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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60   112 hit   2018-01-11 00:32:34
인 더 다크 - 03. Phase One(2)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혼 길드 분위기는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권혁 길드 마스터에 이어 1팀의 공격조의 핵심이자 길드원의 아이돌인 난화가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길드 내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어쩌면 헌터를 그만 둬야 할지도 모를 정도라고 했다. 혹은 다리를 아예 못 쓰게 됐다는 말도 들려왔다. 사실이건 아니건 좋은 말이 나돌지는 않았다.

 게다가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민영과 혁 사이가 심상치 않은 것도 한몫했다. 며칠 전부터 민영은 일 관련이 아니면 혁 만나기를 거부했다. 잠깐 이야기 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찬바람이 일고 있었다.

 

 “민영 언니. 괜찮아요?”

 

 길드 내 식당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민영을 난화가 불렀다. 다리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는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녀는 여전히 씩씩해보였다.

 

 “난화야. 돌아다녀도 되니?”

 “그럼요. 걸어 다니지 못해서 답답하긴 하지만요.”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난화에게 민영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요새 왜 그래요? 혁이 뭐 했어요?”

 

 권혁. 그 이름을 생각만 해도 흠칫 놀라버리고 만다. 그 날 밤 민영은 자신이 본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밀린 서류를 정리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 야근 하는 건 오랜만이네 싶은 민영은 혁이 아직 퇴근을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혁은 퇴근하려면 항상 민영 앞을 지나야 하고 자신이 퇴근함을 싫을 정도로 알렸기 때문에 이 시간까지 길드 마스터 사무실 문이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 의아했다.

 

 “자고 있나?”

 

 최근 민영 자신의 일을 열심히 도와주는 혁이 고마웠다. 그 밖에 신경 쓸 일도 많을 텐데. 그 때 사무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 단순히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났다면 혁이 퇴근하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을 참는 신음소리도 함께 들렸다. 민영은 필시 혁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느끼고 비상 카드 키로 사무실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불을 켰다.

 

 “흡!”

 

 언제나 혁이 앉는 책상 너머는 온통 피투성이로 난장판이었다. 후드차림의 혁은 온 몸에 피를 흘리며 간신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잡고 있는 책상위에 낯익은 물체.

 

 “까마귀...”

 “미...민영씨...?”

 

 

 “민영언니! 혁이 언니 덮쳤어요?”

 

 그 날 일을 생각하다 난화의 말에 민영은 퍼뜩 정신 차렸다. 

 

 “언니 진짜 피곤한가보다. 오늘 조퇴하는게 어때요?”

 “아, 아냐. 괜찮아. 너는 어때? 병원에서 뭐라고 그래?”

 

 민영은 아직 그녀가 아는 혁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 놓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결과가 안 나왔어요. 무리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길래 그냥 퇴원해버렸죠.”

 “그래...빨리 낫길 바랄게.”

 “고마워요. 언니도 무슨 고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저 가볼게요. 운동 며칠 빠졌더니 몸이 너무 뻐근하네요!”

 

 난화는 시계를 보고 놀라며 민영에게 인사했다. 힘차게 휠체어를 타고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본 민영은 다시 힘없는 얼굴로 돌아갔다. 희미했던 미소마저 지운 그녀는 수저를 손에 들기만 한 채 식어가는 음식들을 보고만 있었다. 입맛도 없고 그냥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또 다른 이가 그녀 앞에 앉아 말을 걸었다.

 

 “민영씨. 왜 그렇게 힘이 없어?”

 “기...길드장님...”

 

 그 날은 부상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시키느라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했다. 입원도 손우철 원장을 통해 극비로 진행했다. 길드원들에게는 그냥 휴가차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말해두었다. 매일 내근하던 인간이 느닷없이 크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하면 무슨 의심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민영은 마음고생을 시작했다. 혁이 정말 까마귀 헌터일까? 헌터 킬러를 죽였다던 수배자?

 

 “민영씨, 잠깐 조용히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어찌 됐건 부딪혀야 한다. 민영은 혁의 부탁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마스터 사무실은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사람을 다르게 느끼기 때문인 걸까. 민영은 긴장한 채 뻣뻣하게 굳은 채 앉아있었다. 그나마 손에 든 찻잔의 온기가 아주 조금 민영을 안심시켜주었다.

