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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54   139 hit   2018-01-04 18:19:54
3개의 정의-3- 소령 레베카 +2
  • User No : 259
  •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새벽 뉴스입니다. 우선 황제 브록스께서 내일부터 타 종족 순방을 할 예정입니다. 첫 목적지는 마계 지방의 섈론 왕국을 시작으로.......’

달칵

‘(치익) 오늘은 아침에만 약간의 안개가 끼고 낮부터 날씨가 쾌청한 날씨가 이어질.......’

달칵

‘(치익) 새벽에 야심한 쇼! 오늘은........

달카닥.

........”

실속은 하나도 없이 항상 같은 말만 하는 라디오에 오늘도 진절머리가 난 한 인간 여성.

그녀는 작은 한숨과 함께 그 상자의 입을 다물게 하고 맥주캔을 들이킨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맥주캔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한 뒤 잠시 베란다로 향했다.

 

새벽 4시 반쯤. 곧 태양이 뜰 시간이었지만, 하늘에는 먹구름만이 가득해서 검고 푸른빛 색깔만 보였다. 마치 귀신이 만든 것인 마냥 얼핏 보면 무섭기만 한 빛깔의 하늘.

그 하늘에 손을 대면 색깔만큼이나 차가워 보였지만,

잠시만이라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하늘을 계속 보고 있게 되면

그 속에 숨어있는 은은하고 청명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차가울 것이라는 편견을 던져버리고 손을 대면

깔끔하고 선선한 새벽공기에 전날 끓어올랐던 악한 감정을 씻기에 좋았다.

레베카는 하늘에 뜬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을 눈에 품어보았다.

잠시 새벽의 운치를 즐긴 뒤 그녀는 이제 곧 있을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베란다에서 나왔다.

그녀의 출근 준비에는 항상 정해진 순서가 있었다.

우선 샤워를 하고 집에서 풀고 다니는 머리를 말아 올려 묶었다.

그런 뒤 집에서 입던 편안한 복장을 벗고 허리에 큰 권총 두 개가 눈에 띄는 전투복를 착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소속을 알리는 하얀색에 가까운 회색 제복을 겉에 입었다.

특히 제복을 입을 때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어디 모나거나 비뚤어진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옷 모양새를 확인하면 자신의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했다.

-소령 레베카 슌 한슬러-

소령이 된 지 2년이나 되었지만, 레베카는 아직도 자신이 소령인 게 익숙하지가 않았고 부담스러웠다.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자신을 소령이라 부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낮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자신의 직책인 3 수비대장 혹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원하고 부탁했다.

제복 옷 모양새를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두꺼운 라이딩 용 가죽옷까지 마저 다 입으면 옷장에서 나와 부엌으로 가 옆으로 넓은 작은 나무통을 꺼냈다. 그리고 식탁에 있는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손가락만한 고구마 스틱을 나무통에 옮겨 담아둔 뒤 업무를 위한 물건들이 있는 가방에 같이 넣었다. 그렇게 가방까지 메면 마지막으로 오토바이 헬멧과 열쇠를 챙기는 것으로 레베카의 출근 준비는 끝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준비를 하고 밖에 나서면 항상 자신이 사는 집의 주인이 마당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레베카는 먼저 허리를 숙여 집주인에게 인사했다

, 레베카씨! 오늘도 일찍 나가시네요.”

노년의 남자는 딸뻘인 나이의 레베카에게 언제나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레베카는 가벼운 인사 뒤에 집 뒤편에 있는 작은 차고로 가 오토바이의 시동을 켰다.

새벽의 출근길. 도로에는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아 속도를 많이 올려도 문제가 없었다. 라디오에서 알려줬듯 얕게나마 안개가 끼긴 했지만, 레베카는 작은 안개 따위는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헬멧의 좁은 시야로 들어오는 광경은 오히려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요소에 불과했다.

그렇게 40분 정도 최고속도에 가깝게 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일터 북부 멜튼 수비 지원부대에 도착하게 된다.

정지! 손들어! 누구냐!”

외각 보초들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자 레베카는 익숙하게 오토바이에 내려 헬멧을 벗은 뒤 바로 손을 들었다.

