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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53   101 hit   2018-01-02 17:50:19
인 더 다크 - 02. 어비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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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도한과 손을 잡은지 이틀째 되던 날 밤, 거리를 둘러보는 혁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그 날 도한에게 넘겨준 통신기 주파수였다.

 

 -헌터 킬러 위치 파악했네. 위치는 **동 47-3.

 “바로 가도록 하겠소.”

 

 마침 겨우 5분 거리. 서두르면 3분 만에 도착 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는 서둘러 통신기를 끄고 날렵하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었다. 헌터 킬러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단검을 날렸다. 온 몸을 벌벌 떨며 움직이지도 못 하고 있는 헌터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고 헌터 킬러가 혁을 향해 고개를 돌린 사이 급하게 도망갔다.

 

 “당신이 그 까마귀 헌터인가?”

 “...헌터 킬러가 아닌 건가?”

 

 지금까지 두 명의 헌터 킬러들은 약에 절어 사리분별 못 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자들 이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여유롭게 떨어진 단검을 주워 혁을 향해 웃고 있는 이 자는 달랐다.

 

 “아니, 헌터 킬러 맞긴 하지. 단지 이제부터는 시험용이 아니라 완성품이란게 다르지만!”

 

 헌터 킬러가 먼저 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맞부딪친 단검은 불꽃을 튀길 정도였다. 혁은 헌터 킬러를 상대하는 동시에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 약이 완성 된 것인가?

 

 “왜 그러지? 그렇게 방어에만 치중해서는 못 이길 텐데?”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는 법이지.”

 

 상대의 단검을 흘려버린 그는 헌터 킬러의 허리를 발로 걷어찼다. 어느 정도 충격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그의 자세를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 약이 고통을 없애주지는 않나 보군!”

 

 헌터 킬러의 어깨를 향해 단검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왼팔에 의해 허망하게 막혀버렸다.

 

 “하하! 충격을 없애주지 못 할 뿐이지!”

 

 왼팔에 박힌 단검을 미처 빼내지 못한 혁은 뒤로 물러났다. 헌터 킬러는 왼팔에 깊게 박힌 단검도 흐르는 피도 개의치 않고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게 안소매에 있는 여분의 단검을 이용해 공격을 막은 그는 상대의 배를 참과 동시에 다리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다리를 다치게 만들어 일단 도망이라도 못 가게 막으려는 심산이었다.

 

 “칫!”

 

 다행히 그의 작전은 먹혀들었다. 다만 고통을 모르는 자였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다. 관절을 완전히 끊지 않는 이상 이런 공격은 소용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군. 그렇게 창의력이 없어서 쓰겠나?”

 

 싸움의 주도권은 헌터 킬러에게 있는 듯 했다.

 

 ‘약의 부작용을 잡은 건가? 아니면 지속시간이 길어 진 건가?’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약효가 얼마나 길지는 모르지만 싸움이 끝나기 전에 약효가 끝나진 않을 것 같았다. 단검을 이용해 재주를 부리며 자신을 놀려먹는 재미에 빠진 헌터 킬러를 보며 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약 맞으면 재수 없어지는 효과도 들어 있나?

 

 “덤벼, 까마귀 양반.”

 

 이제 먼저 공격하지 않을 셈인지 그는 도발까지 하면서 혁의 공격을 기다렸다.

 

 “원하는 대로!”

 

 혁도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단검에 온 힘을 담아 상대의 얼굴을 향해 던진 다음 그는 헌터 킬러를 향해 똑바로 달렸다.

 

 “쳇, 이깟 단검 공격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단검을 멋지게 쳐냈지만 그 때문에 혁이 이만큼 접근 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혁은 헌터 킬러의 공격을 자세를 낮춰 피한다음 팔을 거두기 전에 먼저 잡아 꺾어 제압한 뒤 무릎을 발로 찍어버렸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휘청거리는 상대를 벽으로 몰았다. 이제 정말로 도망갈 수 없게 되었다.

