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 No. 363   37 hit   2018-01-11 18:42:52
3개의 정의-5- 인도자 +3
  • User No : 259
  •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세상의 있는 어떤 것이든 들어갈 거 같은 넓디넓은 방. 그렇지만, 그곳에는 식탁과 타고 타서 잿더미가 된 숯만 있는 벽난로뿐이었다. 문도 창문도 없어서 그런지 바람도 그곳의 공허함에 질렸는지 오는 것을 거부했고 가장 자애롭다는 태양의 빛마저 제대로 채워져 있지 못했다. 그곳에 생명으로 보이는 거라곤 지저분한 식탁에 앞에 퍼질러 멍하니 앉아있는 초록 머리의 남자뿐이었다.

남자의 눈은 방 안에 빛이 부족해서 그 속이 너무 공허해 보여서 언뜻 검은색 눈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머, 식사 끝났니?”

식탁의 반대편에서 홀연히 등장하는 분홍머리의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의 일이라 당황할만도 했지만, 남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치 익숙한 것처럼

꽤 오래 얘기 나누던데 꽤 즐거웠나 보지?”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관능적이었다. 하지만 초록머리의 남자는 그러는 둥 마는 둥 시선조차 교환해주지 않았다.

식사는? 맛있었니? 내가 특별히 한 건데?”

매혹적인 입술로 천천히 얘기하는 여자.

대화가 마음에 들었으면 좀 더 놀다 가라고 하지 그랬어?”

닥쳐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는 매정하게 반응했지만, 처진 눈의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넓은 방 안을 춤을 추듯 느리게 맴돌기 시작했다.

얘기만 듣기로는 어떤 애인지 감이 안 왔는데 직접 보니까 너무 예쁘고 착하더라~ 정말 아까 안내해주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가 없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나도 모르게 욕망이 튀어나올 뻔 했다니까? 그런 아이는 정말이지~ 너무 환상적이야!”

여자의 몸은 어떤 희열에 의해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그래봐야 어딘가에 묶은 다음 네 낫으로 여기저기 찔러서 괴롭히고 싶은 거겠지.”

남자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게 뭐 어때서? 고통은 말이지 이겨냈을 때 최고의 기쁨이야. 나는 그 아이가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을 내 눈으로 보고 싶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줬을 때 죽을 거 같은 신음을 내는 그 아이를 상상하면.......! 얼마나 환상적인가!”

! 그래, 너한텐 환상적이긴 하겠지! 하지만 결국 끝내지 못하는 것은 정말 환상일 뿐이야. 결국 끝끝내 뭔가를 해결하거나 완성하진 못해.”

남자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장갑을 드러내며 여자의 말에 비웃는 투로 말했다.

난 그래서 좋은데~ 뭐든지 끝난 다는 건 너무 싫잖아. 오래 가야 좋지.”

가슴이 파여 있는 상의를 입은 여자는 계속 남자의 주변을 맴돌았다.

끝이야말로 모든 것의 진리다. 죽음은 완벽하고.......뭐든지 끝내주지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끝내지 못했잖아? 심지어 요즘은 걔한테 이것저것 통제도 당하는 거 같던데? 그래도 좋은 거야?”

여자의 한마디에 남자는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고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살인마 샨 레버츠~ 정말이지 괜찮은 거야? 그렇게 참고 지내게 되면 아무것도 끝을 내지 못 한다고? 죽음이 진리라면서 왜 하지 못하는 거야?”

닥쳐!!”

샨은 크게 화를 내고서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탁자는 그대로 부서져 주저앉았고 위에 있던 식기와 먹다 남은 음식들은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서 뛰쳐나와 크리스탈리 앞으로 향했다.

미안, 미안~ 너무 내가 말이 심했네. 많이 화났을 텐데.”

크리스탈리. 한 번만 더 내 심기를 건드리면 그땐 정말 죽일 거다.”

크리스탈리의 능글맞은 사과에 손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내더니 크리스탈리의 목 근처로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크리스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계속 웃기만 했다.

무슨 소리야? 우린 죽지 못하잖아? 아무리 강한 우리들이 붙는다고 해도 서로 갈기갈기 찢기고 아프기만 할 뿐이지.”

크리스탈리는 샨의 위협에 맞춰서 녹슨 사슬낫을 꺼내들었다.

