로 받았기 때문이지만

언젠나 이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을까 불안하게 된다.

나의 장래에 대한 배려 같지만 그런 의뢰에 휘말릴 가능성을 무서워한다면 

애초에 이런 스승같은 사람 곁에 있지 않는다.

 

"저는 조수라고 해야할까 단순히 시중드는 사람입니다."

 

어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스승이 '좀 당당하게 있어라' 라는 눈으로 노려보면서 내 다리를 찔렀다.

 

"갑작스럽지만 의뢰한 물건을 보여주세요."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고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예, 지금 바로."

 

쿠라모치 씨는 양손을 비비며 일어섰다.

두 명만 남은 방에서 나는 스승에게 소리를 낮추어 말을 걸었다.

 

"뭔가 느껴집니까?"

 

조용한 가옥은 밖에 찌는 듯한 더위가 약해지는 것 같은 공간에서 조금씩 땀이 식는 것이 기분 좋았다.

스승은 다다미로부터 벽, 그리고 천장의 네 귀퉁이를 목을 움직여 돌아본 다음 '아무것도' 라고 말했다.

 

나도 동감이었다. 심령현상의 기척 같은 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쿠라모치 씨 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은 자신이 소유한 수집물 속에 사람을 벤 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소망이 

얼마나 강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앞선 스터디 그룹에서 돈의 문제를 넘은 그 부가가치의 존재를 인식해버렸던 것이 

그의 정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칼을 봐도 스승이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으면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고 고하고 

끝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쿠라모치 씨의 엄숙한 표정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 당사자가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다. 예상한 것과 달리 그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우리의 시선에 반응해 가볍게 미소를 띄운다.

 

"감정해 주실 물건은 별실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전에, 라고 쿠라모치 씨는 여운을 두듯이 한 박자 쉬었다.

 

"평판을 듣고 상담을 청했지만 이러한 일은 저도 처음이고 텔레비전 등으로 영능력자들을 본 일이 있습니다만 꽤 사람들마다 방식도 다르고 말씀하시는 것도 다르기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려야할까요, 저는 그런 분들을 만날 기회도 없고 도대체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어서"

 

스승은 얼굴을 흐렸다.

돌려서 장황하게 말했지만 요컨대 증거를 보이라는 말이었다. 

사람을 벤 칼인지 어떤지 사람의 지혜를 넘은 힘으로 감정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그것이 아무 능력도 없는 인간이 적당히 말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건가.

자기 쪽에서 부탁했으면서 너무한 처사다.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고 있으니 스승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사망자의 영혼과 교감할 수 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사람을 베어 죽인 칼이 있으면 거기에 달라붙은 사망자의 영혼을 볼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당신의 등에 지금도 달라붙은 사모님처럼."

 

분위기가 바뀌었다. 쿠라모치 씨의 얼굴이 긴장된다.

 

"어째서 아내를 잃었다는 걸?"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사모님은 저에게 여러가지 것을 가르쳐 줍니다. 당신은 선대부터 계속 식료품 도매업으로 훌륭한 집을 지었다. 지금은 아들에게 회사를 양보해서 유유자적 살고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근처에 늘어선 것이 그 아들 부부의 집이군요."

 

콜드 리딩이다!

나는 흥분했다.

아마 부인의 영혼이 보인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조금 전 이 집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은 스승은 실제로 본 것이나 상대방과의 대화로부터 정보를 꺼내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사기 영능력자와 같은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신용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나는 존경하면서도 기가 막힌 생각이 섞인 기분으로 

그 스승이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쿠라모치 씨가 몸에 지니고 있는 것과 

방의 배치, 가구 등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화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쿠라모치 씨 자신이 차를 가져오는 걸로 지금 현재 독신인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연히 부인이 외출 중이거나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케이스도 생각할 수 있다.

나에게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스승은 여기까지 추리할 수 있었는가.

 

"아들 부부는 확실히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만 지금도 아들이 하고 있는 식료품 사의 옥호는 제 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넓으면서도 좁은 마을입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게 아닙니까?"

