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 No. 358   193 hit   2018-01-08 19:31:20
3개의 정의-4- 신뢰 +3
  • User No : 259
  •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오후 일과가 시작할 때쯤 오전에 외부로 나갔던 제퍼 상사와 지현 중사가 돌아왔다.

수비대장님, 제퍼 상사 외 1명 돌아왔습니다.”

, 수고했네.”

일반 사람보다 근육이 다부진 덩치와 키가 월등하게 큰 제퍼가 대표로 복귀 보고를 했다.

제퍼가 덩치가 남다른 이유는 보통 인간이 아닌 정령족 그중에서도 대지 정령을 숭배하는 종족이었다. 제퍼는 제국의 수혜를 받기 위해 먼 곳에서 와서 제국으로 입대를 한 다른 종족 사람으로 정령족들은 마법에 저항력이 강한 특징이 있었다.

지현 중사도 제퍼 중사와 마찬가지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온 여군이었다. 지현 중사는 등에 날개가 달려있는 용족이었는데, 보통의 인간들보다 반사 신경이 좋고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제퍼 상사는 가서 무슨 일을 했나?”

레베카는 하던 일을 잠시 밀어두고 두 사람을 향해 의자를 돌려 앉았다.

저는 경계 구역으로 가서 무너져 내린 곳들 보수작업을 했습니다.”

제퍼는 묵직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지현 중사는?”저는 그곳 전 병력들이 작업하는 동안 경계를 대신 했습니... 에취!! 흐아, 죄송합니다.”

지현 중사의 갑작스러운 재채기. 입을 막지 않고 했던 탓에 침이 레베카에게 향했지만, 레베카는 손바닥으로 재빨리 막아냈다.

감기라도 걸렸나?”

그건 아닌데, 경계구역 쪽 하늘이이 워낙 춥다 보니까.......에취!!””

제퍼는 지현의 무례함에 무서운 눈초리로 내려 보며 무언의 경고를 했지만, 지현은 신경을 전혀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코앞을 슥 닦아내기만 했다. 그런데 정작 레베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했다.

험한 곳에서 수고 많이 했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점심은 먹었나?”

, 그쪽에서 준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전 그거 맛없어서 안 먹었습니다.”

지현 중사의 말에 제퍼는 눈빛을 쏘아붙였지만, 지현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꼬르륵

배고파......”

지현은 배에서 온 신호와 함께 힘 빠진 혼잣말을 했다.

용족들은 그렇게 아둔한가?”

제퍼는 그런 지현의 행동을 참다못해 묵직한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 꼭 그렇진 않은데........”

지현은 제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찮다는 듯 대충 대꾸하였다.

레베카는 지현과 제퍼의 대화를 신경 쓰지 않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지폐 몇 장을 집어 빼 지현에게 내밀었다.

식당에 있는 음식이 남아있더라도 지금 시간이면 아마 다 식었을 걸세. 어디 배달을 시키던 지하 매점으로 가든 끼니는 해결하고 오게나.”

~감사합니다.”

지현은 레베카의 돈을 받자 기분이 좋아져 미소를 지었지만, 제퍼는 이를 탐탁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얼른 내려갔다 오게. 바로 시킬 일이 있으니까.”

지현 중사는 레베카의 명령을 듣자마자 얼른 부서 밖으로 낮게 날아서나갔다.

수비대장님, 가끔 느끼지만, 중사한테 너무 오냐오냐하시는 거 아닙니까? 가끔은 버르장머리에 쓴소리라도 해주시는 게 좋지 않습니까?”

그게 중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지. 하지만 당장은 별로 그러고 싶진 않네.”

어째섭니까?”

중사가 오늘 일하면서 자네를 방해하거나 본인 임무에 소홀히 했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게 이유일세.”

제퍼는 레베카의 말에 완벽히 동의하지 않은 듯 표정을 풀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정도는 이해했음을 표현했다.

뭐 무엇보다도 나 대신 해줄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군요. 하지만.......”

레베카는 제퍼가 자신의 말에 만족하지 않은 것을 알고 책상서랍에서 클립보드 하나를 보여줬다. 제퍼는 그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제야 비로소 표정이 풀렸다.

벌써 중사가 그럴 때입니까?”

