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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56   123 hit   2018-01-07 18:44:54
인 더 다크 - 02. 어비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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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8 IU는뉘집아이유

 “안녕하세요, 민영씨.”

 “민영씨, 좋은 아침이에요.”

 

 요즘 민영은 하루하루 기분이 좋았다. 원래 외모로는 혼 길드 내에서 빠지지 않았지만 한층 더 밝아진 요즘은 시너지를 받은 덕인지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했다. 그 이유는 최근 내근에 힘을 쏟고 있는 혼 길드의 마스터, 권혁 덕분이었다. 그녀와 관련된 모든 업무 속도가 배는 빨라졌다. 덕분에 가끔 휴게실에서 휴식을 즐기기도 하고 일찍 퇴근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못 써먹었던 연차도 써봤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완전 블랙 기업인데...”

 

 월급이 밀린 적도 없고 성희롱이나 상사의 압력도 없었지만 그녀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고 마지막으로 쓴 휴가가 1년 7개월 전이었다. 몬스터는 공휴일이 없으니 명절 때도 못 쉴 때가 많았다. 헌터들이야 서로의 자리를 채워주지만 민영이 하는 일은 3년 전, 혼 길드에 입사했을 때부터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맡긴 적이 없었다. 그녀가 너무 꼼꼼하게 잘 한 탓이기도 했고 혁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그녀 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휴가나 갔다 올까?”

 

 책상 앞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휴가를 받으면 뭘 하지? 최근 친구를 만난지도 오래 됐고, 그나마 쉬는 일요일은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TV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 몬스터가 소환되면 일요일에도 일단은 출근해야 하니 취미를 놓은 것도 오래였다.

 

 “관두자. 새삼 할 것도 없네.”

 “민영씨, 여기 관두려고?”

 

 이제 막 출근 한 혁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월급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관뒀을 것이다. 혼 길드는 업무량이 많은 만큼 월급도 엄청나서 돈 모으는 맛은 쏠쏠했다. 시간이 없어서 돈 쓰는 맛은 별로 못 느끼지만.

 

 “민영씨 그만두면 곤란한데.”

 “아, 오셨어요? 저 안 그만둬요. 휴가나 갔다 올까 하다가 생각 접었어요.”

 “그러고 보니 민영씨 휴가 안 간지 오래 됐지?”

 

 갑자기 생각난 듯 그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휴가는 둘째 치고라도 그동안의 야근은 모조리 자신 탓이나 다름없으니 미안 할만도 하다.

 

 “어? 길드장님도 휴가 가는 걸 못 본 것 같은데...”

 “길드 마스터가 휴가는 무슨. 항상 길드를 지키고 있어야지.”

 “길드장님이나 저나 처지는 똑같네요. 휴가가게 제 일 도와줄 어시스트 한 명만 뽑아줘요.”

 

 반쯤은 투정이었다. 이제 많이 적응된지라 육체적으로 좀 피곤할 뿐 힘들지는 않았다.

 

 “음, 그럴까? 민영씨를 너무 부려 먹었나보다.”

 “됐어요. 언제 한 번 휴가나 다녀오게 내근 일이나 잘 해주세요.”

 -...븐. 김...과...오... ......리나.

 

 생활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노이즈와 목소리가 섞인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음?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무...무슨 소리?”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하는 혁을 향해 민영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난 그럼 들어가서 일 좀 해야겠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문을 쾅 닿고 잠그는 소리까지 들렸다. 뭐 숨기는게 있나? 민영은 문 뒤에서 귀를 기울였지만 아주 작게 소곤거리기만 할 뿐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진 않았다.

 

 “뭐야...여자 생겼나?”

 

 혁이 숨기는게 있어봐야 아마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모든 걸 다 알아야 할 의무도, 권리도 없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비밀이 있는 법.

 

 “...뭘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민영은 업무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낙서만 하다가 오전을 보냈다.

 

 

***

 

 

 혁이 잠시 빠진 채 1팀이 전투를 나간 것도 이번으로 3번째였다. 처음엔 임시 팀장의 자리가 부담된 난화였지만 빠른 상황판단과 높은 곳에서 주변을 파악하는 능력, 카리스마 있는 치휘 체계까지 갖추고 있어 두 번의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1팀 멤버들은 이제 혁이 필요 없다고 농담을 던져 그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도 가볍게 전투를 마치고 와야만 했다.