 

쿠라모치 씨는 떨리는 목소리면서도 최대한 발뺌하고 있다.

 

"아니요. 유감이지만. 그리고 사모님은 당신의 병을 걱정하고 있네요. ....심장이 아닙니까? 쓰러진 적도 있는 것 같은데."

 

"큭."

 

쿠라모치 씨는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소리를 흘렸다.

 

 

"이 이상의 내용은 이번 의뢰의 내용과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다음 번에 부탁드립니다만 믿든지 믿지 않든지는 그쪽 나름입니다."

 

스승은 후우 하고 힘을 빼면서 계속 말했다.

 

"사모님은 매우 아름다우신 분이네요. 미사코 씨라고 합니까."

 

긴장된 분위기가 깨져서 쿠라모치 씨는 '실례'라고 말하며 가슴팍ㅇ르 누른 채 방을 나갔다.

나도 놀랐다. 기분 나쁜 것을 보는 눈으로 스승을 보았다.

 

"어째서 아는 겁니까?"

 

조심조심 물어보니 스승은 시치미를 떼며 단언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럴 리가 없다. 의뢰인의 이름도 오늘 바로 들었다.

그것도 스승 자신은 약속을 내팽겨 친 탓으로 만나기 직전까지 그 쿠라모치 씨와 대화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가 모르는 스승의 영능력인 걸까. 

한기를 맛보고 있을 때 코웃음 섞인 말이 들렸다.

 

"이봐. 이런 영능력을 기대하고 있는 의뢰인과 만날 때는 만나기 전부터 정보수집하는 것이 기본이야."

 

만나기 전부터? 말도 안 된다. 스승은 나와 쭉 같이 있었지 않았는가. 

나는 그런 정보를 듣지 못했다.

옆에서 시험하는 것 같은 눈으로 보고 있으니 헉, 하고 깨달았다.

그랬다. 사무소로 나올 때 스승만 되돌아 갔다. 그때다.

돈을 얻으러 갔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만약 그 소장과의 교섭이 일순간 끝났다면 

내가 아래에서 웨이트리스와 서서 이야기를 나눌만큼의 공백 시간이 생기게 된다. 

 

"이번 의뢰는 내 소문을 듣고 지명했어. 스스로 말하기도 뭣하지만 나 같은 건 전혀 유명하지도 않고 그런 소문을 내는 것은 전에 의뢰를 받은 사람들 뿐이야. 그 중에 일본도 취미의 70넘은 할아버지와 교우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수가 한정되어 있지. 그렇다기 보다는 대체로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 건 그 할머니뿐이겠지만."

 

스승은 구체적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댔다. 이전에 심령현상이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쓸데없이 마음에 들어해서 감사와 친절로 여러가지 장소에서 부탁도 하지 않는데 선전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사무소로부터 전화해 그 할머니로부터 아는 건 전부 들었어."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콜드 리딩이 아니었다.

똑같이 사기꾼 영능력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로 

좀 더 직접적인 또는 노골적인 비법.

핫 리딩이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망자의 영혼과 교신을 한 것처럼 연기한 것인가.

굉장하다고 생각한 것과 동시에 어쩐지 수법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이 사람, 그 방면으로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례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또 쿠라모치 씨가 돌아왔다. 

약이라도 마셨는지 다소 얼굴이 창백했지만 침착한 모습이었다. 

 

"대단히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기분 나빠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보다 아득하게 연장자인 노인이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니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벌벌 떨고 있을 수도 없다.

가능한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래서 칼을 봐도 괜찮겠습니까?"

 

"네, 네. 이쪽입니다."

 

안내를 받아 방을 나오고 복도를 빠져나와 다른 방에 들어갔다.

조금 전과 같은 구조의 다다미 방이었지만 3, 4첩 정도는 거뜬히 넓다.

그리고 실내에는 도괘대(刀掛台)가 몇 개나 늘어놓아서 모두 어느 일본도가 장식되어 있었다.