간부면 다 해야지 않겠나?”

레베카는 클립보드를 다시 서럽에 넣으며 검지를 입에 가져대며 주변에 흘리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다. 제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비대장님, 제 오후 업무는 뭡니까?”

막사 외부에 간단한 작업이 있다고 들었네. 유류 창고로 가주게.”

 

지현은 지하 매점에서 잔뜩 사 먹은 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부서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현 중사

지현은 복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 뭐야 성민 오빠네?”

!

아퍼.......”

막사 내에선 중위님이라 부르랬지

성민과 지현은 용족인 아버지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길러진 피가 섞인 남매였다. 다만 성민은 용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지현은 영향을 많이 받아 서로 다른 모습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두 사람은 그런 차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평범한 남매답게 지냈다.

그래서 일 잘하고 왔어?”

!

사람들에게 살갑고 능글맞은 성민이었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여동생에게만큼은 조금 엄격했다.

중위라고 생각하라니까

아무도 안 보는데 상관없잖아

성민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자신이 때린 부분을 쓰다듬어주었다. 지현은 무표정했지만, 그런 성민의 손길이 싫지는 않아보였다.

오빠는 뭐하고 있었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서로 마주 걸었다.

지금은 잠깐 군수과에서 뭐 좀 주러 갔어.”

그렇구나.”

넌 오전에 외각에 작업하러 나간 거 아니야?”

근데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밥 먹고 오래서 막 먹고 오는 길이지. 대장님이 많이 사먹으려고 돈도 주셨어.”

지현은 자랑이라도 하듯 목소리를 조금 높여 얘기했다.

나 참, 수비대장님한테 자꾸 신세 지지 말라니까, 나중에 여러모로 귀찮아진다고

뭐가 여러모로 귀찮아져?”

넌 아직 군 생활을 오래 안 해서 몰라.”

나도 이제 중산데

계급이 다가 아니야.”

성민의 눈엔 지현이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답답했다.

제발 적당하게 남한테 눈에 띄지 말고 지내줘

내가 그랬나?”

지현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 갸우뚱거렸다.

그러고 있잖아.”

그렇구나.”

이런 건 또 적당히 대답하네.”

오빠가 그러라......”

!

아야야........”

성민은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의 동생이 꼼꼼함만 빼고 너무 자신을 닮아 여유를 부리며 사는 것이 불안했다. 반면 지현은 성민이 왜 자꾸 자신에게만 까다롭게 구는지 몰랐지만, 그냥 오빠로서 집안에서 방 청소하라는 것처럼 괜히 잔소리하는 거라 그러는 거겠지 하며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둘이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어느새 부서로 도착했고 둘은 그러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정확히는 성민이쪽이 먼저 무시했다) 성민은 자기 자리로 지현은 레베카에게 돌아갔다.

돌아왔나, 지현 중사.”

, 수비대장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지현은 만족하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번에는 맛이 없어도 끼니는 되도록 거르지는 말게나. 전쟁에서는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는 없어. 자네도 이제 중사니 좀 더 의젓하게 행동하게.”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여기 오늘부터 할 자네 일일세

레베카는 지현에게 클립보드에 고정된 얇은 서류 묶음을 줬다. 지현은 자신이 작성해야 할 서류라고 생각하고 하품을 하며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류의 내용을 보면 볼수록 조금씩 지현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수비대장님, 저 긴급대기조 간부 해야 합니까?”

지현은 입 밖으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윗 송곳니를 긁으며 불안함을 표시했다.

중사니까 슬슬 해야지 않겠나? 간부라면 한 번씩은 다 겪어봐야지. 행정관님이랑 상의해서 상급 부대에 이미 이름은 올려놨으니 변동되진 않을 걸세.”

지현은 레베카의 말에 뜨악한 표정이 되었다.

..혹시 이거 며칠 동안 합니까?”

배정되고부터 1달 동안이지. 아마도 다다음주에 임무 하달이니 그전까지 긴급대기조면 뭐해야 하는지 그걸 전부 외우도록. 가서 못하면 자네 상사 진급이나 앞으로의 보직에 영향이 클 테니 신경 써서 준비하게.”

지현은 레베카에게 경례를 한 뒤 깊게 한숨을 내쉬며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자리로 돌아갔다.

