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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64   138 hit   2018-01-11 19:27:37
인 더 다크 - 03. Phase One(4)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비록 도한이 헌터 킬러 사건에서 손을 떼고 어비스 길드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다음 수를 준비했고 이를 다른 수사관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해뒀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도한은 그 사건들에 대해 손대지 않을 작정이다. 대신 이해관계가 성립하는 다른 누군가가 그를 도울 것이다.

 

 “어쩐 일이십니까. 한동안 연락 없으시더니.”

 “당신이 다쳤는데 연락 할 일이 있나. 그리고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지.”

 

 레이븐은 훗 하고 웃었다. 그 많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 척 하기가 힘들 정도다. 세상은 지금 어비스가 유통되는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것의 진정한 정체는 소수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는 스스로 알고 있었다.

 

 “나는 이번 사건에서 손 뗄 생각이네.”

 

 예상대로. 레이븐은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레이븐. 나는 네놈에게 모든 걸 맡기고 싶군. 난 이제 움직일 수가 없어. 어비스 길드를 조사하려면 네놈 밖에 없단 말이다.”

 “음. 충분히 이해하고 있소. 하지만 날 체포하려던 것 아니었소?”

 

 도한은 그의 말에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그것 때문에 속이 탈 지경이었다. 얼마 전까지 도한의 마음속에서 레이븐은 어쨌거나 살인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쩌면, 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꺼이 헌터 킬러 네 명의 미끼가 된다고 했을 때 그는 레이븐의 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도시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 것 아닌가.

 

 “이제 모르겠어. 뭐가 진실인지. 그러니까 그걸 알 때 까진 좀 보류할까 싶네.”

 “보류인가. 그래도 고맙소. 믿어줘서.”

 “이용해 먹으려면 무슨 짓이든 못할까.”

 “훌륭한 생각이오.”

 

 일부러 삐딱한 대답만 했지만 레이븐은 그런 도한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결국 모든 것은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라면 얼마든지 이용당할 각오는 돼있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어비스 길드에 대한 정보는 가능한 한 제공하도록 하겠네. 이래봬도 관리청이니까 쓸 만한 정보는 좀 있을 거야.”

 “그럼 내일 밤 이 시간에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알겠네.”

 

 담배를 버리고 거리의 양지로 사라지는 도한의 뒷모습을 보며 혁은 미소 지었다. 가면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짐을 하나 덜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게다가 도한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비스 길드 조사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성의에 보답하려면 나도 준비를 좀 해야겠군.’

 

 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두운 골목에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자취를 감췄다. 

 

 

 ***

 

 

 사흘 뒤, 혁은 정장 차림으로 어비스 길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길드 마스터로서 어비스에 대해 관심을 내비친 것이다. 국내 최강 길드의 마스터에게서 직접 연락을 받은 광훈은 기꺼이 혁을 자신의 길드에 초대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모시러 왔습니다. 연구원 중 한 명인 박상훈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 길드 건물이 워낙 보안이 철저한지라.”

 

 그렇게 말하면서 상훈은 목에 걸린 카드 키를 이용해 정문을 열었다. 연구 중심 길드 건물의 보안이 철저한 것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비스 길드 외에 연구 길드는 몇 군데 있는데 자신들의 연구가 새나가지 않기 위해 보안에 엄청난 돈을 들였다. 새로 개발한 장비나 무기, 혹은 몬스터에 관한 데이터라면 그런 지출 따위 덮고도 남았다. 

 

 “새롭게 개발한 신약, 기대 중 입니다.”

 “하하, 그래요? 국내 최고 길드의 마스터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깨가 무겁네요.”

 

 사람 좋게 웃는 상훈을 보며 혁은 저 표정이 진실 된 웃음인지 덧댄 가면의 웃음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진심으로 세상에 기여한다고 믿고 있을지도.

 상훈은 그 뒤로 말없이 걷기만 했다. 할 말이 떨어졌는지 긴장했는지 그는 문을 열고 앞서 걸으며 안내하는 것이 다였다. 보안은 어마어마했다. 카드키, 지문, 음성, 홍채, 비밀번호에 그것도 모자라 진짜 열쇠까지. 보물이 묻혀있는 유적도 이보다는 덜 하겠다 싶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 마다 CCTV가 빛을 반짝이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굉장히 깊게 내려가네요.”

 

 어비스 길드는 특이하게도 위로 솟은 건물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고 지광훈 박사의 사무실은 지하 5층에 위치 해있었다. 이 정도면 벙커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아무래도 창문으로도 연구 자료를 도난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물론 저희 박사님의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연구 길드답게 전투 헌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 아니 지금까지 마주친 길드원 전부 흰 가운에 서류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연구원들이었다.

 

 “전투 헌터는 전혀 없나요?”

 “아, 네. 저희는 데이터 수집을 다른 길드에 맡겨버리죠. 중소규모 길드에 돈을 주고 부탁 하는 거죠. 보통 큰 길드에는 연구팀을 두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혼 길드도 따로 연구팀이 있다고 들었는데.”