세어보면 크고 작은게 10개. 

 

"곧 돌아오겠습니다."

 

쿠라모치 씨는 뭔가 알아차린 것 같은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남겨진 우리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도검이 나란히 서있는 모양을 바라본다.

 

"야, 저거 잘못되어 있어."

 

스승이 이상한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므로 뭘까 생각했지만 그 앞에 흑단의 괘 받침대에 

장식된 한 자루가 있다.

 

등이 뒤집혀 있어서 배에 해당하는 부분이 밑으로 가있었다. 

다른 6개는 모두 반대로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1개만 놓는 방법이 차이가 나므로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저건 타치(태도)입니다."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뭐?"

 

"칼입니다. 타도보다 낡은 형태의 무기입니다. 말을 타서 싸우는 걸 전제로 만들어진 것으로 칼날을 아래로 내린 상태로 허리에 매달아 사용합니다. '하쿠(佩く)'라고 들어본 적 없나요? 이른바 칼이라는 것은 칼날을 위로 해서 허리에 찹니다. 그러니까 받침대에 걸때도 거기에 대응시키고 있습니다."

 

"어째서 칼은 칼날이 위에 가?"

 

"싸울 때뿐만 아니라 무사가 평상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가지고 다니는 데 어째서 칼날이 위에 가?"

 

"아래로 향하면 칼의 무게 때문에 칼날이 칼집 안쪽을 눌러서 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헤에. 그런 얼굴을 하고 스승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적당히 말했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조금 몸을 숙였다.

당연히 그것들은 심을 뽑은 상태, 즉 알몸으로 정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이라는 말의 이미지가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켰지만 

확실히 잘 생각해보면 영능력으로 감정하니까 안쪽에 숨어있는 칼을 굳이 꺼내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관을 주어 감정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결과만 될 뿐이다.

 

이 의뢰인은 꽤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스승이 그 칼에 가까이 가려고 했을 때 쿠라모치 씨가 돌아왔다. 손에 천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찌는 듯이 더운 날이라 손도 땀이 배여 있었다.

그 말은 칼집으로부터 빼게 해주는 것 같다.

천을 받아 땀을 닫는다. 스승도 그걸 따라한다.

'뽑아도?' 라는 시선으로 보니 노인은 무언으로 긍정한다.

난 왼쪽에 검게 칠해서 놓여진 인상적인 칼 한 자루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칼집을 든 왼손을 허리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칼집 안에서 곧게 뽑았다.

 

칼의 도신을 보고 곧바로 흰색 선 같은 게 있는 걸 알아차렸다. 

미즈카게(水影)다, 라고 생각했다.

두 번 담금질 했을 때 나오는 선이다. 두 번 담금질하는 것은 재인(再刃)이라고 불려

그 칼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가치를 크게 해치는 것이다.

실망했지만 자세히 보니 재인 특유의 탁함도 없고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즈카게가 그대로 비치는 걸 보면 이건 반대로 이것대로 취향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모양으로 보니 호리가와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의외로 이것은 값이 비싸다. 

들고 있는 손이 조금 떨렸다. 

 

그 옆에서 스승이 다른 칼을 손에 들고 같은 칼집으로부터 뽑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서투른 손놀림으로 게다가 가슴 앞으로 칼을 옆으로 눕힌 채 좌우에 힘을 주어 뽑아내려 하고 있었다.

나는 모심코 고개를 저어 주의를 주었다.

자신의 왼손의 칼집을 한 번 더 허리에 대고 조금 전 나와 같이 뽑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칼의 도신을 뽑고 있을 때는 말하지 않는 것이 매너라는 걸 분위기로 알아준 것 같다.

스승이 무언인 채 눈동냥으로 허리에서부터 봅아냈다.

침이 붙으면 녹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도검을 감상할 때는 대화를 조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 때문에 휴지를 입에 무는 습관마저 있는 것이다.

 

칼날을 위로 해서 뽑는 것도 칼집의 안쪽을 상처입히지 않기 위함이다. 