레베카와 지현의 대화를 옆자리에서 유심히 본 클레인은 지현이 자리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뒤 조심스레 레베카에게 다가갔다.

소령님

무슨 일인가 클레인 소위?”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화가 들키지 않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현 중사한테는 좀 이르지 않습니까? 그녀보다 오래 복무한 사람 중에 긴급대기조 안 한 사람에 헤리온 상사나 제인 중사도 있습니다. 왜 지현 중사를 먼저 추천하신 겁니까?”

헤리온 상사나 제인 중사는 감정에 따라 성격이 급격히 나빠져서 병사들을 이끄는 일에 적합하지가 않아. 긴급대기조 간부는 냉정함이 최우선이지

그 뜻은 지현 중사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아마도. 적어도 허둥거리는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입니까?”

클레인은 잠시 지현을 바라보았다. 지현은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레베카가 준 것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크게 한숨을 쉬고 책상에 엎드렸다. 그리고 자신의 날개를 이불처럼 덮어서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외람된 말이지만, 솔직히 제가 보기엔 많이 불안합니다. 아무리 그 두 사람이 확실히 부적합하다 해도 지현 중사가 그 둘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네 예전에 베티 대위를 처음 만날 때를 기억하나?”

, 기억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자네는 처음에 볼 때 그녀가 어엿한 대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나?”

하하하, 솔직히 그땐 군인이 아니라 어느 시끄러운 동네 아저씨라고 봐야지 않겠습니까?”

클레인은 베티에 관한 재밌는 과거가 떠올려지자 크게 웃었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다들 레베카의 자리로 시선이 갔고 클레인은 민망함에 헛기침하며 모면 해보았다. 레베카는 부하들에게 별 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눈치를 줬다. 다들 의아한 눈초리였지만, 금방 자기 일에 다시 매진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옛날 생각에 그만

그럴 수도 있지. 아무튼 지현 중사는 그에 비하면 훨씬 낫지 않나?”

허나 둘을 비교하는 건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아무리 사고뭉치였다 해도 적어도 베티 대위는 의욕만큼은 하늘을 치솟았습니다. 그에 비해 지현 중사는 음.......좀 게으른 것 같습니다. 오빠인 성민 중위도 그런 감은 있지만, 그는 워낙 능력이 좋다보니 상관없지만, 지현 중사는 그 부분만큼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봤을 때는 지현 중사가 성민 중위보다 낫다네.”

? 어째서입니까?”

클레인은 예상치 못한 레베카의 말에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최소한 지현 중사는 자신과 남들에게 솔직하다네. 성민 중위는 그 점이 부족하고. 신뢰의 문제일세.”

정말 그뿐입니까?”

그렇지. 내가 자네나 베티를 계속 믿었던 것도 같은 이유니까. 부하가 신뢰를 보여주는데 내가 안 믿으면 안 되지.”

클레인은 감동 반 의구심 반인 기분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반박 혹은 속내를 들춰보고는 싶었지만, 클레인 또한 레베카를 믿고 따르는 입장으로써 이해해주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지현 중사를 못 믿은 것 같습니다.”

아니네, 솔직히 그렇게 보는 게 당연한 거니까. 이견을 받는 건 중요하네. 자네 말대로 헤리온 상사를 보내는 것도 조금 고려해 봐야겠군.”

레베카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클레인을 바라보았고 클레인은 그에 맞춰 웃으며 경례를 하는 것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저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던 걸까? 게릭은 딱딱한 바닥에 너무 오랫동안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조금 저리기 시작했다. 가끔 등이 가려워서 비늘을 때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다. 등을 받쳐주고 있던 거대한 검은 늑대 흑월은 어느새 잠에 빠져서 코를 골고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린을 위한 기나긴 기다림. 하지만 수 세기를 살아온 게릭에게는 이런 기다림은 아주 익숙했다. 짙은 안개 속, 악마의 저택 앞에 있음에도 겁 하나 먹지 않고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으로 게릭의 배가 조금 고파질 찰나였다. 자고 있던 흑월이 고개를 들더니 집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게릭도 그에 따라 같이 뒤를 돌아보았다.

왔냐?”