“3수비대장이다

신원을 확인하겠다. 가만히 있도록

신원확인을 위해서 안개 너머로 서서히 다가오는 야간경비소장과 두 명의 병사. 겉으로 보기에는 무장된 군인이 철저히 검문하려는 엄격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서로 익숙한 상황인 마냥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었다.

오늘도 일찍 오셨습니다.”

오늘은 자네가 경비소장인가?”

그렇습니다.”

수고가 많군.”

본부건물을 지키는 경비소장과의 인사를 마치고 난 레베카는 경비소장에게 신분증을 보여준 뒤에 막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막사 옆 벽에 자신의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막사 3층으로 향해 올라가 왼쪽으로 3부서 정도 지나치면 보이는 레베카의 일터

3 수비지원대

그녀는 겉에 입은 가죽 재킷을 벗고 제복 주머니에 있는 열쇠로 열었다.

문이 열리면 보이는 한 열댓 넘는 책상과 수많은 서류들. 얼핏 보면 회사 같은 내부였다. 레베카는 문 앞의 케비넷으로 가서 자신의 헬멧과 재킷, 그리고 가방을 넣고 가방에서 간단한 필기구들을 꺼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일하기 전 잠시 지원대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질러진 자리와 잘 정리된 자리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부하들의 빈자리를 확인하던 와중 레베카는 정돈이 잘된 부하의 자리에 멈췄다.

책꽂이에 잘 정리되있는 서류들. 하지만 레베카는 뭔가 아쉬웠는지 그 서류들을 새롭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비대장님?”

군인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가벼운 남자 목소리가 레베카의 귀에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과 같은 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문 앞에 서있었다.

오늘도 일찍 오셨습니다.”

?”

레베카는 자신의 생각보다 빠른 부하의 방문에 조금 놀랐지만, 이내 다시 아까 했던 정리를 마저 끝낸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제인 중사 자리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 이 파일들 순서가 조금 안 맞는 거 같아서 맞춰주려고 했네.”

그런 건 본인한테 직접 말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 그렇긴 하지.”

역시 수비대장님이십니다.”

레베카는 펜을 들고 자리에 있는 출근 대장에 사인을 한 뒤 자신의 부하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레베카의 부하는 출근대장에 있는 소위 클레인에 사인을 한 뒤 지원대에서 가장 큰 책상 위에 펼쳐놓았다.

소위는 어째서 이렇게 일찍 왔나?”

오늘은 월초라서 점검 관련으로 미리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클레인 소위는 키나 덩치나 다소 왜소하고 조금은 병약해 보이는 구석도 있었지만, 적당히 짧고 단정한 머리카락과 깔끔한 복장을 했고 안경은 테가 얇은 안경을 썼다. 그리고 목소리는 부드럽고 깔끔한 말투인 점이 전장의 거친 군인보다는 무역 중계소의 중계원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사무소 같은 이곳과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수고가 많군.”

수비대장님만 하겠습니까?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항상 이 시간대에 오시잖습니까.”

클레인 소위는 조금 민망한 듯 웃으며 안경을 고쳐 잡았다.

나는 여기 최고 상관이니까. 먼저 와서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네.”

그건 여기 오기 전이나 대위이실 때도 그러셨잖습니까.”

그거는.......”

안녕하십니까!!”

두 사람의 조용한 대화 사이를 치고 들어오는 힘찬 여자 목소리

소령님!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 베티 대위. 자네도 좋은 아침이네.”

베티는 레베카에게 자신감 넘치는 경례를 보였고 레베카도 그에 응답하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경례를 해주었다.

베티 대위는 차분하고 선선한 클레인 소위와는 다르게 어딘가가 불타오르는 듯 활력이 넘쳤다. 레베카도 긴 노랑머리를 가졌지만 잘 정리해 묶어 올린 것에 비해 베티 대위의 갈색 생머리는 레베카보다 길기도 길거니와 성품을 보여주는 듯 야생마의 꼬리 마냥 정수리 앞에만 묶여있었다. 그리고 복장은 제복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것이었는데 상의는 반팔에 배꼽이 들어나 있었고 하의는 긴 바지였지만 천으로 된 평범한 바지가 아니라 딱딱한 무언가(아마도 철)로 만들어진 기다란 보호구에 가까웠다.