옆으로 눕혀서 좌우로 뽑으면 칼날은 칼집을 꽉 누르는 형태가 되어 

칼집도 손상시키고 칼날도 '히케'라고 하는 상처가 나는 일이 있다.

이렇게까지 아마추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근두근하면서 스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그 손에 들린 칼의 도신에 무심코 눈이 갔다. 

너무나 매끄러운 표면, 그리고 인문. 

 

현대 칼이다. 

목제 옻나무 받침대도 크고작은 거 두 개가 갖추어져 있다. 

남겨진 호신용 단도도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져 있고 

게다가 칼날에는 본 기억이 있는 가문이 다루어져 있었다.

조금 전 방에 있던 단상의 가문과 같다. 쿠라모치 가의 가문일 것이다.

그 말은 주문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위험한데.

 

스승은 이후에 어떻게 할 생각일까.

혹시 어떤 영감도 느껴지지 않을 경우, 정직하게 그걸 의뢰인에게 고할까.

의뢰인은 자신의 수집품 안에 사람을 벤 칼이 있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그런 결론에 간단히 납득할까.

싸지 않은 요금을 흥신소에 지불해 그 대가로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찾아낸다.

그게 정말 쿠라모치 씨의 목적인데 반대로 그런 칼은 없다고 하는 보증을 얻게 되면 그건 심한 보복이다.

만약 쿠라모치 씨가 그런 일을 상정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단락적인 인물이었다면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차라리 스승은 영시 비슷한 핫 리딩으로 보일 것 같은 프로 의식이라고 해야하나

결론을 지을 생각을 해 '어차피 알 리가 없기 때문에' 라고 거짓말을 말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칼은 일찍이 사람의 피를 머금고 있습니다' 라고.

그 발언이 만약 지금 가지고 그 현대 칼에 대해서 말해버리면 실로 위험하게 된다.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승은 그걸 모른다. 그 칼이 최근 만든 것이라는 걸.

적어도 가문을 알아차려 주기를 빌면서 스승을 곁눈질로 보고 있으니 

고개를 저으면서 어렵다는 얼굴을 했다.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손바닥 안의 칼을 대충 감상한 후 칼집에 넣었다. 스승도 그걸 따라한다.

 

"이것들은 모두 자신이?"

 

스승의 물음에 쿠라모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젊은 무렵부터 도락으로 스스로 사모은 것입니다."

 

기대하는 것 같은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각각 모든 도검을 뽑았다. 물론 한 자루만 있는 칼도.

모두 비싸보이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신도, 신신도, 현대 칼 등

모두 시내나 종류가 달라 그다지 수집물을 모으는 데 조건은 느껴지지 않는다.

기록을 보고 싶었지만 우선 여기는 스승에게 맡기기로 했다.

 

"살펴보았습니다."

 

방석 위에 앉은 자세를 바로해서 의뢰인에게 정면으로 향한다.

 

"없습니다."

 

단호한 어조에 쿠라모치의 얼굴이 굳어진다.

 

"없다고."

 

"네."

 

유리창 너머로 뜰의 흰모래가 반짝거려 스승의 옆 얼굴을 비추고 있다.

등을 펴고 앞을 향하는 그 앞머리를 조금 연 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흔든다.

 

"적어도 사람을 베어 죽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살해당한 인간의 원한이나 정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이전에 사람을 찌른 부엌칼을 본 적 있습니다만 몇 년이 지나도 거기에 남은 원한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칼의 그것은 훨씬 낡은 물건이니까 사라져버린 건지도 모릅니다만 어쨌든 저는 볼 수 없었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유감입니다.

스승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쿠라모치 씨는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너무나 확고한 부정이라 반론을 해야하는지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믿고 싶지 않으면 그걸로 좋다. 다른 영능력자를 찾아 똑같은 걸 부탁하면 된다.

다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우선 스스로 영능력자라고 자칭하는 인간이라면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이 칼 중의 한 자루를 무책임하게 가리킬 것이 틀림없다.