뭐 그래도 좋다면 난 싫지는 않아.”

강렬하고 매서운 초록 눈과 여유롭지만 꼿꼿한 분홍 눈이 맞붙었다. 처음에는 공기만 조금 무겁다가 서로의 무기가 살짝 부딪히자 부서진 식탁부터 창에 달린 알 없는 샹들리에 그리고 벽의 난로 아니 급속도로 집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낡은 샹들리에가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깨져버렸다. 바깥에는 요란한 까마귀 소리가 울려와 퍼졌고 나무들이 두려워하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금방이라도 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 하지만, 크리스탈리가 먼저 시선을 회피하며 뒤돌아섰다.

됐어, 역시나 너랑 싸우는 건 싫어.”

크리스탈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도망치는 거냐?”

이래나 저래나 우린 어쨌든 이제 가족이잖아? 비록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몇 안 남은 악마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게다가 우리가 싸우면 갑자기 내 언니나 너의 친구가 끼어들어서 엉망진창이 될 텐데 너야말로 괜찮겠어?”

!”

샨은 여러 가지 이유로 또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지만, 크리스탈리의 이야기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일단 꾹 참아낸 뒤 다시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며 화를 식혀내었다.

, 요즘 왜 이렇게 신경질적이야? 전에는 내 장난에도 잘 받아주고 그랬잖아?”

샨을 위해서인지 조금 분위기가 가볍게 바뀐 크리스탈리.

난 그런 적 없어

샤안~ 왜 그래? 이젠 내가 싫어진 거야? ?”

크리스탈리는 교태 섞인 목소리로 샨에게 달라붙어서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난 네가 좋은 적 없었어!!”

기분 안 좋으면 내 방으로 갈래? 내 아이언 메이든에 몸을.......”

미친년아! 내 몸이 바늘구멍이 된다고 나아질 거 같아?!”

아이, 조금만 해보자니까?”

안 해!!!”

~! 해보지도 않고선 괜히 심술이네 샨~”

크리스탈리는 잠시 장난을 멈추고 샨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분명히 검은 사포 같은 거칠기만 한 겉모습은 여전했다. 지금도 그에게 조금이라도 비비기만 하면 크리스탈리가 좋아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만 같은 아주 거친 사포였다. 헌데 저 사포 구석에서 새하얗고 걸쭉한 물감이 매끄럽게 코팅을 하려고 그 사포의 겉면을 뒤덮으려고 했다. 그렇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 바뀌는 샨의 모습이 크리스탈리에게는 묘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지상최강의 생명체라고 생각했던 악마가 그것도 가장 강한 샨이 고작 인간 따위에게! 혹시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닐까? 샨의 살인이 통제당하듯 크리스탈리 본인의 고통도 통제당할 것 같아 두려웠다. 나도 샨처럼 변해버리는 걸까?

아스나 린. 오늘 잠깐 봤을 때는 그녀가 죽음의 인도자든 뭐든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약해 보이는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 헌데 어째서 최강의 악마라 불리는 살인마 샨 레버츠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크리스탈리는 직접 보기 전부터 린에게 호기심을 가지곤 있었지만, 직접 보고나니 더욱 더 궁금했다. 아스나 린. 그녀가 누구인지 더 알고 싶다. 그녀의 힘을 느껴보고 싶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크리스탈리의 두려움은 궁금증으로 그리고 마침내 흥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통제야말로 가장 큰 고통이 아니던가?

크리스탈리가 그렇게 원하고 좋아하는 고통. 자신도 갑자기 그 족쇄에 묶여지고 싶었다.

목에 그것이 조여져 자신의 자유가 고통받는다면 그 기분은 얼마나 황홀할까?

, 다시 한번 만난다면 정말로 그때는 한 번.......

!!”

? ? ..왜 그래 샨?”

버럭 화를 내는 샨에 당황한 크리스탈리,

뭔 생각을 하는데 표정이 그따위야? 역겹게

..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니야.”

크리스탈리는 간신히 이성이 돌아오긴 했지만, 흥분은 가시지는 않았다. 입에 흐르는 침과 빨갛게 달아오른 홍조가 그것을 대변해주었다.

이상한 생각은 자유지만, 넌 되도록 네 방에 가서 하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을 텐데.”

흠흠, 조금 못 볼 꼴이었나 보네. 아이, 민망해라.”