? 뭐야? 소위도 있었네? 안녕~ 잘 있었어?”

저기 베티 대위님.”

?”

클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베티에게 가까이 붙었다.

수비대장님이 소령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베티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일러주는 클레인

, 맞다. 또 깜빡했네.”

베티는 서로가 조용히 나눠야할 귓속말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대답했다

“2년 동안 제대로 지키신 적이 없습니다.”

아하하, 미안, 미안~ 또 혼나네.”

마치 친구에게 잔소리를 들은 듯 멋쩍게 크게 웃는 베티. 클레인은 그런 베티 대위의 자유로운 성품을 오래 봐서 그런지 겉으론 조금 화난 것 같아도 속으로는 마냥 밉지는 않았다.

, 그래서 소..아니 수비대장........”

베티 대위, 자네한테는 처음부터 포기했네. 자네는 그냥 자네 편한 데로 부르게나.”

레베카도 클레인만큼 잘 알았기에 그런 베티의 성격을 이해해 주었다.

헤헤헤, 감사합니다. 아무튼 오늘 저 병사들 체력측정 담당간부여서 그런데 오전에 업무랑 회의는 빠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네. 몸조심 하고 퇴근할 때만 따로 와서 출근 대장에 체크하고 가게.”

, 그러고 보니 출근 사인을.......”

제가 해드렸습니다.”

, 정말? 땡큐! 소위~”

조금은 유난스러운 수비대의 시작. 레베카는 처음에 혼자서 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아서 일찍 오는 것이었지만, 부지런한 상관에 자극받은 부하들도 덩달아 일찍 오게 되다보니 마음처럼 되지 않기 일쑤였다. 게다가 이렇게 정신마저 산만해지다 보니 준비하려 했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베카는 이런 분위기나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부하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레베카와 베티 그리고 클레인은 이곳 수비대에 오기 전부터 함께 해온 관계였다. 레베카가 중위였던 7년 전, 첫 직속 부하로 들어온 클레인 잭슨과 다른 부대에서 사고를 치고 반 떠넘기기 식으로 받은 베티 젠.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서로에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가장 잘 믿고 따르는 관계였다.

그렇게 소소한 대화를 하며 일과준비를 하다 보면 서서히 다른 부하들도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20명으로 구성된 제3 수비지원대. 그들의 대부분은 인간이었지만, 몇몇은 다른 지역에서 온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었다. 그 이유의 대부분은, 정부의 군인 대우가 아주 좋아서 그걸 노리고 오는 경우였는데, 이는 정부가 다양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에서 스카우트하려고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그런 일로 제3수비지원대처럼 제국 전역에는 다종족 부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3수비지원대는 전시에는 경계지역 밖으로 나가서 정찰과 수색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기동 타격대 임무까지 하는 거친 부대였지만, 평시에는 회사의 사무소 같이 막사내의 행정업무 영내의 작업이 필요한 곳에 간부를 붙여주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클레인 소위, 오늘 영외 활동은 핸더슨 행정관님이랑, 베티 대위와 코론 저격 중위 이렇게 세 명뿐인가?”

아닙니다, 제퍼 상사랑 지현 중사가 외각 보수 작업에 통솔간부로 나가있습니다.”

사전에 들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두 사람이 저한테 수비대장님께는 보고했다고 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거 같습니다.”

! ..죄송합니다!”

멀리 구석에서 들려오는 한 여자의 목소리.

제인 중사. 무슨 일 있었나?”

그게, ..두 사람이 저..저한테 수비대장님께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제가 갑자기 정리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물론 제가 잘못 한 거긴 한데......”

제인 중사는 허둥지둥 사정을 얘기했다.

진정하게, 중사.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네. 두 사람은 오후에는 오나?”

아마도.......그런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네.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하게.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일에 집중하자 제인 중사는 한숨을 쉬고는 진이 빠진 듯 책상에 엎드렸다. 이처럼 제인은 소심함 그 자체였다. 어떻게 군인이 되었는지 아니 왜 군인이 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알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레베카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자기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제인 중사는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잔뜩 주눅이 들어 보였다.

그놈들이 잘못한 거니까 너무 시무룩하지 마

성민 중위님.”

큰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제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격려해줬다.