 

 “젠장. 좀 싸우네?”

 “약물로 강해진 놈보단 잘 싸우지.”

 

 몇 번의 싸움으로 알아낸 것이 있다면 이놈들은 단순히 빠르고 강하기만 할 뿐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자신의 공격을 쳐낸 것에 놀랐지만 몇 번 상대해보고 나니 공격 자체는 별 것 아니었다. 이 정도면 C랭크나 될까 말까 한 수준.

 

 “말해라. 배후에 누가 있는지.”

 “멍청한 놈. 그렇게 물어본다고 대답할 것 같냐?”

 “네놈들이 사용하는 약은 대체 뭐지?”

 “대답 안 한다니까!”

 

 빌어먹을 놈들. 쓸데없는 곳에 힘이나 낭비하는 주제에 입은 무겁다. 자신의 목숨을 잃어도 자기 세력을 지킨다는 시대에 안 맞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놈들이 가진 목표들이야 뻔했다. 세계 정복은 아니어도 최소한 이 약물로 한국 전체를 좌우 할 생각일 것이다. 사람 목숨 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놈들이니 헌터들이야 얼마든지 쓰고 버리겠지.

 

 “감시과가 왔나보군.”

 

 조용하던 골목이 순식간에 발소리로 가득 찼다. 곧 이어 경찰들과 함께 김도한, 그리고 그의 부하 몇 명이 나타났다.

 

 “까마귀 헌터!”

 

 레이븐과 헌터 킬러를 발견한 경찰과 원석이 동시에 총을 겨눴지만 도한에 의해 제지당했다.

 

 “쏘지 마라.”

 “과장님?”

 

 도한은 여전히 담배를 하나 물고 혁에게 다가갔다.

 

 “그 놈인가?”

 “음. 도망 못 가게 팔 다리는 부러뜨려놨고 묶어놓기까지 했소. 곧 약효도 떨어질 테니 잠시 기다렸다가 체포하면 되겠지.”

 “고맙군.”

 “거래니까.”

 

 둘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는 광경이 어색했다. 항상 왁왁 대던 김도한 과장이 까마귀 헌터에게 저렇게 친근하게 말하다니?

 

 “이 자식 약빨 떨어지면 데려가! 오늘은 피해자도 없고 이만 들어가라!”

 

 김도한 과장의 말에 부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망할 헌터 킬러들 때문에 항상 새벽 서너시까지 근무가 기본이었는데 아직 새벽 한시 반. 이 정도면 소주 한 잔 하고 들어가도 될 시간이다. 그 때 원석의 무전기에서 무전이 흘러나왔다.

 

 -긴급 연락! 21-9에 또 다른 헌터 킬러 출현! 즉시 출동 바랍니다!

 “뭐라고? 동시에 두 명?”

 “망할 자식들!”

 

 벽을 걷어차며 도한은 욕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퇴근은 네시가 되려나.

 

 “먼저 가겠소.”

 

 그 말을 남기고 레이븐은 금세 골목에서 사라졌다. 믿을 놈이 저 놈 뿐이라는게 마음에 안 들지만 한 편으로 든든하기도 했다. 그래봤자 살인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과장님, 21-9쪽은 어떻게 할까요?”

 “여긴 어차피 끝났으니까 너랑 경찰 둘이면 충분할거다. 내가 나머지 애들 끌고 가볼 테니 끝나고 사무실에서 보자.”

 “예, 수고하십쇼.”

 

 오늘은 일찍 퇴근하나 했더니. 차에 몸을 맡기고 도한은 턱을 괸 채 눈을 감았다. 갑자기 나타난 네 번째 헌터 킬러. 앞으로도 이렇게 늘어난다면 정말 위험하다. 오늘은 둘이지만 언제 셋 혹은 넷 이상이 동시에 나타날지 모른다. 두통을 느낀 도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눌렀다. 다음 현장에 도착 할 때 까지도 두통은 가실 줄 모른 채 그를 괴롭혔다.