샨은 과도하게 부끄러워하는 크리스탈리를 보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밖에 좀 나갔다 온다.”

어머? 뭐하러?”

스트레스 풀러. ?!”

아니야, 잘 다녀와~ 풀릴 때까지 많이많이 죽이렴.”

크리스탈리는 정신이 완벽히 돌아왔는지 다시 능글맞게 웃었다.

씨발, 알고서 그러는 거지 너?

~ 맞다, 많이 못 죽이지 참~ 미안, 미안

샨은 정말로 다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정말 힘들게 참아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기 샨?”

크리스탈리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샨을 불렀다

?”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인도자 또 언제 와?”

 

 

남색 벽돌로 된 길이 예쁘게 깔린 한 마을. 자연도 가끔 살아 숨 쉬며 다양한 크기의 집들이 있는 그 마을은 그곳에는 다양한 종족들이 한 쪽에 편중됨 없이 살고 있었다. 인간, 정령족, 용족, 마족, 요정 같은 일반적인 종족도 있었고 좀비나 미라 같은 살아있는 시체들, 어느 전설에서나 내려올 법한 털북숭이 짐승들도 간간히 다니고 있었다. 다양한 종족들이 걸어 다니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하고 땅속을 통과하며 다니기도 했고 어떤 건 귀신같이 상대를 통과를 하기도 했다. 만약 처음 보는 광경이라면 괴이하고 꿈일 것만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곳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요정의 꽃집에 미라가 손님으로 왔고

용족이 인간과 정령족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즐겁게 대화했으며

사슴의 모습을 사람이 마족에게 물건을 옮겨달라고 부탁했고

거대한 곰과 좀비가 새 모습을 한 사람의 집을 지어주고 있었다.

거기, 2층에 있는 좀비들!”

좀비들은 말을 하지 못했기에 그냥 묵묵히 자신들을 부르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거기는 좀 신경 써서 해줘. 거기 잘못 만들면 이층집이 아니라 0층 집이 될 거니까.”

좀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조금 지저분한 체액과 뒤뚱거리는 모습이 불안하긴 했지만,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을 뿐이었다.

여기다 두면 되겠습니까? 라이고르나님?”

거대한 곰 셋이 잘 가공된 나뭇더미와 석재를 가지고 왔다.

오 좋아, 좋아, 역시 그리즐리들이 일을 잘한다니까? 수고했어!”

이들을 지시하는 여자의 이름은 라이고르나 네티움. 하얀 머리띠를 한 고동색 단발머리, 양 눈 밑에는 일직선으로 된 갈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 일반적인 여자의 키였고 활발해 보이는 시원한 인상과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 비록 덩치는 일반적인 사람처럼 특별한 곳 없이 평범했지만, 거대한 그리즐리와 좀비들이 따를 만큼 능력이 많은 바위정령족 여자였다.

야아~ 거기, 거기 꼬마 미라들! 위험하다니까 여긴.”

공사현장 근처에서 위험하게 노는 미라들에게 경고를 했다.

누나, 누나! 지금 누구네 집 만드는 거에요?”

미라들 무리 중 중간키의 녀석이 무리를 치고 나왔다.

소투루 아저씨네 가족들이 살 집이야.”

그 아저씨 집 없었어요?”

있었지. 근데 그 집은 너무 대충 만들어서 제대로 해주려고. 아무튼 저리가 이 녀석들아. 너네, 저기 있는 좀비 아저씨들이 삐끗해서 공구 떨어뜨리는 거 맞으면 붕대 다 뭉개질 걸?”

그렇지만, 여기가 놀기 가장 좋단 말이에요!”

아무래도 이 미라가 무리의 대장 격인 것 같았다

뻥치시네! 놀기 좋은 곳이라면 중앙 공원 있잖아! 어디서 되도 않는 얘기를. 자자! 방해하지 말고 어서 가! 훠이~훠이~”

치이......”

꼬마 대장 미라의 말과 함께 다들 실망하며 뒤돌아서는 꼬마 미라들. 라이고르나는 그런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그 미라들도 이 공사현장 근처에서 노는 것이 비좁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 점을 감수하고도 자신 근처에서 노는 이유를 라이고르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보비!”

라이고르나는 그리즐리 들 중 가장 덩치 큰 녀석을 불렀다.