 

 “건물에서 떨어져! 접근해서 공격하려고 하지 마! 근접 전투원들은 놈의 신경을 끌면서 도망만 다녀!”

 -2팀, 지훈 부상!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젠장, 뛰어!

 

 부상자 다섯. 게다가 그 중 셋은 중상. 건물 5층 크기 정도인 기간테스는 달릴 때 마다 건물을 무너뜨리고 발을 굴러 그 충격파로 주변 헌터를 모두 날려버렸다. S급 수호 헌터인 2팀 철민을 제외하면 충격파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원거리 공격 대원 전부 관통탄으로 교체해! 어떻게든 다리를 멈추게 만들어!”

 

 니들러 정도는 아니었지만 놈의 피부는 평소 쓰는 헌터들의 총알은 가볍게 튕겨냈다. 훈수와 수원 등, 근거리 공격 대원들의 검으로 생채기 정도는 낼 수 있었지만 그걸로 기간테스를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했다.

 

 “발 구른다! 대충격 방어!”

 

 거대한 발은 인정사정없이 콘크리트로 깔린 땅을 작살내버렸다. 그 충격으로 주변 땅이 모두 솟아오르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헌터들을 무너진 건물 잔해에 처박아버렸다.

 

 -빌어먹을! 관통탄이 통하긴 하지만 별로 아파하지는 않는데요!?

 

 덩치가 큰 만큼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건가. 난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혁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똑같은 S급 몬스터였다. 이전에 상대해 본 적도 있었다. 전술도 그 때와 똑같이 시작했는데 왜 제대로 안 풀리는 거지?

 

 -지원을 더 불러야 하지 않아!?

 -멍청아! 우리보다 랭크 낮은 애들 불러서 뭐 하게?

 -없는 것 보단 도움 되겠지!

 -걔네들이 우리 방패막이냐! 말 가려서 안 할래!?

 

 당황한 1팀과 2팀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말싸움이 붙기 시작했다.

 

 “입 다물어! 말싸움 할 정도로 기력이 남아있으면 싸워!”

 -디펜더 에너지 충전까지 10분 남았어! 조금만 더 버텨!

 

 이 구역 디펜더들이 모여 기간테스의 움직임을 봉한다면 싸우기 더 쉬울 것이다. 크기가 거대한 만큼 얼마나 묶어 줄지 미지수였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보다 나쁠 수는 없었다.

 

 ‘사기들이 너무 떨어졌어. 뭐든 해야 돼. 머리를 굴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야 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난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전을 생각해냈다. 도시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기간테스를 막으려면 이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성공 확률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1팀, 2팀 전원 잠깐 후퇴 후 정비한다. 그 동안 작전을 설명하겠어.”

 

 난화는 자신의 소총 탄환을 폭발탄으로 바꾸면서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최대한 놈의 충격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 시선을 끌어줘. 가급적이면 수호 헌터는 2열종대로, 원거리 공격 대원들은 4열종대로 공격, 근거리 공격 대원들은 뒤로 빠져서 대기. 그리고 그 앞을 철민이 방패를 들고 나랑 같이 천천히 기간테스쪽으로 나아간다. 충격파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 건 철민 뿐이니까. 그리고 난 저 놈 입 속으로 들어 갈 거야.”

 -난화야 미쳤냐!

 

 가장 먼저 반응 한 것은 훈수였다. 그 뒤로 난화를 말리는 통신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자살행위다.

 

 -의도는 알겠지만 너무 위험해.

 

 은성이 침착하게 말했다. 만약 지금 난화가 다치거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죽어버린다면 팀원 전체가 괴멸당할 수도 있었다. 차라리 더 버틴 다음 디펜더들이 기간테스의 움직임을 묶고 그 사이에 집중 공격으로 처리하는게 지금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버티다가 한 사람이라도 더 다치면 전투 자체가 불가능해져.”

 -다시 생각 해 봐! 네가 죽으면 팀 전체가 전멸 할 수도 있어!

 “안 죽으면 되잖아?”

 -그렇긴 한데...

 

 난화가 너무 당당하게 나오자 다른 이들은 할 말이 없어졌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 그 말에 어쩌면, 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녀의 실력 덕분이었다.

 

 -뭐야, 우리가 필요 한 거야, 필요 없는 거야?

