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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48   130 hit   2017-12-28 17:58:34
인 더 다크 - 01. 헌터 킬러(3)
  • User No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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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8 IU는뉘집아이유

 도한은 새로 등장한 헌터 킬러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요전에 잡아들인 놈은 약이 자기 것이라는 말 외에는 한 마디도 안 했기 때문에 적당하게 헌터 생활이 어렵게 되자 마약 거래를 하다가 자신도 손을 대게 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를 언론에 풀었다. 그리고 그 본인은 지금 치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실형을 살 예정이다. 근데 다른 놈이 또 나타나다니. 

 머리를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필터를 씹으면서 그는 새로운 헌터 킬러와 전에 만난 얼굴 없는 가면을 쓴 헌터에 대해 생각했다. 도무지 정보도 없고 연결점도 없는 둘을 어떻게 잡을지 궁리하는데 복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야, 준우야. 저거 뭔 소리냐?”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문서를 타이핑하던 준우가 도한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가서 보고 올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겠다.” 

 “여기까지 막 들어오시면 안 된다니까요!” 

 

 감시과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가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경식이 온 힘을 다해 말려보지만 원래 힘쓰는 일과 거리가 먼 그가 한 눈에 봐도 헌터로 보이는 사내를 당해낼 리가 없었다. 

 

 “감시과 과장이십니까?” 

 

 거 새끼 싸가지없게 잘생겼네. 도한이 눈앞의 남자를 보고 떠올린 첫 감상이었다. 

 

 “혼 길드에서 길드 마스터를 맡고 있는 권혁입니다. 명함 한 장 받으시죠.” 

 “아, 예. 뭐 권혁씨는 가끔 TV 인터뷰로 봤습니다. 저 혼자 구면이군요.” 

 

 혁이 주는 명함을 받아 지갑에 넣으면서 도한이 시덥잖은 농담을 던졌다. 그 때 경식이 다시 한 번 혁을 막아섰다. 

 

 “권혁씨, 절차를 밟고 오셔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경식아. 일 봐라.” 

 “네? 아니, 그래도...” 

 “차나 한 잔 타 와라.” 

 “...예.” 

 

 경식은 불만을 한가득 안고 탕비실로 들어갔다. 도한은 권혁이 왜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현장이 체질인 도한인지라 사무실보다 사건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을 선호했고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혼 길드원이 이번에 피해자가 됐음을 알고 있었다. 이기적인 새끼. 다른 헌터 뒤져나갈 때는 모르쇠 하더니. 

 

 “저 친구 말대로 절차를 밟고 오시면 좋지만...상황이 상황이니 뭐...이쪽으로 앉으시죠.” 

 

 책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 뒤 도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유감입니다.” 

 

 혁은 포커페이스를 유지 한 채 입을 열었다. 

 

 “또 다른 헌터 킬러라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한은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 그냥 불을 붙이고 마음껏 들이마셔도 상관없지만 그는 대신 사탕 하나를 까 입에 넣었다. 혁에게 하나를 권했으나 거절당했다. 

 

 “지금 사탕 먹을 때가 아니라서...사건에 대해 좀 알려주시죠.” 

 “안 된다는 거 알지 않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길드 소속일 뿐 혁이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생떼를 부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간단한 정황은 뉴스 기사로 볼 수 있지 않은가. 

 

 “길드원이 당했잖습니까. 제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놈입니다. 뭐라도 좋으니 알려주십쇼.” 

 “마치...저희가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예?” 

 

 혁의 얼빠진 물음을 무시하고 도한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모방범죄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배후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희가 아는 건 언론에 밝힌게 전부입니다. 헌터 킬러를 드디어 잡아놨더니 새로운 놈이 나왔다. 이게 제가 아는 팩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와서 뭐든 알려달라는 건 헌터 관리청에서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뉘앙스로 밖에 안 들리는군요. 그리고 설사 숨기고 있다고 해도 권혁씨,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도청장치? 해킹?” 

 

 조금 지나칠 정도란 생각도 들었지만 도한은 자신이 해야 할 말은 전부 쏟아냈다. 기껏 숨긴다고 해봐야 약이 있었다는 것과 정체를 숨긴 헌터 정도였다. 하지만 처음 만난 이후 도한은 그를 만난 적이 없었다. 새로운 헌터 킬러는 현장에 도착 했을 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기 때문에 그 놈이 약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뭘 말입니까?” 