잠시 관리 감독 좀 해줄 수 있을까? 금방 올게

,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미안!”

라이고르나는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꼬마 미라들에게 달려갔다.

얘들아! 혹시 지금 시간 많니?”

? 누나? 일 안 해요?”

,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 여유가 있거든. 우리 공원 가서 놀까?”

그래도 되요? 좀 있다 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실은 비밀인데~ 이것도 내 일이야!”

라이고르나는 윙크를 했고 꼬마 미라들은 비록 붕대에 감겨 표정을 알기 힘들었지만, 폴짝폴짝 뛰면서 신남을 표했다.

잠시 뒤.

좋아 저 돌을 맞춰서 저 구멍에 넣으면 우리 승리야!”

라이고르나는 미라들과 함께 돌로 만들어진 넓은 판에서 작은 방망이로 고무공을 쳐 장애물들을 피하거나 이용해 골인 지점에 넣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거기 친구! , 이름이 쥬미?”

라이고르나는 자기 바로 건너편에 있는 미라를 불렀다.

!”

저 친구한테 패스하면 될 거 같은데

알겠어요!”

꼬마 미라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짧은 팔 때문인지 공은 크게 힘을 받지 못해 높게 뜨지 못했다. 하지만 라이고르나는 이걸 예상이라도 한 듯 날렵하게 뛰었다. 그리고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으랏차차!”

기합과 함께 손에서 자기 몸보다 얇고 키보다 큰 토템 폴이 나왔고 라이고르나는 그것으로 고무공을 쳐냈다.

받아!”

라이고르나가 친 고무공은 그대로 다른 꼬마미라에게 보내졌고 그 미라가 집중하고 방망이로 쳐내자 공은 그대로 골인 지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골인 지점인 작은 구덩이에 맴돌더니 가까스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꼬마 미라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즐거운 듯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고 라이고르나도 씩 웃었다.

, 얘들아! 정말 잘했어! 좀 실력이 늘었는데?”

누나 때문이에요!”

아까 짱이었어요!”

에이, ~하하하! 골인시킨 건 너희라고

자신이 짠 놀이고 애들 놀이라 잘하는 것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 괜히 쑥스러워지는 라이고르나.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부하와 동료들에겐 미안했지만, 미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놀아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라이고르나였다.

저희 왔습니다, 라이고르나님

미라들에게 둘러싸인 라이고르나의 귀에 익숙하고 친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

라이고르나는 반가운 마음에 린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옆에 있던 뱀 얼굴, 게릭의 인상이 조금 구겨진 것을 보고 순간 멈칫하더니 !’라는 입 모양이 저절로 나왔다.

헤헤헤, 이젠 인도자님이지. 미안해요. 깜빡했어서.”

아닙니다, 예전처럼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라이고르나님.”

하하~ 고마워! 나중에 불만 가지면 안 된다, !”

버릇없는 건 불치병이니까 인도자님도 치료 못 하는 거라 포기한 거야.”

게릭의 쏘아붙임에 라이고르나의 입은 삐쭉 나오고 시선은 삐쭉 찢어진 채 노려보았지만, 그러겠거니하며 다시 평범한 표정으로 린을 바라보았다. 미라들은 조금 멀리서 린 앞에 신기한 듯 린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잘 다녀왔어?”

, 그럭저럭.”

근데 흑월이랑 같이 간 거 아니야? 걘 어디 있어?”

, 먼저 집에 가게 했어요. 조금 피곤한 가 봐요.”

으흥, 덩치는 곰인데 체력은 저질이네.”

넌 여기서 뭐 해? 오늘 집 만든다 하지 않았냐?”

저기 미라 애들이랑 놀아주고 있었죠.”

게릭의 질문에 라이고르나는 여기저기 숨어있는 꼬마 미라들을 가리켰다.

다 숨어있네. 너 때문인가?”

그럴 리가요. 딱 봐도 아저씨 얼굴이 쟤들한텐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 거구만.”

입은 아주 잘 살아있구나. 주둥이부터 잘라주리?”

게릭이 험한 말과 함께 노려보자 라이고르나도 지지 않고 혓바닥을 빠르게 내밀었다 넣었다.

린은 조금 난처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냥 웃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저 미라 아이들은 저 때문에 숨은 거겠죠.”

