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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59   128 hit   2018-01-08 23:23:17
인 더 다크 - 03. Phase One(1)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기자회견장은 공중파 3사에 온갖 종편에서 온 기자들로 인산인해였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도 전에 회견장은 기자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과 인사하며 오늘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에 대한 추측을 놓고 논쟁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새로운 약품의 개발, 어떤 이는 길드 해체, 어떤 이는 헌터 킬러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결국 추측에 불과한 것. 지광훈 박사가 등장하지 않고서야 이 모든 말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때마침 지광훈 박사가 문을 열고 경호원들과 함께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회견장은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기자들 모두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적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잠시 뜸들이던 지광훈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어비스 길드의 마스터 지광훈입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에게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연이은 플래시 세례에 지광훈 박사는 눈을 찌푸렸다가 카메라 셔터가 멈추자 그제야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를 어떤 사람을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저를 존경한다거나 좋아한다는 분이 많이 계시더군요. 감사하게도.”

 

 그의 농담에 기자들이 가볍게 웃었다.

 

 “최근 헌터 킬러로 인해 많은 분들이 피해를 받고 계십니다. 뉴스를 보니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골목엔 사람이 거의 안 다니더군요.”

 

 기자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통행량이 줄면서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기 일쑤였다. 많은 회사들도 임시로나마 야근과 회식을 중단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말 다 한 셈.

 

 “그래서 저는 헌터와 경찰 분들을 위한 새로운 약을 개발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치료제 위주로 개발했습니다만, 지금의 사태를 그저 관망만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지광훈 박사는 거기까지 말 한 뒤 미리 준비되어있던 서류가방을 열었다. 그가 공개한 가방 안에는 검붉은 약품이 작은 병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이것은 일시적으로 인간에게 잠재된 힘을 끌어 올려주는 것입니다. C랭크 헌터가 복용하면 10분에서 길게는 20분까지 S랭크 헌터와 맞먹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셔터 세례. 기자들은 감탄하면서 약병 하나를 들고 있는 지광훈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올해의 노벨상은 지광훈으로 결정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C랭크가 S랭크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약을 S랭크가 복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작용만 크지 않으면 헌터들의 사망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작용은 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크게 피로를 느끼고 근육통 때문에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약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어마어마합니다. 당장 몬스터들을 보죠. 지금 S급 몬스터 하나 잡는데 최소 S랭크 헌터가 둘이 포함된 팀 하나가 필요합니다. 한 팀에 7~8명 정도로 구성된다고 봤을 때 이 약을 S랭크 헌터가 복용하면 혼자 나가서 싸워도 될 겁니다. S랭크는 경험도 많이 축적되어있으니 수 분 만에 처리하고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면 되겠죠.”

 

 헌터 하나가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 수가 급격하게 증가되고, 그만큼 헌터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저랭크 헌터들의 활약 빈도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지금도 연구 중입니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최소한으로 한다면 더더욱 부담이 적어지겠죠. 아시다시피 저는 헌터라고 하지만 전투에 대해서는 젬병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투에 나서는 헌터 여러분들, 그리고 위험을 동반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 모두를 도와드리고자 치료제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연구에 노력 할 것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죠.”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지광훈 박사의 말에 감동한 기자 중 한 명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점점 퍼져나가 회견장 내에 있는 모든 기자들이 한 마음으로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잠시 후 환호가 가라앉고 그 흥분이 조금 가셨을 때 지광훈 박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들이 앞 다투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었고 그 중에는 키가 조금 작은 유영은 기자가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며 그를 향해 어필했다.

 

 “아아, 유영은 기자님이셨나요? 저 분 먼저 질문 받겠습니다. 힘들어 보이셔서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와 하고 웃어댔다. 영은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조금 앞으로 나와 박사를 향해 인사를 했다.

 

 “배려 감사합니다. 개발하신 약이 인간의 잠재된 힘을 끌어낸다고 하셨는데 실험은 끝나신 건가요? 잘못 되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많은 기자들이 박수를 치면서도 생각했던 의문이었다. 동물실험은 안전성 주장에 큰 설득력을 얹을 수 없다. 치료제면 몰라도 이런 강화 약품은 더더욱.

 

 “임상실험은 다 끝냈습니다. 제가 직접 투약을 해 봤습니다.”

 

 훌륭한 카운터로 영은의 질문을 막아 낸 광훈이 그녀에게 미소를 던졌다.