 “숨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 말입니다.” 

 

 끈질긴 자식. 도한은 짜증이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젠장, 절차대로 오라고 했어야 하는 건데.” 

 

 그 때 도한은 미처 혁의 미묘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혁은 일부러 과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라도 실마리가 있으면 애들 풀어서 그 자식 조져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괜히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그쪽은 몬스터나 신경 쓰시고 우리 일 대신 하려고 하지 마쇼.” 

 “과장님, 차 이쪽에 놓겠습니다.” 

 

 경식이 차를 책상 위에 놓자마자 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는 다음에 마시겠습니다. 병원에 좀 들러야 해서요. 김도한 과장님, 다음에 또 뵙죠.”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감시과를 빠져나갔다. 경식은 황당하다는 눈으로 혁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 저 싸가지 없는 놈...” 

 

 도한은 사탕을 하나 더 꺼내 으적으적 씹었다. 혁 때문에 짜증이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야, 경식아.” 

 “예. 과장님.” 

 “저거, 사람 좀 붙여 놔라.” 

 “네? 아니 좀 짜증나게 했기로소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딱! 사탕으로 이마를 경식의 찍어버리면서 도한은 버럭 화를 냈다. 

 

 “야 임마 내가 그딴 것 땜에 감시하라고 하겠냐!” 

 “아니 그럼 왜요! 설명까지 같이 좀 하면 되잖아요!” 

 

 경식도 괜히 이마를 얻어맞은 것에 열불이 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도한은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경식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경식아. 네가 가족처럼 생각하는 동생이 있다 치자. 근데 그 동생이 사고로 입원을 했어. 그러면 경찰서부터 갈래, 병원부터 갈래?” 

 “에이, 당연히 병원이죠. 근데 왜요?” 

 

 두 손을 모아 손등으로 턱을 괴고 혁이 나간 감시과 문을 바라보면서 도한이 대답했다. 

 

 “근데 저 자식은 왜 여기부터 왔을까?” 

 “병원 가기 전에 들렀겠죠 뭐. 어라? 아닌데, 혼 길드 건물이면 병원이 더 가까울 텐데?” 

 

 권혁은 혼 길드의 마스터이자 한국 최강의 수호 헌터이다. 마스터로서 길드를 아끼는 마음이야 도한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범인을 쫓다가 부하들이 크게 다치면 그게 다 자기 탓인 것 같은 죄책감이 드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헌터 관리청에게 뭔가 숨기는게 없냐고 물었지만 반대로 혁이 뭔가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의심나면 확실하게 풀어야 하는게 관리과 과장 김도한이라는 인물이었다. 혁이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좋다. 만약 숨기는 일이 있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무튼 감시 잘 하는 놈 붙여놔 봐.” 

 “예. 그러면 영택 선배한테 말 해둘게요.” 

 “그리고 경식아.” 

 “네?” 

 

 딱! 도한이 경식의 이마를 다시 한 번 사탕으로 찍었다. 이마를 매만지는 경식을 보며 도한이 한 마디 했다. 

 

 “너 이 자식, 과장한테 큰 소릴 쳐?” 

 

 아무래도 마음에 담고 있었나보다. 경식은 일부러 꼰대처럼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도한을 보며 쪼잔한 놈이라고 욕 해주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 

 

 

 이틀 뒤 혁은 다시 한 번 병원을 찾았다. 그 때는 제현이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과 인사하고 잠든 얼굴을 보고 왔을 뿐이었다. 오전에 드디어 제현이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문병을 온 것이었다. 

 

 ‘겸사겸사 할 일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주머니 속 약병을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문병 전에 이 약을 조사 할 생각이었다. 약의 정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약의 성분 검사가 끝나자마자 병원측에서 그를 신고하고 김도한의 얼굴을 취조실에서 보게 될 수도 있다. 공식적으로 부탁한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이 약 성분 검사를 비밀스럽게 진행해 달라고?” 

