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 No. 357   138 hit   2018-01-07 18:45:31
인 더 다크 - 02. 어비스(6)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아무래도 사건은 더 이상 막지 못 할 정도로 커져버린 것 같았다. 혁은 잠든 거리를 달리면서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도한에게서 통신이 들어왔을 때는 착오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도한의 다급한 목소리는 농담할 상황이 아닌 듯 했다. 장소가 가까워질수록 좋지 않은 예감은 더욱 강해졌고 곧 그것은 확신으로 변했다.

 

 “미친놈들...”

 

 역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곳에는 헌터 킬러 넷과 몇 명인지 알 수 없게 된 토막 난 시체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참혹한 광경에 혁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오, 드디어 오셨어.”

 “우리한테 무슨 페로몬이라도 뿜어져 나오나봐?”

 

 레이븐의 등장에 헌터 킬러들이 돌아보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사람을 죽여 놓고 농담이 나오나?”

 

 수적 열세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혁은 단검을 뽑았다. 지금까지 싸워본 경험으로 보자면 결코 혼자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싸우는데다 약물의 영향인지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헌터 킬러들을 홀로 상대하려면 S급 헌터를 초월해야 가능할거라 생각하면서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상대를 경계했다.

 반면 헌터 킬러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수준이 S급 헌터 뺨칠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다 숫자가 넷이었다. 만약 A급이라 할지언정 네 명 정도면 S급 헌터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혁은 가장 먼저 장검을 내리치며 달려든 헌터 킬러를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피하면서 허리를 베었다. 베는 느낌은 났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다시금 경계를 하면서 빙빙 돌았다.

 

 “젠장 이러면 끝도 없어! 그냥 달려들자고!”

 

 단검에 장검, 건틀렛까지. 이걸 왜 사람에게 쓰려는 걸까. 혁은 입술을 깨물고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막고, 반격까지 시도했다.

 

 “커헉!”

 

 주먹을 막고 어깨로 단검을 내려찍는 공격은 성공했지만 덕분에 왼쪽에서 베어 들어오는 단검을 피하지 못하고 혁은 왼팔을 베이고 말았다. 그 때부터 주도권은 완전히 헌터 킬러들에게 넘어가 점점 공격당하는 빈도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혁은 쓰러지지는 않았다. 최근 운동하는 시간을 늘린 덕분에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도한이 경찰들과 함께 나타날 것이다. 

 혁은 날아드는 단검을 피하고 왼쪽에서 내려치는 장검을 흘려보낸 후 뛰어올라 머리 위에 있는 비상계단의 난간을 잡고 주먹질을 하려는 놈의 얼굴을 발로 차버렸다. 반동을 이용해 멀리 착지함으로써 놈들의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헌터 킬러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고도 숨 한 번 허덕이지 않았다. 어쩌면 네 명이 번갈아가며 공격하기 때문일지도. 상대의 공격을 전부 피하거나 받아치는 혁은 그들과 반대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지치진 않았지만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그들의 공격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함을 알았기 때문에 그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그 아저씨는 뭐 하는 거야, 아직도 안 오고!’

 

 괜히 도한을 향해 짜증을 내고 혁은 최대한 반격을 섞어가면서 수비적으로 싸움을 진행했다. 싸움의 주도권은 결코 혁에게 오지 않았고 기어코 그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가로로 베어 들어오는 장검을 피하지 않고 막아버렸고 결국 또 다른 장검을 든 헌터 킬러의 공격에 등을 베이고 말았다. 꽤 깊게 난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렀고 혁은 다음 공격, 그 다음 공격까지 당해버렸다.

 순식간에 끝난 싸움의 승자는 헌터 킬러들이었다. 죽지 않은게 용하다 싶을 정도로 혁의 상태는 심각했다. 온 몸에 큰 상처를 입고 가만히 둬도 과다 출혈로 죽을 지도 몰랐다.

 

 “어디, 우리 까마귀 헌터님 용안이나 한 번 볼까? 대체 누구신데 맨날 우리를 방해할까?”

 

 능글맞은 목소리로 헌터 킬러 한 명이 그의 가면에 손을 댔다. 그와 동시에 혁이 그의 손을 잡고 벗기지 못하게 버텨냈다.

 

 “이...이 자식이 손 놔!”

 “크윽...”

 

 점점 손에 힘이 빠지고 혁의 까마귀 가면이 벗겨지려는 찰나의 순간 총성과 함께 헌터 킬러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으...으아악!”

 

 비명이 끝나고 헌터 킬러는 뒤로 나자빠져 정신을 잃었다. 평범한 총알이 아니었다. 그것을 신호로 여러 발의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했고 혁은 간신히 그들에게서 떨어져 벽에 몸을 기댔다.

 

 “잡아! 한 놈이라도 더 잡아야 돼! 늦어서 미안하네!”

 

 경찰들이 헌터 킬러를 쫓는 동안 도한이 그에게 다가왔다.

 

 “마비탄 사용 허가 받느라 늦었어.”

 “하아...하아...괘...괜찮소. 각오는 하고 있었으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일을 그르칠 뻔 했다.