 

"그렇, 습니까. 하지만....그런....그렇다면..."

 

스승의 시선으로부터 눈을 돌려 쿠라모치 씨는 말을 흐리며 중얼거렸다.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해서 규정된 요금을 깎아줄 수 도 없다. 

그만큼 다소의 푸념은 가만히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뢰인이 묘하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하다가 그 표정에 불온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낙담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 눈빛에 떠올는 것은 낙담과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였다.

뭘까. 스승도 의아스러운 얼굴로 가만히 눈앞의 기모노를 입은 노인을 응시하고 있다.

그를 감싸는 그 감정은 낙담은 아니다. 절망? 아니다. 뭘까. 매우 친숙한 느낌. 익숙한 감정.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공포.

공포가 아닌가. 이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한기에 습격당했다.

 

와아아아아앙

신체가 경직된다. 

뭐야 지금 소리는. 소리? 지금 나는 소리를 들은건가?

방을 둘러보지만 바뀐 모습은 없다.

그러나 쿵 하고 아주 무거운 것이 배밑에 든 것 같은 감각.

방안의 빛은 전혀 변함없는데 모든 것이 어두워지는 것 같은 느낌.

찌르르 내 몸 안에 오래된 지금은 인체에 없어야할 감각 기관이 그 기색을 파악해 나간다.

털이 곤두 선다. 

사망자의 영혼이. 칼에 붙은 것 같은 악의가.

지금 우리 주위에 솟아올라 나오려 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스승이 짧게 말했다.

위험하다.

이건 위험하다. 너무 가깝다.

전혀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던 나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어느새인가 넓은 다다미 여기저기로부터 

사람의 머리 같은 형태를 한 검은 무언가가 몇 개나 나오고 있었다.

앞을 향한 채로 움직일 수 없는 내 목뒤에도 뭔가가 있었다. 무수한 기색. 구토가 날 것 같은.

밖보다 어느 정도 나았던 찌는 듯한 더움도 

그대로 변질한 것처럼 물렁물렁한 진한 차가움으로 변해 방안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자신의 영감이 이상하게 흥분되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무서웠다.

상대의 정체도 모른다.

쿠라모치 씨도 그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얼굴을 경직시킨 채로 부들부들 뺨을 경련시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째서?

다다미로부터 나와 있는 검은 그림자들이 부유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

시야 구석에 퇴색하고 있던 그것은 목 근처가 끊어져 가죽 한 겹으로 연결되어 있 있듯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게 전부 칠해져 있어서 얼굴 같은 건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그 검은 것이 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수많은 그림자가 방안을 떠다녀 그 모든 것들이 신체의 일부가 빠져있었다.

심자이 너무 빨리 고동쳐서 멈출 것 같다.

확실히 집안에서 이상한 기색이나 소리, 심령현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수집품 안에 사람을 죽인 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심리가 낳은 과잉된 착각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시야가 어두워진다. 질척질척 방을  녹여버릴 것 같다.

스승이 움직였다.

거기에 반응해 쿠라모치 씨가 옆에 있던 받침대로부터 호신용 단도 한 자루를 잡아 엉거주춤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무서워하는 표정이었다. 주위를 감싸는 이상한 공기를 감지하고 있는 것 같다.

스승은 상관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쿠라모치 씨의 눈을 응시한다.

 

"전쟁에 갔었군요."

 

그 말에 노인은 눈을 부릅 뜬다.

 

"북쪽이 아니라....남쪽이군요."

 

스승은 살짝 곁눈질로 그림자를 쫓는 것 같은 행동을 보였다.

보이고 있는지 그 검은 그림자를 좀 더 자세히.

 

"당신은 거기서 사람을 베어 죽였어요. 군도로."

 

입을 조금 벌리고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의뢰인에게 가차 없는 말을 퍼붓고 있다.

 

"베인 상처가 너무 깊다. 전장이 아니다. 무저항의 상대에게 내려치는 칼날이군요."

 

스승의 눈동자가 커져 왼쪽 눈 아래에 손을 댄다.