 

 투명한 액체가 든 약병을 두어번 흔들면서 환갑을 넘긴 것 같은 의사가 물었다. 이 병원은 혼 길드와 제휴를 맺고 있었고 혁은 이곳 의사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원장이자 그의 주치의인 손우철은 혁과는 아주 각별한 사이였다. 5년 전만해도 별로 크지 않았던 이 병원은 하마터면 경제적 사정으로 문을 닫을 뻔 했다. 하지만 초보 헌터때 부터 도움을 받아온 혁이 성장해서 병원에 큰 도움을 주었고 손우철은 그에 보답하고자 병원을 악착같이 키우면서도 약자들을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뭐, 해달라고 하니 해주겠다만 위험한 건 아니지?” 

 

 페이스리스 일을 시작하면서 혁은 간혹 마약을 가져오는 경우는 있었다. 약에 대한 지식에 별로 능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약의 이름, 그리고 투약시 반응이 어떤지만 알아내도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약의 성분 검사를 해달라는 부탁은 몇 번 들어주었다. 하지만 굳이 비밀에 부쳐가면서까지 부탁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우철은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던 것이다.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철이 피식 웃었다. 그동안 혁 때문에 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 이 말도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 

 

 “너 때문에 내가 마약쟁이로 찍혀서 수사 받은 거 생각 안 나냐? 나 참. 그놈의 정이 뭔지. 그 때 네놈 도움을 받는게 아닌데 말이다. 말년에 이게 뭐냐?” 

 

 나이에 안 맞는 이죽거림에 혁이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혁아.” 

 

 우철의 인자한 목소리. 혁은 아버지에게 하듯이 예, 하고 대답했다. 

 

 “내 걱정 하지 마라. 이 늙은이는 육십 넘게 살면서 온갖 더럽고 추한 꼴 다 봤으니까. 너는 너랑 네 길드원들 걱정이나 해라. 이 약은 검사 끝나는 대로 연락주마.”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는 내가 해야지. 네 덕분에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있으니. 제현이 보고 갈 거지?” 

 “예. 선생님 덕분에 그 친구가 살아서 다행입니다. 그것도 감사합니다.” 

 “거 자식...감사할 일도 많다! 어서 가 봐. 나도 할 일 많다. 너랑 이야기 하면서 시간 죽일 여유 없어!” 

 

 혁의 감사에 우철은 괜히 그를 쫓아내듯 원장실에서 내보냈다. 목례를 하고 방을 나가는 혁을 보며 그는 어서 가라는 듯 손을 저었다. 

 

 “저 녀석...위험한 일에 말려들지 말아야 할 텐데.” 

 

 진심으로 혁을 걱정하면서 우철은 약병을 금고에 넣었다. 당분간은 바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는 얼굴을 굳혔다. 

 

 

*** 

 

 

 오랜만에 밤의 거리를 찾았다. 혁은 가면과 후드로 얼굴을 가린 채 언제나처럼 건물을 뛰어넘으며 범죄를 추적했다. 요 며칠간은 헌터 킬러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서 밤일을 쉬었지만 이 이상은 그럴 수 없었다. 어차피 돌아다니다보면 운 좋게 헌터 킬러와 마주칠지도 모르니 그는 꼼꼼하게 살피며 도심을 돌아다녔다. 

 그가 살피는 곳은 보통 어두운 골목이나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동네, 혹은 사람이 자주 안 다니는 공장 및 창고가 많이 들어선 변두리 지역 이었다. 항상 이런 곳에서는 안 좋은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마약이나, 살인이나, 강도, 그 밖에 기타 등등. 

 그런데 오늘따라 거리가 그런 광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람이 별로 돌아다니질 않았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없던 적은 처음이라 혁은 꽤 당황했다. 이 상황을 좋아해야할지, 의심해야할지. 

 

 ‘한 군데만 더 보고 갈까.’ 

 

 변두리 지역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그는 사람의 비명소리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는커녕 발자국 소리 조차 듣지 못했다. 

 

 ‘헌터 킬러 때문인가?’ 

 

 언론 헌터 킬러는 밤에 활동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죽이는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 범행 동기는 언론사마다 전부 제각기라, 금품 때문이라는 곳도 있고 쾌락살인이라는 말도 있었다. 때려 맞추기지만 마약을 했다고 말하는 곳도 있어 시민들은 꽤나 큰 불안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헌터 킬러니까 헌터가 아닌 이상에야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저 칼 든 사이코패스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다들 불안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자신이 이 일을 시작한 동기를 생각하자니 그는 씁쓸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변두리 창고지대에 들어섰다. 

