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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51   17 hit   2017-12-31 15:38:08
인 더 다크 - 02. 어비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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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8 IU는뉘집아이유

 오랜만에 몬스터 소환이었다. 작은 길드의 마스터인 혁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죽을힘을 다해 몬스터들을 쓰러뜨렸다.

 

 “사...살려주시오...”

 

 너무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라 혁은 자신이 환청을 들었나 싶었다.

 

 “우...움직일...수가 없소...도와...주시오...”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니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힘이 빠진 중년의 목소리. 하지만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몬스터가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가 몬스터와 싸우지 않으면 팀이 서서히 무너질 것이다. 만약 정말 사람이 있는 것이라면 싸움이 끝나고 구하자. 그는 그렇게 결심하고 방패를 단단히 잡고 몬스터를 향해 나아갔다.

 

 

***

 

 

 꿈에서 깨어났는데 다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눈을 떴을 때 혁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각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시야가 뿌연 것이 명확하게 사물이 보이질 않았다.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지만 그는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지껄이다가 밀려오는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을 세 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 네 번째 눈을 떴을 때 그는 꿈에서 깬 듯 말똥말똥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병원이네?”

 

 어이가 없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을 입 밖으로 내버렸다.

 

 “이...일어났어요?”

 

 조금 초췌해진 것 같은 민영이 걱정스런 눈으로 그를 내려 보고 있었다.

 

 “민영씨, 어떻게 된 거야? 악!”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통증에 혁의 몸은 다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흐트러진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민영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생각 안 나요? 며칠 전에 토벌 나갔다가 다쳤어요. 의식을 잃어서 끝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실어왔는데. 이번에 크게 다쳤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좀 더 입원 하는게 좋아요.”

 “며칠 전?”

 

 놀란 혁이 묻자 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4일 만에 깨어난 거예요.”

 “나흘이나 자고 있었다고?!”

 

 시간 낭비도 이런 시간 낭비가 없었다. 게다가 더 입원해야 한다니.

 

 “내가 그렇게 심하게 다쳤어?”

 “네. 왼팔은 너덜너덜해졌었죠. 그거 때문에 은성이 감싸고 구를 때 자세가 흐트러져서 늑골 좀 금 가고요. 헤비슈트가 걸레짝이 되면서 제 기능을 하나도 못 했는지 머리도 다쳤어요. 아마 급하게 일어나면 현기증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할 거예요.”

 “늑골은 괜찮은 것 같은데 왼팔은 아직도 아프네.”

 

 혁이 왼팔을 들어 올려 보려다 이내 포기하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한계는 있으니까요. 금 간 뼈야 하루 이틀이면 완치되지만 왼팔은 옛날 같았으면 그냥 장식이 됐을걸요.”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

 “좀 조심하라는 말이니까 무리 좀 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은성이가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하나하나 따지고 들던 민영이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혁이 세운 혼 길드가 왜 그렇게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입원한 병원도, 혼 길드의 낮은 랭크 헌터들도 모두 혁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이다.

 

 “나 그 때 꿈을 또 꿨어.”

 

 말하지 않아도 그 내용이 뭔지는 민영도 짐작했다. 그녀는 혁이 말하는 것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아직도 마음속에 죄책감이 남아 있나 봐. 어떡하지?”

 

 기운 없는 미소로 꼼지락 거리는 손을 민영이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혁아. 이제 괜찮아. 그 때 일은 떠올리지 마. 네가 마지막까지 지나쳤다면 나도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그런 표정 짓지도 말고, 그런 생각도 이제는 하지 마.”

 

 그렇게 말을 하는 민영은 미소 짓고 있었다.

 

 “고마워, 민영아.”

 

 방금 전 보다 좀 더 밝게 미소 지으며 혁이 그녀의 격려에 답했다.

 

 

***

 

 

 민영이 길드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은성을 제외한 1팀 팀원들이 찾아왔다.

 

 “어라? 은성이는?”

 “아, 걔는 나중에 따로 혼자 오겠대. 지금은 면목이 없다나.”

 “나 참, 섬세하네.”

 

 하긴 그게 은성의 장점이긴 했다. 여리지만 섬세하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그래서 공격보다 수호 헌터의 길을 선택 했는지도 모른다. 성격과 잘 맞는지 은성은 금세 A급 헌터로 성장했고 지금은 혼 길드의 든든한 방패 중 한 명이 되었다.

 

 “길드 분위기는 어때? 마스터가 꼴사납게 당해서 탈퇴하는 헌터는 없어?”

 “탈퇴는 무슨. 형님, 혼 길드 들어오는 애들 중에 그렇게 생각 없이 들어오는 애들은 없어요.”

 

 태주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길드 마스터 보고 들어오는 곳도 아니잖아?”

 “하긴, 길드 자체는 좋은데 마스터 하는 짓이 좀 별로란 애들은 있던데?”

 

 난화의 말을 수원이 받아치면서 혁은 순식간에 놀림감이 되었다.

 

 “그래도 민영 언니가 일 처리를 잘 하니까 다행이죠.”

 “아, 그러고 보니 민영이 왔다 갔나보네?”

 

 하나의 말과 더불어 구석에 놓인 음료세트와 꽃을 보고 훈수가 물었다.

 

 “민영씨? 너네보다 훨씬 빨리 왔다 갔어. 나 눈 뜬 거 보고 일 보겠다고 가더라고.”