수비대장님 저에게 또 실망하셨을 거 같습니다.”

레베카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조용히 얘기하는 제인

그런 사람 아니란 거 잘 알지 않아?”

하지만.......”

이제 중사도 됐으니까 좀 더 의젓하게 굴라고.”

성민 중위는 수비대 간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간부였다. 자신보다 높은 계급인 베티와 레베카에게도 인정받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클레인이나 제인 같은 낮은 계급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성품도 온화하였고 어디 한 쪽에 쏠리지 않는 침착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성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을 고집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태도는 가끔 모호한 회피 보였기에 상대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 슬슬 하던 거 정리하고 점심 먹을 준비하게.”

다른 사람들은 레베카의 말이 떨어지자 하나둘 일 하던 것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정작 레베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수비대장님은 안 드십니까?”

클레인이 물어보자 레베카는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저었다.

난 하던 일이 아직 안 끝났네. 성민 중위, 오늘은 베티 대위가 없으니 자네가 인원들 인솔해서 데리고 나가게

알겠습니다.”

정말 저희 먼저 괜찮으시겠습니까?”

클레인은 재차 물어봤지만 레베카는 손짓으로 먼저 나가라고 지시했다.

레베카의 고집을 잘 알고 있는 클레인은 경례를 한 뒤 성민이 이끄는 무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그들은 시끌벅적 식당으로 향했다.

레베카는 부하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케비넷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방을 열어 노트와 출근하기 전 챙겨왔던 고구마 스틱을 꺼내 자리로 돌아갔다,

바작바작

다 식어서 딱딱한 고구마 스틱이었지만, 오전 잔업을 처리하는 레베카에게는 언제나 최고의 간식이었다.

20분 남짓 걸린 잔업. 레베카는 일을 끝내고 잠시 기다란 의자에 기대 편하게 고구마스틱을 야금야금 먹으며 휴식을 하고 있었다.

똑똑똑

들어오셔도 됩니다.”

혼자만의 시간도 잠시. 레베카는 손님의 방문에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아 앉았다.

끼이익

잘 있었나?”

베먼 대령님!”

레베카는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잠시 생각나서 찾아왔네.”

베먼은 큰 키와 정돈된 수염을 가진 멋지게 늙은 신사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백발은 쇠약함이 아닌 노련함을 나타냈고 그의 상처와 주름살은 흉한 낙인이 아닌 한 시대의 멋진 훈장이었다. 그는 나이와 세월에 비해 계급은 조금 낮았는데 본인은 그것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점심은 안 먹었는가?”

그렇습니다.”

또 고구마 튀긴 거로군.”

그렇습니다.”

소령, 딱딱하게 대하지 않아도 되네. 우리 둘만 있지 않는가?”

베먼과 레베카의 인연은 레베카의 입대 때부터 이어졌다. 비록 함께 일한 적은 없었지만, 베먼은 마치 자신의 부하인 것 마냥 항상 뒤를 봐주었다. 그래서 레베카에게 베먼은 고마운 스승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군인에게 기계처럼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지만, 우리는 군인이기 전에 사람이지 않은가? 가끔은 딱딱하게만 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인간적일 필요도 있다네.”

베먼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히 쉬고 있는 주전자를 향해 갔다.

잠시 써도 되나? 차 한 잔 마시고 싶은데.”

제가 하겠습니다. 앉아 계셔도 됩니다.”

소령, 아직 팔팔한 현역 군인이라네! 요양원에 있는 병든 노인이 아닐세. , 자네는 뭐 마시고 싶은가?”

레베카는 서둘러 베먼이 주전자를 가져가려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베먼은 끝끝내 주전자를 들고 받침대로 향했다.

내가 할 테니 유난 떨지 말게나. 자리에 앉게

죄송합니다.”

이건 상관의 명령이 아니네. 그저 노병의 작은 부탁일 뿐이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아까 말했지 않았나? 잠시 생각나서 찾아왔다네.”

주전자 받침대에 불이 붙고 주전자는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자네가 이곳에 온 지도 4년이 넘었군. 자네 덕에 이곳의 업무와 수비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네.”

과찬이십니다. 제가 한 일은 많이 없습니다. 부하들이 잘해줬을 뿐입니다.”