 

 “병원으로 가야...어디 가는 거요!”

 “이대로 가면...내 정체가 밝혀질 테니...걱정 하지 마시오...다음에 또 봅시다.”

 

 혁은 그렇게 말하고 터벅터벅, 쓸쓸한 모습으로 모습을 감췄다. 도한은 그가 걱정됐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레이븐이야 또 기회가 있겠지만 헌터 킬러는 아니다. 한 놈이라도 잡아서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백제를 써서라도...

 

 “과장님! 헌터 킬러 두 놈은 체포에 성공했고 나머지 두 놈은 도주했습니다!”

 

 두 명이라. 솔직히 말하면 네 명 전부 체포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비탄 사용 허가까지 받아 왔건만. 도한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두 놈은 지금 바로 이송해. 이틀 뒤에 조사할 테니 감시 잘 하고. 이거 수습은 언제 한 대냐?”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날이 갈수록 더 지독해지네요.”

 “그러게 말이다. 이 새끼들은 사람 죽여서 무슨 이득을 보려는지 모르겠어.”

 “뭐, 세계정복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원석이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도한도 따라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세계정복이라. 젠장. 그럼 우리가 정의의 사도라도 돼야 하는 거냐?”

 “무슨 말씀 하십니까. 저희는 벌써 정의의 사도죠.”

 

 좀 유치하지만 도한은 원석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정의의 사도! 그거 아주 좋네. 좋아.

 

 

***

 

 

 몇 번이나 까무러칠 뻔 했지만 혁은 결국 길드 마스터 사무실에 당도할 수 있었다. 즉시 할 수 있는 곳은 지혈을 하고 링거를 이용해 영양제를 투입했다. 30분가량을 쉬고 난 뒤 그는 병원에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아 의자를 넘어뜨렸지만 그는 간신히 책상을 붙잡고 일어날 수 있었다.

 

 “요즘은 나갈 때 마다 목숨 내놓고 하는 것 같네.”

 

 그는 스스로를 향해 투덜거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스스로 발을 들이긴 했지만 혁은 언제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길드 일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그만 둬야 할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피해를 받는 사람들 또한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 길드원들은?

 

 ‘아파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은 더 많아지네.’

 

 일단 병원에 갈 생각만 해야겠다며 그는 고개를 세차게 몇 번 젓고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얼빠진 목소리로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미...민영씨?”

 

 

***

 

 

 이틀 뒤 도한은 경식과 함께 취조실에서 그 날 체포한 두 명의 헌터 킬러 중 한 명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름.”

 “정다운이오.”

 

 이름을 듣자마자 도한은 다운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앞으로 엎어져 이마를 박을 정도였다.

 

 “너는 새끼야 이름처럼 정답지를 못해? 어디서 뽕 맞고 사람을 죽이고 다녀!”

 “사람 죽이는데 이름이 뭔 상관이요.”

 

 고개를 처박은 채 다운이 킥킥 거리면서 답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놈에게서 어떤 정보가 됐든 캐내야 했다.

 

 “과장님, 이름으로 검색하니 다 나오는데요?”

 “어디 한 번 보자. 뭐 하는 새낀가.”

 

 다운은 헌터 관리청에 등록 된지 10년이 넘은 헌터지만 아직 랭크는 D였다. 보통 10년이면 못해도 B랭크는 갈 법 한데 어디서 뭘 하고 다녔는지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물론 헌터로 등록했다고 해서 모든 헌터가 몬스터만 잡고 다니란 법은 없다. 길드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길드에 들어가더라도 너무 작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헌터도 많았다. 혹은 헌터라는 이름을 금품갈취 등의 상대적으로 작은 범죄에 이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비스 길드 소속? 얘네 의학 기술로 알려진 애들 아냐?”

 “어, 그러네요. 길드 마스터가 아마 지광훈 박사 일 거예요. 근데 여기는 사냥보다는 주로 연구를 많이 할 텐데?”

 

 지금 헌터들이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이유도 지광훈 박사 도움이 컸다. 특히 외상을 빨리 나을 수 있게 한 쾌속 회복약의 발명은 헌터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도움을 주었다. 정부 또한 그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자금이나 뛰어난 과학자들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이런 길드에서 어떻게 이런 놈이 나왔지?”

 “근데 과장님. 처음 잡혔던 헌터 킬러도 어비스 길드 소속 아니었어요?”

 “뭐?”

 

 원석이 노트북 자료를 뒤져 화면에 띄웠다. 그의 말대로 어비스 길드 소속이었다.

 

 “야, 그 죽은 놈은 어디였지?”

 “찾아볼게요, 잠시만요.”

 

 잠시 후 도한은 경악했다. 세상에 눈앞에서 힌트를 보고도 못 찾다니. 지금까지 모든 헌터 킬러들의 소속은 어비스 길드였다.

 

 “이제야 깨닫다니, 바보도 이런 바보들이 없군.”

 

 어느 새 고개를 든 다운이 두 사람을 깔보듯 비웃었다. 기분 상한 도한은 그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새끼야, 말해봐. 지금 너네 길드 무슨 작당이야?”