게릭은 안개 속의 실루엣이 정확히 누군지 육안으론 판단할 순 없었지만, 흑월의 쫑긋 솟은 귀와 빠르게 흔들리는 꼬리를 보고는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게릭은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개 속의 사람을 맞이해줄 준비를 했다.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서로의 목소리를 교환하니 안개 속의 린이 모습이 나타났고, 그에 맞춰서 굳게 닫힌 철문도 저절로 열렸다.

얼마나 기다리셨나요?”

두 시간? 세 시간? 그게 뭐 중요합니까? 다친 데 없이 안전하게 오면 됐지.”

린은 흑월에게 몸을 숙여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주인의 무사함에 기분이 좋아진 흑월은 몸을 일으켜 린의 손을 핥아주었다.

근데 생각보다 오래 얘기했네요. 솔직히 전 금방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맞아야만 오래 얘기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반대니까 얘기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좋았어요.”

게릭이 슬슬 가자는 의미로 흑월의 가슴줄을 당기자 흑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털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했죠?”

글쎄요, 대화내용을 정리하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들 사이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누군가의 원한 담긴 울음소리인 것처럼 부는 으스스한 바람. 흑월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를 쫑긋 세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여기는 다시 오고 싶진 않군요. 아무리 악마가 산다지만, 정말 기분 나쁩니다.”

게릭님은 샨님을 비롯한 악마들을 싫어하시나요?”

이래나 저래나 양심 없는 녀석들인 건 맞으니까요. 저들은 상대의 무언가를 뺐거나 없애는 것으로 삶의 낙을 얻는데, 좋게 볼 수는 없죠.”

그렇습니까.......”

린은 힘들고 깊은 고민에 빠진 듯 바닥을 바라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 왜인지 그들이 조금은 믿을만하다고 느껴졌어요.”

뭔 소리 하세요? 그 녀석이 그래 달라고 애원이라도 합니까?”

게릭은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조금 화난 듯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왜 그럴까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지만 분명 그 안에서는 그렇게 느꼈는데, 나오고 다시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어요. 너무 평범하게 대화하다보니 분위기에 홀려버린 것만 같아요.”

하아

게릭의 큰 한숨은 린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자신이 하지도 말아야 할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너무나 불안했다.

린님, 제발 쉽게 흔들리지 말라고 그 녀석이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한 생각을 한 거 같습........”

그런 뜻이 아닙니다.”

게릭은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면?”

린은 그런 게릭의 말투에 살짝 겁을 먹었다.

전 린님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상관없습니다. 톡 까놓고 말해서 그 녀석들이랑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남들은 몰라도 저는 기분이 더러워도 일단은 묵묵히 따를 겁니다.”

게릭은 목 뒤에 있는 허물 찌꺼기를 긁어냈다.

다만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라는 겁니다. 린님도 곧 있으면 한 집단의 지도자입니다. 이럴까 저럴까는 좀 줄이시란 말입니다. ?!”

끝을 잔뜩 올려 말하는 게릭.

..알겠습니다!”

린은 어른에게 혼나는 것처럼 잔뜩 기합이 들었다.

에휴, 아직도 지도자가 되기엔 한참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정말.”

!!!!”

흑월이가 분위기에 편승하는 듯 갑자기 게릭을 향해 대드는 듯 짖기 시작했다.

얌마, ? ?”

그에 맞대응하며 흑월의 머리를 때리는 게릭. 그러나 그것은 큰 참사를 일으켰다.

이 멍청한 늑대가? ! 으악! , 똥개!!”

힘과 체중으로는 거대한 늑대 흑월을 이길 수 없던 게릭은 흑월의 짓누르기에 그대로 당해 넘어지고 말았다. 흑월은 기회를 잡았다 싶었는지 손바닥으로 열심히 게릭의 얼굴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안돼요, 흑월 그만 해요! 버릇없이 그러면 못써요!”

린은 연약한 팔과 안 되는 힘으로 힘겹게 흑월의 가슴 줄을 당겼다.

, 개새끼야!! 너 오늘 진짜 뒤지고 싶냐?”

흑월! 제발.......!으으, 좀 멈춰요!”