 사람이 모두 빠져나간 이곳에는 쓸쓸함과 삭막함만이 감돌았다. 헌데 오늘은 어찌 된 영문인지 오싹함까지 느꼈다. 평소라면 여기저기서 이야기 소리나 발소리, 혹은 싸우는 소리도 들려오게 마련이었는데 이곳 또한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가로등 빛을 피해 한참을 조사하는 도중 드디어 그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텅! 하고 쇠로 된 벽이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약 2~3초에 한 번 정도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헌터 킬런가?’ 

 

 소리를 따라 온 혁은 벽 뒤에 모습을 감추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상황을 보기로 했다. 

 

 “찾았다아아아!” 

 

 느닷없는 목소리에 혁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앞이 아니라 그의 뒤에서 이미 쇠파이프를 내려치고 있었다. 

 

 “젠장!” 

 

 넘어지다시피 굴러 쇠파이프를 피한 그는 다시 일어나 상대와 거리를 벌렸다. 

 

 “찾아아아았다아아아. 허어어언터다아아아.” 

 

 이 경우엔 운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아무래도 혁은 헌터 킬러와 조우한 것 같았다. 정신나간 말투나 표정 하며 앞뒤 재지 않고 공격해오는 호전성이 이전에 봤던 놈과 비슷했다. 

 

 “헌터느으은...죽어어어어!” 

 

 너도 헌터잖아! 다시 내려치는 쇠파이프를 피하고 훅으로 헌터 킬러의 얼굴을 갈기면서 혁은 생각했다. 

 

 “아...안 아파. 그런 거 하나도 안 아파.” 

 

 정말 아프지 않은 건지 약에 의해 아픔을 못 느끼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의 주먹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크악!” 

 

 그 덕에 혁은 가로로 후려치는 쇠파이프에 허리를 정통으로 맞고 옆으로 굴렀다. S급 헌터까지 그냥 놀고먹으면서 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헤비 슈트를 입고 몬스터와 맞서 싸운대도 훈련 없이는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성과이다. 그런 성과를 눈앞의 헌터 킬러는 유리를 깨부수듯 그의 힘든 시간을 깨뜨려버렸다. 

 

 ‘약 때문에 강해진 건 확실해.’ 

 

 허리가 저릿했지만 움직이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쇠파이프를 피하며 어퍼컷을 날렸다. 헌터 킬러의 얼굴이 하늘로 향하기 무섭게 혁은 스트레이트로 완전히 묵사발을 내버리려고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장면은 혁의 상상에서 끝나버리고 말았다. 

 주먹은 정확하게 얼굴에 꽂혔지만 타격은 여전히 없었다. 주먹이 얼굴에 박힌 채 헌터 킬러는 천천히 혁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별안간 혁의 눈앞이 번쩍했다. 쇠파이프가 그의 머리를 갈겨버린 것이다. 

 

 “커헉!” 

 

 괴로운 신음을 토하며 혁은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렸다. 이상한 것은 헌터 킬러가 굳이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오...온다...” 

 

 시선이 불안해지면서 헌터 킬러가 중얼거렸다. 

 

 “오다니? 뭐가 와?” 

 

 자신을 향해 묻는 혁을 보며 그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전언. ‘더 이상 우리를 쫓지 마라, 페이스리스.’ 전언 끝.” 

 “전언? 누구 전언이야!” 

 

 헌터 킬러는 미소를 유지한 채 혁에게 다가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 때 까지 혁은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별안간 헌터 킬러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는 단검을 치켜들더니 자신의 왼쪽 가슴을 망설임 없이 찔렀다. 

 

 “어?” 

 “히...히히...난 할 일을 다 했어...히히히히...” 

 

 이내 생명이 다 한 그는 혁의 품으로 쓰러졌고 혁은 자신의 몸으로 그의 몸을 받아냈다.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버텨낸 그는 헌터 킬러의 시체를 바닥에 눕혔다. 

 

 “움직이지 마!” 

 

 빌어먹을, 온다고 한 건 이 사람들을 말 한 거였나? 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 당연히 자신의 정체를 발각 당할 일은 없지만 지금 이 상황은 저들이 총을 쏴도 할 말 없었다. 