 

 혁의 말이 끝나자 팀원 전체가 눈을 백안시했다. 그들의 눈에 그가 당황해하자 하나가 화내듯 따지고 들었다.

 

 “아니, 아직도 민영 언니한테 민영씨라고 해요?”

 “그럼 뭐라고 불러?”

 “야, 민영이는 너한테 뭐라고 부르는데?”

 “그야 길드장님이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던 난화는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지 연신 와와 거리며 병실을 뱅뱅 돌기 시작했다.

 

 “아니 왜 그러는지 이유나 좀 알자.”

 

 

 그가 항의하자 난화는 걸음을 멈추고 혁에게 달려들어 짜증을 냈다.

 

 “너 이 새끼야! 이유? 이유라고 했냐? 너 같은 등신한테는 안 가르쳐 줄거다! 이거 진짜 얼마나 멍청한 거야?”

 “혁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아 뭐냐고 이 자식들아!”

 “형님.”

 

 태주가 정말 진지한 얼굴로 혁을 불렀다. 일순 조용해진 팀원들을 둘러보고 태주가 한 마디 내뱉었다.

 

 “형님 고자예요?”

 “야, 이 새끼야, 꺼져!”

 

 베개를 집어 던지며 소리치는 혁을 보고 다들 깔깔대며 웃었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크게 주의를 줄 때 까지 그들의 웃음소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팔도 무사히 완치되고 드디어 퇴원하는 날이 되었다. 혁은 아침부터 이 답답한 병실에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만약 도한이 병실에 들어서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런 표정 하지 마시죠. 오늘은 퇴원 축하 하려고 들른 거니까.”

 

 혁은 도한의 말을 믿지 않았다.

 

 “민영씨. 나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올게. 정리 좀 부탁할게. 미안해.”

 “아뇨, 다녀오세요.”

 

 민영이 함께 있는 병실보다 바깥에 나가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혁은 도한과 함께 병원 밖 흡연구역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여자친구?”

 “비섭니다.”

 “에이, 눈빛이 아니더만.”

 “김도한 과장님. 시비 걸러 오신 거면 그냥 가주시죠. 퇴원 수속도 밟아야 하고 퇴원 하자마자 할 일도 좀 있습니다.”

 “하하, 미안합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핑계도 가지가지다. 혁은 도한이 아니꼬웠다. 눈치를 보니 단순한 퇴원 축하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세상 어느 경찰 - 혹은 그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퇴원 축하를 이유로 일반인을 만나러 온단 말인가. 아직 좋은 관계를 맺지도 않은 사람을.

 

 “본론이나 빨리 말 하시죠.”

 “잠시 불 좀 붙이고.”

 

 도한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뱉은 다음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마스크드 헌터가 요새 통 안 보이더구만요.”

 “그래서요?”

 

 이놈 보게? 도한은 얼굴 하나 안 바뀌고 되묻는 혁을 보며 담배를 다시 한 모금 빨았다. 물론 자신이 너무 대놓고 떠본다는 인상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뭐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일 좀 이야기 해보려고 말이지.”

 “그게 본론입니까?”

 

 도한의 얼굴은 능글맞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반드시 한 건 잡아 가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페이스리스가 혁이라는 사실을 심증으로는 확신한 듯한 그 표정에 혁은 얼굴을 굳혔다.

 

 “권혁씨가 입원한 날부터 그 마스크드 헌터가 활동을 안 하더라고. 꽤 수사망을 넓게 펼쳐놨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가면은커녕 후드 자락도 안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 마스크드 헌터가 저다, 이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대답대신 도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지금 무슨 표적수사 한다고 광고 하시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뭡니까? 시간이 남아도시는 것도 아닐 텐데요.”

 “하하하. 시간이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안 되겠습니까. 뭐 스스로 밝힐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원래 범죄자는 자기가 절대 안 했다고 말하는 놈들이 대부분이거든.”

 

 대놓고 잠정 범죄자 취급하는 도한의 태도에 기분 나빠진 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저 얼굴에 주먹이라도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헌터 관리청 감시과 과장을 때렸다간 그 자리에서 체포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엇차. 이제 그만 가봐야겠군. 앞으론 다치지 말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밤에는 푹 주무시고.”

 

 끝까지 혁을 비꼰 도한은 대답 할 새도 없이 손을 흔들며 병원을 빠져나갔다.

 

 “누구세요, 저 분이?”

 

 시간이 꽤 지났는데 돌아오지 않는 혁이 걱정 된 민영이 흡연시설까지 찾아와 도한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민영씨는 본 적 없을 거야. 헌터 관리청 감시과 김도한 과장.”

 “저랑 별로 인연은 없는 분이네요.”

 “앞으로도 볼이 적어야 할 걸? 보통 안 좋은 일로 만나게 마련이니까.”

 “하긴, 살면서 경찰과 직접 이야기 할 일은 없는게 좋겠죠. 얼른 가요. 병실 빨리 비워줘야 하니까.”

 

 먼저 앞서 가는 민영의 뒷모습을 보며 혁은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헌터 일을 하는 사람이 그쪽 사람들을 안 만나면서 일 하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게다가 자신은 길드의 마스터 자리를 맡고 있다. 일반 헌터들보다 몇 배 이상 그들과 엮일 것이다. 하지만 김도한 과장과 엮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페이스리스 활동을 그만 둘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길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없다. 뒤돌아보며 얼른 오라는 손짓을 하는 민영을 보며 그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선택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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