 

 쭉 통신을 듣고 있던 수호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하, 필요 없어! 퇴근들이나 해버려!”

 

 그렇게 외치고 난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지시대로 움직여! 안 그러면 진짜 죽을지도 모르니까!”

 

 사람이 저렇게 나오면 도무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잠시 쉬었기 때문인지 아까보다 사기가 오른 팀원들은 저마다 기합을 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민! 운전 잘 해라!”

 -나도 권혁씨 만큼은 합니다!

 

 1팀과 2팀 모두 작전에 맞춰 움직였다. 거센 탄막 덕분에 기간테스는 자리에서 크게 움직이려 하지 않고 발만 굴렀다. 철민은 침착하게 필요할 때 방패를 이용해 충격파를 약화시켰다. 한차례 약화시킨 충격파는 난화의 전진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오오오오오오오!!!!!

 -화났나봐!

 

 계속해서 여기저기 박혀드는 총알 때문에 짜증이 났는지 기간테스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뒷발질을 시작했다.

 

 “돌진이다! 철민! 누워!”

 -뭐...?

 “닥치고 누우라고!”

 

 엉거주춤하게 반쯤 누운 철민은 그녀의 지시로 방패를 45도 각도로 기울였다. 기간테스가 모든 헌터들을 단숨에 집어 삼키려는 것처럼 커다란 입을 벌리고 다시 한 번 포효하면서 달려왔다.

 

 “전 팀원 좌우 회피! 대충격 대비!”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다. 실수하면 저 큰 발에 밟혀 시체도 못 건질지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찰싹 때리고 도약을 준비했다.

 

 “핫!”

 

 짧은 기합을 넣고 그녀는 철민의 방패를 밟았다. 동시에 철민은 방패를 들어 올려 그녀를 더욱 높이 밀어 올려주었다. 공중에서 몸을 기간테스의 정면으로 돌린 다음 난화는 몸을 웅크려 사격 자세를 취했다. 기간테스가 철민 위를 지나갔을 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 죽는 줄 알았네...”

 

 한참 웅크리고 있던 철민이 기간테스가 지나가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일어나 기간테스의 상태를 살폈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부딪힌 것일까 아니면 난화의 폭발탄에 괴로워서 그런 것일까.

 

 -근거리...공격 대원들...고...공격해!

 

 괴로워하는 난화의 통신에 근거리 공격 대원들은 일제히 기간테스에 달려들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결국 핵심이 된 공격은 그녀의 폭발탄인 듯 했다. 난도질을 당한 것처럼 걸레짝이 된 기간테스의 목부분에서 난화가 겨우 빠져나왔다.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헉헉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역전의 용사가 따로 없었다.

 

 “거봐, 안 죽으면 된다고...했잖아...”

 

 난화는 그렇게 말하고 정신을 잃었다. 폭발에 휘말려 괴로운지 그녀는 정신을 잃고도 계속해서 신음하며 고통스러워했다. 현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나이로만 따지면 가장 어린 그녀에게 자신들이 너무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그들은 승리를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오늘의 승리는 피를 바꾸어 얻은 것이었다.

 

 

***

 

 

 혁은 이번 전투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훈수는 오늘 전투의 분위기와 상황, 그리고 난화의 무모함까지 빠짐없이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말했다.

 

 “우리가 그 애한테 너무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난화는 충분히 잘 해줬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뿐이지.”

 “못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냐. 네가 복귀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복귀라. 혁은 울상 짓는 민영의 얼굴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실소할 뻔 했다. 그는 일주일간 서류에 파묻혀 지내면서 그녀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길드 마스터가 쉬운 자리가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아마 압박감에 못 이겨서 그런 무모한 작전을 세운 것 같은데,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다음 전투부터 복귀할게. 장비들도 이제 수리가 다 됐을 테니까.”

 “그래. 난 병원 좀 가볼게. 난화 괜찮은지 신경 쓰인다.”

 “나도 오늘 업무 끝나면 민영씨랑 같이 가봐야겠다.”

 

 훈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혁은 그의 발걸음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주먹을 쥐었다. 책상을 치려던 그는 간신히 화를 참았다.

 

 “젠장...내가...”

 

 갈 곳 없는 분노는 자신에게 향했다. 의자에 걸터앉은 혁은 얼굴을 감싸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녀를 임시 팀장으로 발탁한 것이 이렇게 큰 죄책감으로 돌아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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