 “킥킥킥. 작당? 이제부터 시작이야.”

 “과장님! 지금 바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원석이 취조실로 뛰어 들어와 도한을 불렀다. 그의 다급한 목소리는 심각한 상황임을 대번에 알 수 있게 했다.

 

 “경식아. 이 새끼 다시 가둬놓고 너도 사무실로 와라. 아무래도 더 물어볼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도한은 그 말을 남기고 곧바로 원석과 함께 사무실로 뛰었다. 젠장, 이래도 감시과 증원 안 하면 내가 당장에 때려 치고 만다.

 

 

--------------

 

 어비스편이 끝났습니다.

IU는뉘집아이유?
자작글
구 배틀페이지의 자작글 게시판 안내입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에스퍼
2016-01-28
12:23:38
3,771
제2회 장르 문학 동아리 단편 대회 수상작 발표 +9 (15)
열다섯 살
Lv38 키르슈
2018-07-15
17:47:24
521
465 개노잼 소설 -6-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05:25:18 12
464 어머니 친구 딸내미 시리즈 현재까지 정리
전문 카운슬러
Lv38 야한꿈꾸는누운G
2018-08-17
17:31:47
27
463 습작) 닭이 되지 못한 채 외 3개.
알아서 로그인되는
Lv32 아스카
2018-08-16
12:52:02
36
461 개 식용에 관한 고찰
알아서 로그인되는
Lv32 아스카
2018-08-16
02:49:00
39
460 저 하늘의 별 - 1 +1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5
15:49:34
29
459 +2 (3)
삑삑, 학생입니다.
Lv38 정력왕
2018-08-15
03:52:54
50
458 개노잼 소설 -5-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3
23:06:46
28
457 저 하늘의 별 - 프롤로그 +1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1
22:10:02
47
456 [단편] 아내 살인범을 찾습니다. +3 (5)
노화방지
Lv34 꾸꾸맘
2018-08-11
01:37:49
84
455 개노잼 소설 -4- +2 (2)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1
01:08:06
35
454 개노잼소설 -3-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05
00:28:04
44
453 개노잼 소설 -2-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01
22:43:29
62
452 버질 설정집 2. 오크식 외날검(Orcish Katana) +3 (3)
게임 리뷰어
Lv38 버질
2018-08-01
21:33:32
73
451 개노잼 소설 -1- +1 (2)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7-31
21:50:31
65
450 주제 교환 이벤트 - 검 +5 (3)
눈팅하고 있는
Lv38 기번
2018-07-29
22:41:01
111
449 주제 교환 이벤트 - 마녀의 저주 +5 (6)
노화방지
Lv34 꾸꾸맘
2018-07-29
21:38:21
152
448 주제 교환 이벤트 - 프로틴 보충제 +4 (4)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네빙
2018-07-29
17:59:41
83
447 주제 교환 이벤트 - 소나기 오니까 (주제 : 소나기) +4 (6)
자작그림에 관심이 많은
Lv38 도프리
2018-07-29
17:36:25
109
446 주제 교환 이벤트 - 흑기사 +5 (7)
새내기
Lv10 배페인
2018-07-29
12:40:50
119
445 주제 교환 이벤트 자작 소설 -버거. +4 (7)
삑삑, 학생입니다.
Lv38 정력왕
2018-07-29
01:51:23
105
443 버질 설정집 1. 강령술사(Necromancer) +2 (1)
게임 리뷰어
Lv38 버질
2018-07-28
23:13:46
80
442 살아남은 악당, 죽은 영웅. +1 (3)
새내기
Lv10 배페인
2018-07-26
13:00:56
147
441 개인 설정 글(2018.8.11 추가) +1 (1)
아이콘 헌터
Lv38 나쁜 엉덩이
2018-07-23
15:20:52
108
440 소녀전선 팬픽] 어느 인권단체 업자의 하루 시리즈 + 단편 외전선들 +3 (2)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2 게리
2018-07-18
11:35:28
192
439 망해버린 야구소설 프롤로그 +2
열다섯 살
Lv38 키르슈
2018-07-17
12:21:47
138
438 픽션
퍼센트 브레이커
Lv38 점a당함
2018-07-16
01:06:34
149
437 제2회 장르 문학 동아리 단편 대회 수상작 발표 +9 (15)
열다섯 살
Lv38 키르슈
2018-07-15
17:47:24
521
436 개병신 킹오파 팬픽 2 +3 (10)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지온트
2018-07-11
15:02:39
620
435 개병신 킹오파 팬픽 +14 (17)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지온트
2018-07-04
20:19:29
4,372
434 자살 후 발견된 어느 남자가 쓴 자기 분석 노트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7-11
13:56:42
150
  • 에스퍼코퍼레이션     사업자등록번호 : 846-13-00110     통신판매업신고 : 제 2015-인천남동구-0494 호     대표 : 황상길(에스퍼)
    개인정보 관리책임자 : 황상길(에스퍼, webmaster@battlepage.com)
    SINCE 1999.5.1. Copyright(c) BATTLEPAG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