 

 “눈으로 직접 봤으니 거짓말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네. 민영씨는 그 날 본건 헛게 아니야.”

 

 처음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자신의 또 다른 정체. 혁 또한 긴장하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고 싶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길드장님이 까마귀 헌터인가요? 헌터 킬러를 죽였다던...”

 “내가 죽인게 아냐!”

 

 무심코 소리치고 말았다. 놀란 민영이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미안해. 아무튼 그 때 그 헌터 킬러는 자살이었어.”

 “자살...?”

 

 민영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한 번 자리 잡은 불신의 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길어지니 제쳐둘게. 난 그 날 놈을 쫓았고 잠깐 싸우다가 그 자식이 갑자기 자살해버렸어. 나를, 그러니까 까마귀 헌터를 헌터 관리청에 체포당하게 하려고.”

 

 혁이 말을 마쳤지만 민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 뭔가 생각한 그녀는 이내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볼게요.”

 “뭐...뭔데?”

 

 괜히 긴장한 혁은 말을 더듬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민영이 저런 표정을 지으며 하나만 물어본다는 말을 할 때는 정말 핵심을 찌르는 질문일 때가 많았다.

 

 “그...까마귀 헌터 활동 시작하게 된 이유가...우리 아버지 때문이에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혁은 그녀의 아버지가 당한 일에 책임을 느끼고 있었고 지금까지 그의 행동은 거의 대부분 속죄를 위한 것이었다. 민영이 그의 비서로 일하게 된 것 또한 그 속죄의 일부였다.

 

 “아직도 그 날에 얽매여있어요?”

 

 혁은 의도적으로 민영의 눈을 피했다. 이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도저히 그녀의 얼굴을 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그만 둬버려요.”

 “민영씨...”

 “자기 속죄를 위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그런 일을 하는 거면 그만 둬요. 언젠가 마음을 다치고 다른 누군가의 마음도 다치게 만들게 될 테니까요.”

 “...그러면 어떡하지?”

 “무슨 소리예요?”

 “그 기억에서 벗어나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민영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약해빠진 주제에 뭘 하겠다고 정말...”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민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혁에게 다가갔다. 솔직히 까마귀 헌터의 정체가 혁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가 조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를 두려워하겠는가? 이렇게 연약한 그를.

 

 “그 방법, 같이 찾아요.”

 

 그녀의 말에 혁이 고개를 들었다. 민영의 얼굴은 어느 새 그의 얼굴 가까이 와 있었다. 혁이 뭐라 말 할 새도 없이 무방비상태인 입술위에 그녀의 입술이 포개졌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났다. 키스 후 민영은 웃었다.

 

 “나 참. 먼저 하게 만들지 말아요.”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보는 혁의 얼굴이 웃긴지 민영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자, 뭐해요. 이제 같이 하는 거예요. 까마귀 헌터 활동.”

 “가...같이?”

 “정신 좀 차려요.”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혁은 뺨을 두어 번 두드렸다. 표정도, 눈빛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흔들리던 마음도 다잡았다.

 

 “이제 좀 낫네요.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거에요?”

 

 아직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민영이 혁에게 물었다.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는 이제야 말로 민영에게 레이븐에 대해 털어 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항상 품에 지니고 있던 약병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어비스 길드를 무너뜨려야지.”

 “이거...그 ‘어비스’예요?”

 “맞아. 그건 미완성품이지만. 헌터 킬러에게서 뺏었지.”

 “그럼 설마 지광훈 박사님이...?”

 “그 양반, 매드 사이언티스트였나봐.”

 

 민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비스 길드에서 개발한 의료용품은 혼 길드에서도 대량으로 구매 중 이었다. 다른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좋다. 물론 시중에 판매하는 것들은 어비스 길드가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어비스 길드를 도와준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왜 없어?”

 

 혁이 민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여기 한 명 있잖아.”

 

 씩 웃는 혁에게 민영이 싸대기를 날렸다.

 

 “한 번 키스 해줬다고 아주 기어오르고 있네! 함부로 만지지 말아요!”

 “미...미안...”

 

 이럴 땐 대체 누가 길드 마스터인가 싶다. 혁은 얼얼한 볼을 문지르며 살짝 홍조 띤 민영을 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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