그 부하들도 자네가 이끈 것이니 결국 자네도 그만큼 잘했다고 볼 수 있지.”

베먼은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을 컵에 담기 시작했다.

특히 북부의 최고 사고뭉치 간부 베티 젠을 소위에서 대위까지 끌어올린 성과는 상부에서도 놀라고 있는 일이지”.

베티 대위는 저에게 오기 전부터 잠재력이 높았던 간부입니다. 저는 그저 대위가 엄한 곳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제어만 해줬을 뿐입니다.”

그걸 자네 전에는 아무도 못 하지 않았는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전의 사람들은 대위의 진가를 잘못 알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사람은 컵을 들고 넓은 접대용 탁상에 마주 보며 앉았다.

자네 올해 몇 살이지?”

이제 스물아홉입니다.”

자네는 기사단 훈련병 출신이었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첫 계급을 중사로 시작했습니다.”

그걸 고려해도 참 대단하구만 그 나이에 소령이라니. 나도 서른넷에 된 거 같은데.”

배먼은 잔잔하게 웃으며 차를 마셨다.

과분한 계급이란 거 알고 있습니다.”

자네가 이뤄낸 성과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네. 좀 더 긍지를 가지게. 사람은 고개만 숙인다고 익지 않는 법이네. 자랑스러워할 줄도 알아야지. 너무 겸손한 게 좋은 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레베카도 조심스레 차를 홀짝였다.

최근에 문제 되는 일은 없나?”

문제 되는 일은 없습니다만,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은 있습니다.”

뭔가?”

이곳 경계구역은 마법방어가 너무 약한 거 같습니다. 무기들도 대부분 재래식이거나 기계적인데 만약 마족들이 갑자기 공격을 해온다면 너무 속수무책일 거 같아 걱정됩니다. 물론 이쪽은 그쪽과 정반대이긴 하지만,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게 마법이잖습니까? 어느 정도는 대비를 해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 내가 이곳 총사령관이라면 검토해볼 의향이 있었겠지만, 그 문제는 내가 적극적으론 도와줄 순 없겠군. 아무래도 인건비나 설비가 많이 드는 문제다 보니 나 혼자서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네. 난 고작 여기의 인사과장일 뿐이라네.”

베먼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대령님이라도 알아주셨으면 해서 얘기해봤습니다. 이미 상부에는 몇 달 전부터 얘기해봤지만,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더군요. 이런 말은 하면 안 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들은 단지 귀찮아서 안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레베카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내가 위에다 얘기해봄세. 말하는 건 어렵지 않지.”

, 감사합니다.”

베먼의 긍정적인 반응에 레베카의 고개는 다시 올라갔다.

소령.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요즘 상부고 어디고간에 자네처럼 국방이나 안보 걱정을 하는 군인보다 돈과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군인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네.”

베먼의 주름살이 조금 더 굵어졌다.

물론 사람이란 게 본능적으로 자기방어적으로 되고 그걸 쫓는 걸 뭐라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럴 거면 군인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 텐데 왜 군인을 하는지 모르겠네. 군인은 결국 본능을 죽여야 하는 일이지 않은가? 이 나라가 아무리 군인에게 대우가 좋다고 해도 의무감 없이 자신의 이익만 보고 하는 사람들이 느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세

저희 쪽은 그런 점은 덜한 편인 것 같습니다만, 외부와 같이 일할 때마다 저도 간간히 느끼고는 있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긍지가 부족하다네. 그리고 군인이 긍지가 없으면 무기력하고 뭔가를 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마치 병인 것처럼 시름시름 앓는 것이 안타깝네.”

레베카는 긴장감 반 호기심 반으로 베먼의 질문이 무엇인지 보채고 싶었지만, 상관에게 차마 그럴 순 없었기에 차를 마시며 마음을 식혔다

혹시 자네 부하들은 어떤가? 자네 부하들은 긍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레베카는 잠깐 당황스러웠는지 멈칫거렸지만, 이내 작게 코로 한숨을 쉬고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바로 답하기 어려운가?”