린은 미라들을 둘러보았다. 미라들은 자신에게 시선이 오면 깜짝 놀라 여기저기 바쁘게 자신을 숨기다가 눈만 빼꼼 빼서 린을 훔쳐보듯 바라보았다.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닐 거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그냥 좀 어려워서 그런 겁니다.”

웬일이야? 아저씨가 내 말에 동의해주고?”

우연히 그런 거야. 내 의견에 앵겨 붙으려 하지 말아.”

라이고르나는 다시 입이 삐쭉 나왔다.

어렵다는 건 역시, 제가 인도자라서 그런 거겠죠?”

나쁜 건 아니니 크게 신경 쓰지 마십쇼. 꼬마들 나름대로 인도자님을 존중하는 방식이니까.”

린은 게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어색하지만 미라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라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기 한 아이가......”

린은 말을 다 하지 않고 갑자기 한 꼬마 미라를 향해 다급하게 뛰어갔다. 미라들은 깜짝 놀라 주춤거렸지만, 린이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멀리 뒤로 도망가지는 않았다. 린은 아까 자신이 봤던 미라 앞에 멈춰 키 높이를 맞춰 앉았다.

아까 흔들었던 손 좀 보여주실래요?”

린은 아무리 아이라고 하더라도 예의를 끝까지 갖추었다. 미라는 조금 긴장을 했지만, 천천히 자신의 붕대에 감긴 손을 보여줬다.

저런, 역시 조금 뜯어졌네요.”

린은 주머니에서 바늘집을 꺼내고는 투명한 유리 바늘과 같은 색의 실을 뽑아 꿰매기 시작했다. 어느새 게릭과 라이고르나 그리고 다른 꼬마 미라들이 모여 가까이서 그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미라들은 붕대가 찢어져 틈이 생기면 안에 감싸져 있는 영혼이 빠져나가 위험해 처하게 돼요. 우리로 치면 외상과 같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 빠져나갈 만큼 약한 영혼은 아니고 붕대도 보통의 것은 아니니 쉽게 벌어지지 않고 자가 치유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보게 된 이상 혹시 모르니 관리는 꾸준히 해줘야 한답니다.”

다들 미라의 치료과정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랬나요?”

..모르겠어요. 놀다가 그랬나?”

너 때문이네

왜 저 때문이에요! 진짜 아까부터 치졸하게 쫑알쫑알, 뱀은 그렇게 치졸해요?!”

뭐 임마! 너보다 한참 어른한테 못하는 말이 없,...... ”

게릭과 라이고르나가 다투려던 찰나 린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대면 조용히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은 민망함에 딴청을 피웠다.

저기, 아무 바늘로 꿰매도 돼? 아니면 그냥 테이프 같은 거로 해도 되잖아?”

라이고르나가 민망함을 다시며 먼저 물어보았다

그런 것으론 치료가 안 됩니다. 그런 건 단순한 그냥 메꾸기에 불과해요. 사람의 상처도 풀을 바른다고 낫진 않잖아요? 이 바늘과 실조차도 특수한 것이 아니면 치료를 할 수 없어요.”

미라 치료라는 거 꽤나 까다롭습니다.”

게릭도 거들었다.

미라뿐만이 아니에요. 미라와 같은 죽은 자 들을 이용해 생겨난, 예를 들면 강령술 따위로 태어난 인조적 생명들은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요. 그들의 종류에 따른 성격, 그리고 태어나기 전 사용된 영혼에 따라 치료방법이 각각 다르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죽은 자를 위한 의학은 세상에 알려져 있지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런 의학을 얻었죠?”

제가 스스로 연구했죠. 죽음의 인도자면 우선 그 반대인 삶을 연구해야 하니까요.”

게릭과 라이고르나는 잠시 존경하는 눈빛으로 린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빈틈투성이의 린이었지만, 이런 모습은 정말 인도자란 이름에 걸 맞는 것 같았다.

어느덧 치료가 끝났는지 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료를 받은 꼬마 미라는 자신의 손을 살펴보았고 다른 미라 친구들도 옹기종기 모여서 치료된 손을 구경했다.

한결 괜찮죠?”

린의 질문에 치료받은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받은 손은 다른 미라들에 비해 윤택이 흐르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인도자님!”