흑월은 두 사람의 저항을 거뜬히 이겨내고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게릭을 괴롭히고 나서야, 그를 놓아주고는 몸을 털어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

몰라요......이게 발정이라도 났나, 드디어

게릭은 하얀 옷에 묻은 더러운 흙먼지를 털어내며 일어났다.

너 집 가면 이번엔 진짜로 떼어버릴 거야! 알았어?!”

!월월월!”

서로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눈빛싸움을 하자 린은 어쩔 줄 몰라 서로의 눈치만 바쁘게 살펴봤다. 그렇게 잠시간의 흑월과 게릭은 눈빛으로 기 싸움을 했다. 하지만, 좀 더 지성인(?)이라 볼 수 있는 게릭이 먼저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 내가 졌다! 린님, 가죠. 어서!”

게릭은 흑월에게 이번에는 봐주겠다는 것을 린에게 돌려서 말했다.

뱀의 모습 때문인지 더욱 날카로워 보이는 게릭과 연신 씩씩거리는 흑월. 아까전의 다툼 때문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하늘에 드리워진 탁한 안개만큼이나 답답한 분위기에 린은 어쩔 줄 몰라 양 손을 맞잡아 만지작거리며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어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그저 안개가 언제 걷힐까 하늘만 바라보는 것이 린에게 허락된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드디어 하늘에서 태양이 보이기 시작하고 하늘에는 새가 땅에는 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산하게만 느껴졌던 바람은 어느새 기분 좋은 바람으로 변했다.

, 해에요

린은 반가움에 드디어 말문을 열었고 게릭과 흑월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왠지 가만히 태양을 보고 있자니 서로가 가지고 있던 안개가 걷혀지는 듯했다.

린님

한결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게릭의 화도 조금 누그러진 듯 했다.

?”

아까는 제가 좀 버릇없었습니다.”

게릭은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아까 전의 못난 자신이 쑥스러웠는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얼굴을 긁으며 사과했다.

..아니에요! 제가 너무 부족했던 탓이에요. 쓴소리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린은 예의 바르게 게릭의 사과를 받고 자신도 사과했다.

끼잉......끼잉......”

뭐 임마?”

흑월은 게릭의 어깨에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 , 알았다. 그만 비벼. 네 냄새 배는 거 싫다 이놈아.”

게릭은 툴툴대면서도 흑월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린은 비로소 얼굴이 밝아지고 미소를 띨 수 있었다.

역시, 다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걸 힘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지 않고요.”

전자는 동의합니다만 후자는 잘 모르겠군요. 가끔은 필요하니까 저 같은 놈이 있는 거죠.”

게릭은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의 처지가 조금 웃겼는지 피식 웃었다. 린은 그의 웃음이 어떤 이유에서였던 듯 나쁜 뜻이 아니란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다툼과 폭력은 그저 억지로 막는 수단일 뿐이에요. 돌고 돌게 되죠. 우리는 결국 끝맺을 수 있는 한쪽의 용서가 필요해요.”

, 손톱놈이 그런 말이라도 했습니까?”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긴 했죠. 물론 그분은 게릭님보다 훨씬 거친 의견이지만요. 결국 다툼은 전쟁이 결론지을 거라고 하더군요.”

근본부터 악마인 녀석인데 당연하죠.”

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게릭은 그런 린의 모습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근데 악마면 무조건 다 나쁜 걸까요? 그냥 선입견 아닐까요?”

아까부터 애매하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진짜 둘이 무슨 연애라도 한 겁니까?”

환경이 분위기를 만드는 걸까? 아까와 비슷한 무거운 주제임에도 한결 가벼운 분위기였고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그냥 서로의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살인과 용서. 그렇게 요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 얘기하다보니 그 손톱 녀석을 용서하고 싶어진 겁니까?”

당연히 무조건 좋은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살인을 낙으로 즐기던 분을 쉽게 용서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대화를 하다 보니 의외로 이성적인 면모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어쩌면 정말로 그를 바른길로 고칠 수 있는 실마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린은 여태 게릭과의 대화 중 가장 확고한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말이죠? 쉽지는 않을 텐데요.”

여행하다보면 설득할 만한 실마리가 있지 않겠어요?”

이게 돈이 걸린 도박이면 불가능에 걸겠습니다만, 그런 건 아니니 뭐, 최대한 응원은 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해보십쇼.”