 

"전시중입니다. 지금 그걸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 새로운 생활을 보내려고 해도 당신에게는 그 처참한 기억이 쭉 짓누르고 있었다. 밤마다 시달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망자의 원망과 원한을 무서워했을 겁니다. 날마다 정체 모르는 소리에, 기색에, 무서워하고 있었지요. 그러니까..."

 

스승이 정열되어있는 도검에 눈을 돌렸다.

 

"스터디 그룹에서 사람을 베었다는 칼을 보고 나서 당신은 '덧쓰기'를 생각했습니다. 혹은 무의식 중에 사람을 베어 죽인 칼이 집에 있으면 그런 기색이나 소리도 모두 그 칼에 깃들어 있는 거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알았다.

그 때문에 영능력자를 고용해서 그 보증 문서를 받고 싶었던 걸까.

쿠라모치 씨는 굳이 말하지 않고 단지 호흡만이 거칠다. 

칼집 안에서 칼이 덜컥덜컥 울고 있다.

 

"오늘 나는 이 집에 온 후로 무슨 영적인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칼을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혼은 칼에 깃들어져 있지 않다고 하는 방금 전 대답과 함께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 확실한 영기가 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힌 악령이 자신이 아니라 칼에 깃들어 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의해 조금 전까지 그 존재가 보류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었던 군도는 여기에 없어도 사망자의 일부는 당신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그것이 제 말로 존재가 긍정되어 솟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스승은 말했다.

 

"사망자의 생각인지, 당신의 마음이 낳은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아."

 

조소가 주위로부터 흘러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분 나쁜 기색이 옅어지거나 진해지거나 하면서

주위를 감돌고 있었다.

깨닫고 보니 칼집의 소리가 멈추어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엇을....뭐를...아는 듯이..."

 

소근소근 입 안에서 반복하는 쿠라모치 씨의 눈에 어두운 빛이 들어왔다. 

그 눈은 스승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상과 이상의 경계에서 엉클어지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분위기가 긴장된다. 앉은 채로 중심이 조금씩 움직여 간다. 슬슬 칼집을 허리에 꽉 누른다.

적을 베는 검술을 하려고 한다! 이 노인이.

무수한 바늘로 찔리는 것 같은 살기를 느끼면서 자신의 땀이 주르륵 흐르는 걸 느꼈다.

스승과의 거리는, 순간이다.

숨이 짧고 거칠어진다.

왼손 엄지가 칼집 입구에 걸린다.

오른손의 손가락이 손잡이 아래로 숨는다.

모든 움직임이 멈춘다.

 

뽑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기선제압하기 위해 

손안에 있던 유리제 재떨이를 손가락에 걸어서 던지고 있었다.

'앗' 이라는 소리가 나 동시에 손잡이 끝에 딱딱한 것이 맞는 충격음이 들렸다.

노인은 왼손을 눌러 호신용 단도는 칼집에 들어간 채로 다다미 위로 떨어진다. 

주위의 와글와글한 그림자들이 한순간 주춤한 기색이 있었다. 

 

"네 이놈."

 

무서운 형상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노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는 눈앞의 스승의 어깨를 감쌌다.

 

"도망쳐요."

 

두서없이 껴안듯이 달리려고 했다.

스승은 거기에 저항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다만 한 마디, 노인을 향해 짧게 말했다.

 

"업이다. 짊어져라. 평생동안."

 

그리고 다다미를 박차고 방을 나왔다.

나올 때 주룩 하는 불쾌한 감촉이 있었다. 자신을 감싸는 공기가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등뒤로부터 원인인 것 같은 소리가 뒤쫓아 온다. 제정신이 아니다. 위험했다.

복도를 달려나가 현관의 신발을 가져와 신을 여유도 없이 태양 아래로 뛰어나와서 돌계단을 쏜살같이 달렸다.

자전거에 뛰어 올라 스승의 무게가 느껴지는 걸 확인하고 페달을 힘껏 발방ㅆ다.