 

 

***

 

 

 결국 네 번째 헌터 킬러는 체포하지 못했다. 레이븐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이미 늦었다고 통신이 들어왔다. 그렇게 허탕치고 난 다음 날 엄종대 부장의 호출이 있었다. 도한은 어제 놓친 헌터 킬러 때문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부장실로 향했다.

 

 “야 이 미친놈아! 너 정신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부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엄종대 부장의 호통이 날아왔다.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앉으라는 말도 없이 느닷없이 성질부터 부리면 어쩌란 거야.

 

 “너 임마! 감시과 과장이란 놈이 까마귀 헌터하고 손을 잡아!? 니가 그러고도 감시과냐? 너 헌터 관리청 뭐 하러 다니냐!”

 “그건 잠시 발 빠른 놈 손을 빌리려고...”

 “네놈들 발을 빠르게 하면 될 것 아냐!”

 

 저러다 고혈압으로 쓰러지겠군. 도한은 부장이 먼저 앉으라고 할 것 같지 않아 멋대로 소파에 앉았다. 그 모습에 더 열이 뻗친 종대가 소리 지르려고 했지만 도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장님. 지금은 좀 냉정히 생각 해봐야 합니다. 제가 경찰 생활 10년에 헌터 관리청만 5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잡은게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도한은 과거 경찰 쪽에서도 알아주는 형사였고 큰 범죄도 여럿 해결한 적 있었다. 관리과에서도 활약은 여전해서 헌터 범죄자 검거율도 크게 상승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엄종대 부장도 열이 좀 식었는지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이야기는 먼저 해줬어야지. 이건 민감한 문제잖나.”

 “거기에 대해선 죄송합니다. 숨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하이고...숨길 일이 아니라니. 범죄자와 함께 다른 범죄자를 체포하는게 어떻게 숨길 일이 아니란 말이냐.”

 

 언론의 귀에 들어간다면 분명히 헌터 관리청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정부에서 감사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헌터 관리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로 헌터 관리청의 인사변동이 있으면 헌터를 관리하던 체계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도 헌터 범죄자 관리가 힘들어 헌터 킬러 같은 놈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제가 말을 잘못 했네요. 떳떳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우린 범죄자와 손을 잡으면 안 된다고!”

 “그럼 범죄자 취급을 안 하면 될 것 아닙니까.”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엄종대 부장은 오랜만에 재떨이를 던져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까마귀 헌터를 중범죄자로서 수배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것은 김도한 과장 본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손을 잡더니 이젠 범죄자 취급을 안 하면 된다니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지.

 

 “너 그 자식한테 돈 먹었냐?”

 “부장님!”

 “말이 안 되잖아! 그 자식 수배해야 된다는게 너였어! 너 그리고 제일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그 놈 잡으려고 혈안이 됐었잖냐. 그런데 갑자기 한다는 말이 어쩌고 어째?”

 

 도한은 할 말이 없었다.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그를 보고 엄종대 부장은 한숨을 쉬었다.

 

 “네가 책임지는 거다?”

 “예...예?”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도한의 얼빠진 얼굴이 얄미워 엄종대 부장은 괜히 소리쳤다.

 

 “다 책임지고 하라고! 기자회견을 하건 숨겨서 하건 알아서 하라고! 젠장, 늙었더니 마음만 약해져가지고. 대신 잡아! 다 잡아들여! 알겠어!?”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도한이 씩 웃었다.

 

 “부장님. 저 모르십니까? 저 김도한입니다. 헌터 킬러고 까마귀 헌터고 싸그리 다 잡아오겠습니다!”

 

 엄종대 부장은 일어서서 경례까지 붙이는 도한의 뒤통수를 탁 쳤다.

 

 “알어, 새꺄. 아니까 믿는 거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부장의 허락까지 떨어졌다. 애초부터 숨기지도 않았지만 더욱 떳떳해질 수 있었다. 언론이 뭐라 떠들어대건 상관없다. 범죄자만 잡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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