치료받은 미라는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린은 싱긋 웃어주었고 그것 때문에 꼬마 미라들은 더욱더 린에게 가깝게 다가갔다.

저도 치료해주세요!”

저도! 여기 뜯어진 거 같아요.”

저도!”

다들 조금이라도 이 신기한 치료를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얘들아, 인도자님은 너희 친구가 아니야!”

라이고르나는 린 앞에 서서 몰려오는 꼬마 미라들을 막아냈다.

저기 여러분, 지금은 좀 그렇고 내일 제 저택에 놀러 오면 어떨까요? 거기서 전부 진료해드릴게요. 어때요?”

꼬마 미라들은 린의 말에 신나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괜찮겠습니까? 공부하시기도 바쁠 텐데

진료도 공부의 일환입니다. 오히려 전 기대하고 있어요.”

꼬마 미라를 저택 초대한 다라, 선대 인도자 때는 상상도 못 한 일인데 말이죠.”

게릭은 미라들이 못 듣게 조용히 얘기했다.

그분과 뜻은 같습니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요.”

이게 훨씬 나은 방식이라고 생각해

라이고르나가 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른 손으로 엄지를 올려줬다.

 



  • 1
  • Lv10 돌아온 녹냥이 할 일 없는 2018-01-11 18:43:03

    정답은 라이고르나의 종족

     
  • 2
  • 정답입니다. (타임오버)
    Lv38 아나킨스카이워커 제다이 2018-01-17 04:20:03

    바위정령족

     
  • 3
  • Lv11 갓설현 새내기 2018-02-13 17:50:35

    10탑

     
자작글
구 배틀페이지의 자작글 게시판 안내입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에스퍼
2016-01-28
12:23:38
2,700
379 겁쟁이의 말
알아서 로그인되는
Lv22 아스카
2018-02-22
23:05:18
20
378 3개의 정의-6- 업무 +3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8-01-30
18:36:04
36
377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6)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29
22:48:55
18
376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5)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29
22:48:30
11
375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4)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29
22:48:03
13
374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3)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29
22:47:37
13
373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2)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29
22:47:10
10
372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1)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29
22:46:48
15
371 Northpital
새내기
Lv29 Salonient
2018-01-22
18:51:44
40
370 인 더 다크 - 03. Phase One(8)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7
07:29:56
28
369 인 더 다크 - 03. Phase One(7)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7
07:29:09
23
368 인 더 다크 - 03. Phase One(6)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7
07:28:39
30
367 인 더 다크 - 03. Phase One(5)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7
07:28:09
26
366 창염의 각(刻)
격겜 유머는 다른 곳에서
Lv32 일상일상
2018-01-16
17:58:44
55
365 <즉흥단편> 라이터 팔이 소년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6 설램
2018-01-12
23:26:56
35
364 인 더 다크 - 03. Phase One(4)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1
19:27:37
16
363 3개의 정의-5- 인도자 +3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8-01-11
18:42:52
37
361 인 더 다크 - 03. Phase One(3)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1
00:33:11
19
360 인 더 다크 - 03. Phase One(2)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11
00:32:34
16
359 인 더 다크 - 03. Phase One(1)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8
23:23:17
24
358 3개의 정의-4- 신뢰 +3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8-01-08
19:31:20
32
357 인 더 다크 - 02. 어비스(6)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7
18:45:31
23
356 인 더 다크 - 02. 어비스(5)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7
18:44:54
19
354 3개의 정의-3- 소령 레베카 +2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8-01-04
18:19:54
49
353 인 더 다크 - 02. 어비스(4)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2
17:50:19
18
352 인 더 다크 - 02. 어비스(3)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1
23:36:49
12
351 인 더 다크 - 02. 어비스(2)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31
15:38:08
16
350 인 더 다크 - 02. 어비스(1)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30
21:10:39
33
349 인 더 다크 - 01. 헌터 킬러(4)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30
21:09:36
32
348 인 더 다크 - 01. 헌터 킬러(3)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28
17:58:34
46
  • 에스퍼코퍼레이션     사업자등록번호 : 846-13-00110     통신판매업신고 : 제 2015-인천남동구-0494 호     대표 : 황상길(에스퍼)
    개인정보 관리책임자 : 황상길(에스퍼, webmaster@battlepage.com)
    SINCE 1999.5.1. Copyright(c) BATTLEPAG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