아닙니다, 대답하기 전에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레베카는 생각을 정리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전부가 긍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베티 대위나 클레인 소위 같은 경우 저랑 3번 정도 전쟁을 같이한 최측근이라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복무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군인으로써의 긍지가 있는가?”그런 거 같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행정관이나 성민 중위 같은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나 전쟁 경험 없는 어린 간부들의 속은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보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안정적인 직장이니까 어쩔 수 없이 있는 거로만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긍지가 없다는 뜻이겠군.”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단지 그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제 생각에는 군인이 꼭 긍지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돌려서 대답하는 것이 자네답지가 않군. 숨기지 말고 얘기하게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이 대령님의 질문과 조금 맞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그것이 뭔가?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주게

사실 저는 그들이 긍지든 자기 이익이던 어떤 것을 중요시하며 일하든 상관없습니다.”

왜지? 군인이 나라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도 된다는 뜻인가?”

꼭 그런 뜻은 아니지만, 그런 게 있든 없든 간에 지금만큼은 저를 믿고 따라주지 않습니까. 그것만으로도 그들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만약 전쟁 중에 도망친다면 어쩔 거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도 되겠나? 내가 보기엔 그런 신뢰는 매우 위험한데

그래야지 저부터가 부하들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먼저 의심하기 시작하면 결국 서로를 믿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전장에서도 그렇게 된다면 매우 곤란할 것입니다.”

소령의 생각은 훌륭하지만, 어떻게 그런 위험한 선택을 수 있는 것이지? 나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건 나로선 참 선택하기 어려운 발상이군.”

레베카는 잔에 남은 차를 마저 다 마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것도, 전쟁도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닌 이상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신뢰입니다.”

자신의 긍지보다는 서로의 신뢰인가. 그것으로 긍지가 가져올 의무감을 대신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클레인 소위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저는 나머지도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말로 큰 도박이군.”

베먼은 이윽고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점심시간이었네. 수고하겠나, 레베카 소령

가시는 겁니까?”

레베카도 그에 맞춰서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을 하려고 했다.

나도 내 일을 하러 가야지. 그리고 여기 더 있으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네 부하들이 힘들어 할 거 같아서 말이지

베먼이 문을 열자 그의 말대로 문 밖에는 레베카의 부하들이 튀어나왔고 그들 중 일부는 문에 기대고 있어서 그런지, 문 앞으로 튕겨져 나왔다.

자네들 거기서 뭐 하고 있었나?”

점심시간이 끝나서 다 같이 돌아오는데, 두 분이 대화하시는 걸 방해할 수 없어서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클레인이 무리 사이에 나와 민밍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그렇다고 해도.......죄송합니다. 제 부하들이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닐세, 자네 부하들은 재밌는 구석이 있구먼.”

당황스러워하는 레베카를 보고 웃음 짓는 베먼.

레베카의 부하들은 멋쩍게 웃고는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듯 배먼과 레베카에게 뒤늦은 경례를 했다.

성민 중위, 내가 누구랑 대화하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들어오게나. 여긴 자네들 부서네. 눈치 볼 거 없어.”

레베카는 부하들 중 가장 높은 계급인 성민을 대표로 타일렀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두 분이 너무 진지해 보여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내 대화를 훔쳐 듣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하하! 들켜버렸습니다. 역시 소령님입니다. 헌데 문이 두터워서 그런지 잘 들리지는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하여간........ 모두 그만 자리로 돌아가게. 다음번에는 이런 짓 하지 말게.”

레베카는 팔짱을 끼고 성민을 대표로 부하들에게 잔소리를 했지만, 다들 싫어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난 가보겠네. 잘 있게. 레베카 소령

, 수고하십쇼.”

배먼은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제3 수비지원대에서 나왔다. 레베카는 대표로 돌아가는 베먼에게 경례를 했다. 그리고 베먼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레베카는 자리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고 맞춰서 사람들은 자기 자리로 차근차근 돌아가 오후 업무를 준비하였다. 레베카도 부하들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차를 마셨던 자리를 정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댓글놀이: 레베카의 나이

또리(남)(5달)
녹냥이(여(중성화,4살)
또순이(여)(중성화2살)
  • 1
  • 정답입니다. (타임오버)
    Lv38 아나킨스카이워커 제다이 2018-01-06 19:32:31

    29

     
  • 2
  • Lv11 갓설현 새내기 2018-02-13 17:50:13

    K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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