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게시판
  • No. 629   2,206 hit   2018-04-04 00:25:22
망자와의 식사 +7
  • User No : 3902
  • 카에와 오래 이야기한
    Lv36 벨베르크

옛날 옛적. 모두가 잠든 적막한 늦은 밤, '한스'라는 남자는 이런 시간에도 무덤을 파고 있었다.

기한까진 여유가 있었기에 마음 같아선 얼른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요사이 하늘을 보니 한동안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빗방울을 맞으며 일을 하느니 차라리 밤을 새서라도 일을 미리 끝내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열심히 무덤을 팠다.

 

오랜 작업으로 피곤해진 한스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고 구덩이 주변에 걸터앉았다.

그는 야식으로 가져온 빵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정말이지 기분 나쁜 장소였다.

조만간 공동묘지로 사용될 이 숲은 항상 어둡고 스산했으며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기에 종종 나무꾼들이 전나무를 베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매우 뜸한 장소였다.

낮에도 이런 상황이었던 만큼 밤에는 침묵 속의 공포가 온 숲을 지배하고 있었다.

평소 대담하다는 말을 듣는 그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겁을 먹지 않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무섭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그에게 마침 무덤에 넣을 관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억지로 호탕하게 웃고는 관 쪽으로 빵을 들이대며 입을 열었다.

 

 

"이런 밤에 무덤을 파는 나나, 죽어서 관 속에 있는 당신이나, 춥고 배고프고 처량한 신세로구만.

망자씨.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언제 나랑 식사라도 같이 하시겠소?"

 

"......그거 좋군. 그럼 내일 밤 당신 집으로 가겠소이다."

 

 

분명 헛것을 들은 것이 아니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부리나케 집으로 도망쳤다.

 

 

다음날 밤. 한스는 어젯밤의 일이 꿈이라고 억지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늦은 밤 들려오는 선명한 노크 소리에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닐거야...아닐거야...부정하면서 문을 열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소."

 

 

부정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 망자임이 틀림없었다.

어디서 줍기라도 한 것인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초점 없는 눈에 썩은 살과 뼈가 드러난 신체를 다 가리지는 못 했다.

 

한스는 죽을 힘을 다해 의식을 유지하면서 집에 남아있던 음식들을 적당히 차려주었다.

공포감과 얼떨떨함에 휩싸인 그는 식사 내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으나 다행히 망자는 만족한 듯 보였다.

그런데...

 

"훌륭한 식사였소. 그래서 이에 보답하는 의미로 다음엔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밤 다시 봅시다."

 

 

이 말을 남기고는 망자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한스는 경악했다. 저 놈이 또 온단 말인가.

그리하여 날이 밝자마자 어제의 숲으로 달려갔지만 어째서인지 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소름이 돋은 그는 마을 교회로 미친듯이 뛰어들어가 목사를 찾았다.

이야기를 들은 목사는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고민했으나 이렇다 할 대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망자의 기분을 잘 맞춰주면서 식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날 밤, 망자는 전과 같은 시간에 한스의 집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오셨군요..."

 

"약속했던대로 이번엔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자...따라오십시오."

 

 

예상 밖의 사태에 한스는 당황했다. 하지만 기이하게 빛나는 망자의 눈빛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동행했다.

일전의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자 아주 오래 된 것으로 보이는 울타리와 철문이 보였다.

이상했다. 한스는 일전에 몇 번 이 길을 이용한 적이 있었지만 한번도 저런 것들을 본 적이 없었다.

 

문으로 들어가자 낙엽이 수북히 매달려 있는 나무들을 지나 담쟁이가 수북한 저택이 나왔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는 의외로 넓고 깨끗했다. 망자는 부자인 것도 같았다.

 

"이런...하인들이 식사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을 줄이야. 미안하지만 정원이라도 구경하면서 기다려주시오."

 

한스는 저택을 나와 음산하기 그지없는 정원을 둘러보았다.

정원을 보는 척 하면서 냅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후환이 두려워 참았다.

낙엽이 한 무더기 떨어졌을 즈음 그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식사 준비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정말 미안하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오."

 

한스는 멍 하니 창 밖의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낙엽이 다시 한 무더기 떨어졌을 즈음에 망자가 다시 나타나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음식은 생각외로 맛있었다.

처음엔 후딱 해치우고 갈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음식들을 음미하면서 먹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식사를 마친 것은 낙엽이 다시 한 무더기 떨어졌을 때쯤이었다.

 

"잘 가시오. 언제 한번 또 만납시다."

 

망자의 배웅을 받으며 한스는 저택을 나왔다.

'뭐야? 좀 으스스하긴 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없었잖아?' 란 생각을 하며 한스는 철문을 열고 나왔다.

 

 

철문을 열고 나오자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었는데, 한스는 한참 동안이나 눈을 아예 뜰 수가 없었다.

겨우 눈을 뜬 그가 주변을 둘러보자 주위는 완전히 변해있었다. 자신이 알던 그 숲이 아닌 것 같았다.

한스는 느낌으로 간신히 마을로 향했다.

 

마을 역시 완전히 변해있었다. 건물들이 죄 바뀌었으며 사람들은 처음 보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을 물어보았으나 분명 같은 말인 것 같은데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물어 물어서 간신히 교회에 도착한 그는 바로 목사를 찾았다.

목사 역시 그가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저...믿기 힘들겠지만 망자의 식사 초대를 받아 방금 막 돌아온 사람인데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목사는 불현듯 뭔가를 떠올렸다.

 

"혹시...한스 씨 맞습니까?"

 

"네...맞습니다만...?"

 

"망자의 식사 초대를 받으셨다고요? 정말로 틀림없습니까?"

 

"네. 틀림없습니다."

 

 

목사는 흥분한 듯 서재로 들어가더니 먼지가 두껍게 쌓인 책 한 권을 들고 나왔다.

 

"설마...300년 전에 망자의 식사 초대를 받았다는 말을 남기고는 실종된..."

 

 

목사는 300년 전의 옛 기록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목사가 기록을 읽어나가자 한스는 점점 몸이 말라 비틀어지더니 종국엔 미이라에 가깝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이라가 된 한스의 시체를 화장했다.

  • 1
  • Lv36 벨베르크 카에와 오래 이야기한 2018-04-04 00:25:51

    A탑

    여담이지만 한국의 전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요.

     
  • 2
  • Lv38 Kirna 일곱개의 숟가락 2018-04-04 08:15:52

    A탑

    이거 초둥학교때 만화로 읽었던 내용이넹

     
  • 3
  • Lv38 손승연 새내기 2018-04-05 14:39:04

    와 이거 저도 어릴때 읽었던 내용임 정확하게

     
  • 4
  • Lv38 가장교 수줍은 정답자 2018-04-05 22:14:02

    A탑

    한국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이야기

    일본의 우라시마 타로이야기

    타임워프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판타지소설 떡밥이네요

     
  • 5
  • Lv01 베르테르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2018-04-10 14:31:47

    A탑

     
  • 6
  • Lv08 무녀쨩다이스키 킹오파 이야기를 해본 2018-04-20 10:09:21

    저승의 음식을 먹으면 이승으로 돌아갈수 없다고 하죠

     

    그리스신화때부터 내려온 일종의 클리셰가 아닐지...

     
  • 7
  • Lv38 Artoria 아름다워 2018-06-08 11:23:41

    A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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