 

 “만약 위험하지 않다고 해도 다른 범죄자들 손에 이 약이 들어가면 그 땐 어떻게 하실 건가요? 헌터 킬러를 막으려다 헌터 킬러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거의 영은과 광훈의 설전이 되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애초에 질문이 죄다 다른 기자들도 하고 싶어 했던 질문이라 그녀를 막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아, 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약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 밖으로 배출 되는 나노 추적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추적기의 신호를 탐지하는 탐지기를 각 지역 경찰서와 헌터 관리청에 드릴 겁니다. 이 추적기 때문에 투약 방식을 주사에서 음용으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으로 다 된 걸까? 사실 영은은 아직도 지광훈 박사의 이번 신약 개발을 좋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치료제는 괜찮다. 하지만 이 약은 얼마든지 잘못 쓰일 수 있고 얼마든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지금의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더.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약은 말씀드린 약간의 부작용만 빼면 완벽하니까요.”

 “지금은 말이죠...”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부정적인 말에 영은은 흡, 하고 숨을 삼켰다. 이런 젠장, 오늘 또 깨지겠구나.

 

 “다른 질문 없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질문을 영은이 다 해버려서 이후의 질문들은 거의 다 영양가 없는 질문이었다. 가격, 유통 과정, 그리고 약의 이름.

 

 “아, 그러고 보니 이 약 이름을 말씀 안 드렸군요.”

 

 지광훈 박사는 약병을 내려놓고 안경을 한 번 고쳐 썼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저희 길드의 이름을 따 ‘어비스’ 라고 지었습니다.”

 

 다시 한 번 카메라 플래시가 광훈을 눈부시게 했다.

 

 

***

 

 

 도한은 울화통이 터졌다. TV 기자회견은 온통 거짓 투성이었다. 도한과 더불어 원석과 경식, 그 밖에 감시과에 근무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과장님. 저 약 그거 아닙니까?”

 

 기자회견이 끝나고 경식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도한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래, 아마 맞을 거다.”

 “이거 어떻게 된 거죠? 지광훈 박사가 선의로 개발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원석의 말대로였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알고 있는 감시과 혹은 레이븐 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관리청 부장이나 청장 선 까지는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 약의 위험성 때문에 언론에 이것을 밝히지 않은데 있었다. 게다가 지광훈이 먼저 선수를 쳐 버리면 어비스 길드를 수사하기도 힘들어진다. 이제 겨우 정답에 도달했나 싶었더니 서너 걸음은 더 떨어진 것 같았다.

 

 “빌어먹을. 저 좋은 대가리를 왜 이런데다 쓰냐고!”

 

 분을 이기지 못한 도한이 책상을 내리쳤다. 와장창하며 책상위에 있던 잡동사니들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헌터 킬러를 잡기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거기다 이대로라면 의무적으로 저 약을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위에서 압력이 내려오면 일개 과장인 도한이 어떻게 하겠는가.

 

 “과장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도한은 저도 모르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번 한숨을 쉬다가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감시과는 이번 사건에서 손 뗀다.”

 “예?”

 “과장님!”

 

 지금껏 사건을 포기한 적 없었던 도한의 결정에 감시과 전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발했다.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지 오래였다. 아니, 이 사건을 계속 붙잡고 있다가 어디까지 피해를 미칠지 모른다.

 

 “어차피 헌터 킬러는 당분간 더 안 나올지도 모른다. 나와 봤자 누군가가 제압할거야. 어비스 길드가 연극을 시작하겠지. 거기다 지금 어비스 길드를 조사 한다는 건 표적수사 한다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도한은 그렇게 말하다가 피식 웃었다. 얼마 전 레이븐이 자신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손 뗀다. 다른 일도 많아. 언제까지 이거에 매달릴 거냐.”

 “과장님. 이게 단순한 사이코패스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거 과장님이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헌터 킬러 배후 세력이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거나 다름없는데 지금 수사 안 하면 누가 수사 합니까. 어차피 저희 밖에 없습니다. 죽을 각오 하고 수사해야 됩니다.”

 

 오늘따라 원석이 진지하게 그를 설득했다. 평소 같으면 도한 자신이 할 말이었다.

 

 “원석아.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고, 그래서 웅크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과장님!”

 

 수많은 뉘앙스를 담아 원석이 소리치자 도한이 맞받아쳤다.

 

 “야! 세상에 범죄자가 저 새끼들뿐이냐? 다른 놈들 안 잡을 거야!?”

 

 그 일갈에 원석은 꼬리를 말 수 밖에 없었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았기에 두 사람 다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켰다. 다른 감시과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리는 복잡하고. 이런 날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게 딱 이건만 그 조차 여의치 않았다. 망할 놈의 헌터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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