감사합니다, 게릭님

린은 게릭의 무심한 그 말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덧 린 일행은 풀밭을 지나 한 진한 흙으로 된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린은 걸을 때마다 흙냄새를 맡으니 생생하게 느껴졌다. 살아있는 길을 걷는 기분이 드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 녀석한테 이성이요? 마치 불이 차갑다고 말하는 거 같은데.”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게릭.

하지만, 오늘 느낀 건 정말로 차가운 불이었는걸요.”

린은 자신의 심장 쪽에 손을 대며 말했다.

뭐가 문젭니까?”

잘 모르겠지만,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살인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사람 중에서 중죄인들만을 선택하여 죽이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처벌방법은 아니지만.”

린은 죽이고란 말을 할 때 잠깐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잊지 마세요. 그 녀석은 수 세기 전에 재미로 한 나라를 멸망시킨 괴물입니다.”

전 그게 의문이에요. 과연 정말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서 그랬던 걸까요? 뭔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린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게릭은 잠깐 말을 잊지 못했다. 잠시 대화가 멈추게 되니 귓가에는 나무의 산들거림과 동물들의 수다가 들려왔다.

참나, 내가 이런 걸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니. 악마를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세상에 린님밖에 없을 겁니다.”

게릭은 이 주제에 더는 왈가왈부 하는 것이 싫어져 괜히 투덜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약속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린은 분위기 환기를 위해 주제를 바꿔보기로 했다.

약속? ~그거군. 잘 지키고 있답니까?

샨님은 아직 죽일 수 있는 생명의 제한선 어기지 않고 지내고 있더군요.

때문에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네요. 레베카 이야기도 했습니까?”

, 오랜만에 그 이름을 들으니까 좋았어요.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게릭은 갑자기 혼잣말로 이라고 중얼거렸다. 린은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피식 웃었다.

게릭님도 레베카님 보고 싶으시죠?”

안 봐도 걔라면 잘 있을 겁니다.”

게릭은 갑자기 투덜거렸다. 린은 그것이 재밌어서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일단은 참기로 했다.

여행할 때 제가 꼭 만나서 안부 전해드릴게요.”

만나서 반갑다고 울지나 마십쇼.”

샨은 심드렁했지만, 린은 그런 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샨님이 아닌 다른 악마와도 같이 대화해볼 참입니다. 아까 전 게릭님 말대로 제 생각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난 뒤에 그 얘기를 다시 하죠. 그땐 저희 둘만 하는 게 아니라 저택의 모두와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그들 앞에서 허공에 균열이 생기고 갈라져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과 흑월은 그런 기이한 현상이 익숙한 일인 마냥 그 앞에서 기다리는 듯 멈춰 섰다.

? 그런데 곧 바깥세상 여행을 하는 날인데 그것까지 할 시간이 되나요?”

시간이 나면 그쪽에서 초대해준 데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치 않나 봐요.”

능력 참 대단하군요. 하긴 뭐 이쪽이 할 말은 아니지만

어느 덧 넓어진 균열 속에는 거미줄 같은 것 가득했다. 그리고 그 거미줄 속에 흑월보다 조금 작은 개미같이 생긴 검은 벌레가 나왔다.

이제 오셨습니까라까라?”

벌레는 특이한 말투로 인사를 했다.

, 조금 늦었네요. 어머니 벌레는 잘 계시죠?”

말하는 벌레가 익숙한 린은 몸을 벌레의 키에 맞춰 인사했다.

그렇습니다라다라. 바로 마을로 가시겠습니까라까라?”

린 일행은 자연스럽게 그 균열 안으로 들어갔고 흑월까지 전부 안에 들어오자 균열이 난 허공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또리(남)(5달)
녹냥이(여(중성화,4살)
또순이(여)(중성화2살)
  • 1
  • Lv10 돌아온 녹냥이 할 일 없는 2018-01-08 19:31:32

    답은 성민의 동생 이름

     
  • 2
  • 정답입니다. (타임오버)
    Lv38 아나킨스카이워커 제다이 2018-01-17 04:20:33

    지현

     
  • 3
  • Lv11 갓설현 새내기 2018-02-13 17:50:02

    원페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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