'아' 하고 등뒤로부터 나는 스승의 소리.

움찔해서 그런데도 자전거를 몰기 시작하며 '뭡니까'라고 물었다.

 

"돈 받는 거 잊었다."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전속력으로 그 거대한 집의 문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후일.

오가와 조사 사무소의 플로어에서 나와 스승은 기분이 좋은 소장과 서로 마주 보았다.

 

"쿠라모치 씨로부터 돈이 들어왔어."

 

보고를 듣고 단념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어제 본인이 와서 규정 요금의 10배가 넘는 돈을 두고 갔다고 한다.

나와 스승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난동부려서 미안하다고. 그때 일은 말하지 말아달라는. 그거야 뭐 이쪽은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물론, 이라고 대답해뒀어."

 

입막음료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 확실히 까딱 잘못하면 살인 미수니까.

생각하고 보니 이제 와서 오싹해진다.

 

"아, 그리고 이건. 자네들에게."

 

상자 아래로부터 큰 상자를 꺼내 온다. 동제의 훌륭한 도상(刀箱)이었다. 

열어보니 안에는 약 60cm가 안 되는 도검 한 자루가 들어가 있다. 호신용 단도다.

 

"어? 이걸 어떻게 해라고요?"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러니까 준다던데."

 

굉장하다. 이런 고가의 물건을.

붙어있는 등록증과 보존 감정 책을 읽으면서 흥분을 억제할 수 없었다.

스승은 웃으면서 '가지고 가'라고 말했다. 나에게 양보해주는 것 같다.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할 말은. ....'알았습니다'라던데. 무슨 일 있었어?"

 

스승은 그걸 듣고 기뻐했다. 호신용 단도를 안은 나보다도.

그 나는 호신용 단도의 손잡이 부근에 눈에 띄는 상처가 있는 걸 깨달았다.

그때의 재떨이인가.

확실히 해라.

쿠라모치 씨의 엄숙한 얼굴이 떠올라서 어쩐지 이상해졌다. 

 

(끝)

 

 

출처 :  http://blog.naver.com/qordb6712/120174087074

 

 

배경이 현대 일본이라 괴담인줄 알았더니 가면 갈수록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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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02 길 찾은 바이킹
2017-10-22
00:08:09
3,044
573 (썸네일 주의)일본 니코동 방송중 일어난 이상한 일들 +1
자유의 날개
Lv34 레닐
2017-10-20
13:51:06
1,957
572 해외 트위치 방송도중 일어난 미스테리한 일들
자유의 날개
Lv34 레닐
2017-10-20
13:49:50
1,529
570 군대와 고무신 +3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딸기
2017-10-14
09:30:52
2,402
563 날 재워주세요 +2 (3)
제다이
Lv36 아나킨스카이워커
2017-10-06
00:04:15
2,143
554 [스승시리즈] 칼
훈훈한 소식 전달자
Lv34 Type90
2017-09-30
12:42:01
1,249
553 군대괴담. +1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30
08:26:47
1,326
552 [이미지 있음] 우리집에 살던 두명의 남자귀신 +1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30
07:43:02
2,006
548 [사진 주의] 귀신이 춤추는 장희빈 묘. +5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7:26:28
2,851
547 무속인 딸인 내 친구 3 +7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49:39
1,170
546 무속인 딸인 내 친구 2.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46:19
812
545 무속인딸인 내 친구. 1.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45:36
946
544 반지하 원룸 가위눌림.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19:04
1,016
543 악몽. (1)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08:40
617
542 그냥 주변에서 겪거나 들었던 시시콜콜한 귀신 썰들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02:17
749
541 너무 싸게 계약한 집에서 귀신나온다. (1)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5 도프리
2017-09-24
06:00:53
1,130
536 호러 이미지 +8
급성 심근 경색 진단
Lv34 빙그르르
2017-09-18
20:34:25
2,414
532 많은 개들이 자살하는 다리 +5
배페봇
Lv22 카스피뉴
2017-09-13
03:21:26
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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