 

 “너 이 자식, 네가 죽였냐?” 

 

 도한의 목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에 혁은 조심스럽게 양 손을 든 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내가 죽인게 아니오. 이 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소.” 

 “상황만 봐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겠지만 정말 내가 죽이지 않았소.” 

 “그러면 얌전히 같이...억!” 

 

 김도한의 손이 그의 어깨를 잡는 순간 혁은 재빨리 그의 팔을 꺾으며 일어났다. 함께 온 경찰들이 발포하려고 했지만 도한의 몸이 방해가 되어 그럴 수도 없었다. 

 

 “이거 놔 이 자식아! 네가 죽인 거 맞지?” 

 “맹세코 내가 안 죽였소.” 

 “그러면 얌전히 조사받고 끝나면 될 거 아냐!”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게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이러고 있음을 도한이 이해해 줄 리 없었다. 

 

 “미안하오. 김도한 과장.” 

 

 혁은 품에 있던 연막탄을 땅에 던졌다. 순식간에 주변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차고 어느새 풀려난 도한은 그를 찾으려고 연신 콜록거리며 손을 휘저었지만 이미 혁은 사라지고 없었다.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감시과 대원 중 하나인 원석이 달려와 그에게 물었다. 

 

 “야, 저 새끼 진짜 좀 이상한 거 같어! 저번에도 그러더니 지가 배트맨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니까!” 

 

 지난번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던 원석은 도한의 말에 공감했다. 

 

 “일단 돌아가시죠. 정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 자식 그거, 안 되겠다. 수배해야겠어.” 

 

 그 때 이후 만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다 해도 오늘의 만남이 좋게 끝났다면 도한이 수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헌터 킬러라 해도 어쨌든 그 놈은 자신의 눈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놈이다. 아니라고 우기지만 범죄자는 항상 하는 말이 그거니까. 

 

 “내일 바로 부장님께 보고 드려야겠다. 나 먼저 가서 관련해서 서류 작성 해놓고 퇴근할 테니까 정리 끝나면 들어들 가.” 

 

 자신에게 경례를 붙이는 원석을 뒤로 하고 도한은 차에 올랐다. 도대체가 이놈의 일을 하면 담배를 끊을 수가 없어. 그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자신의 예감이 하나씩 들어맞는 것이 맘에 안 드는 듯 인상을 찌푸리곤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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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인 더 다크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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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개노잼 소설 -8-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9-24
17:50:49
205
474 지하실 +2
예비 작가
Lv39 IU는뉘집아이유
2018-09-20
15:00:35
262
473 [주제교환이벤트] 제 32차 정기 겨울 토벌 보고서 +2 (2)
할 일 없는
Lv11 시류
2018-09-17
00:37:21
270
472 주제 교환 이벤트 - 황혼의 티 타임 +2 (3)
새내기
Lv14 배페인
2018-09-16
09:31:38
328
471 주제 교환 이벤트 엽편-POTATO AND TOMATO +2 (1)
삑삑, 학생입니다.
Lv39 야한꿈꾸는정력왕
2018-09-14
00:28:37
320
470 +1 (2)
Lv39 뱀술
2018-09-11
03:53:28
295
469 지루해졌다... +3 (1)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닐스
2018-08-23
02:56:49
458
468 나는 천재로 태어났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닐스
2018-08-20
12:42:44
348
467 개노잼 소설 -7-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9
00:50:43
329
466 저 하늘의 별 - 2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8
21:01:41
306
465 개노잼 소설 -6-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8
05:25:18
306
464 어머니 친구 딸내미 시리즈 현재까지 정리
전문 카운슬러
Lv38 야한꿈꾸는누운G
2018-08-17
17:31:47
344
463 습작) 닭이 되지 못한 채 외 3개.
알아서 로그인되는
Lv32 아스카
2018-08-16
12:52:02
356
461 개 식용에 관한 고찰
알아서 로그인되는
Lv32 아스카
2018-08-16
02:49:00
345
460 저 하늘의 별 - 1 +1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5
15:49:34
316
459 +2 (3)
삑삑, 학생입니다.
Lv38 정력왕
2018-08-15
03:52:54
373
458 개노잼 소설 -5-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3
23:06:46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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