 

 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가 큰 길드는 자신들이 얻은 몬스터의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활용하여 그 또한 길드의 자산처럼 활용한다. 연구팀장 원호가 그렇게 예산 타령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 왔네요. 잠깐만요. 박사님? 권혁씨 모셔왔습니다.”

 “오, 들어와요!”

 

 상훈이 문을 열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광훈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팔 벌려 혁을 환영했다.

 

 “오! 잘 지냈습니까!”

 

 와락 끌어안으려는 광훈을 슬쩍 피하고 혁이 인사를 건넸다. 언제 봤다고 잘 지냈냐고 물어봐?

 

 

 “하하하! 미안합니다. 우리 길드 제품 지분율 15%를 담당하는 혼 길드 마스터께서 직접 찾아오신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반가워서!”

 

 15%나 돼? 혁은 이번엔 항상 예산 문제로 투덜거리는 민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어비스 길드에서 개발한 제품은 그만큼의 값어치는 했다. 그것은 혼 길드 뿐 아니라 모든 길드가 인정하는 사실이고 그래서 연구 길드 중에는 이쪽 분야로 나아가기를 아예 포기한 곳이 많았다.

 

 “고생 많으십니다. 덕분에 저희 길드원들이 죽지 않고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감사 인사. 지금 광훈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 줄 필요는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는 했지만.

 

 “아아, 아닙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엄청난 연기력이다, 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비스같이 위험한 물건을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쑥스러워 하고 있다.

 

 “길드 규모가 생각보다 그리 크진 않네요. 의외입니다.”

 

 아래로 깊게 내려가긴 했지만 층당 면적이 그리 커보이지는 않았다. 비밀스런 방을 이곳저곳 배치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곳은 상당히 작았다.

 

 “연구 길드가 다 그렇죠 뭐. 게다가 연구 데이터 수집을 수주하는데 돈이 상당히 들어서요. 물론 고등급 데이터일수록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죠. 뭐 저는 상관 안 합니다.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면 됐죠.”

 

 과연. 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혼 길드를 만들고 성장 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연구 데이터 수집 의뢰였다. 이후 길드가 커지고 연구팀과 분석팀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면서 그 후로는 전부 거절했다.

 

 “얼마 전 기자회견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혁은 어비스 이야기 전에 기자회견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너무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보셨군요.”

 

 광훈이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학자는 다 이런 건가? 연구팀장 원호도 자신이 뭔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거나 뛰어난 성과를 내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숨기질 못했다.

 

 “박사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S급 몬스터 출현이 잦아져서요. 저도 얼마 전에 크게 다쳤고, 저희 대원들도 자주 다치곤 합니다. 치료제도 사용하고는 있지만 피해가 감당이 안 됩니다. 근데 그 어비스라는 약이 실제로 제 성능만 낸다면 앞으로 몬스터 퇴치는 문제도 아니겠더군요.”

 “그렇죠. 사실 몬스터가 아니더라도 어비스는 활용할 곳이 많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게 지금 저희 길드가 해결 중인 마지막 과제죠.”

 

 혁은 신나서 이야기 하는 광훈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떠들어 대는 꼴을 보니 배알이 뒤틀렸다. 그가 그저 꼭두각시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혁의 예상대로라면 단순히 광훈은 어비스를 팔아먹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투명한 어비스에서 발견된 세뇌물질. 그는 그것으로 모든 길드를 장악하려 들지도 모른다. 아니, 가정 할 것도 없었다. 돈이야 힘을 잡으면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다. 최종 목적을 알 수는 없지만 광훈이 순수한 과학자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권혁씨?”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 할 것이 있어서.”

 

 너무 멍하니 있었던 모양이었다. 혁은 광훈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먼저 치고 나갔다.

 

 “오늘 여기 온 데는 사실 목적이 있긴 합니다.”

 “목적이요?”

 

 노골적인 모르는 척. 혁의 목적을 광훈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사실은 혁 또한 광훈에게 접촉하면서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비즈니스 매너. 어느 액션 영화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지만 비즈니스에서는 매너가 돈을 만든다.

 

 “가장 처음 만들어지는 어비스를 저희가 선점하고 싶습니다.”

 

 가격도, 유통날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혼 길드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정도로 자금은 넘쳤다.

 

 “어비스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보신 겁니까?”

 “물론입니다. 길드원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해야죠.”

 

 혁은 몰랐지만 광훈은 지금 이 순간 그를 속물로 보고 있었다. 의외로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 자수성가 타입일수록 그런 면모를 보인다고 들었다. 광훈은 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지금 그의 행동은 속물 그 자체였다. 길드원들의 생존? 그게 아니라 더 빠르게 몬스터를 처치하고 그에 대한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는 거겠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은 그보다 더 큰 것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굴러다니는 돈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건드리면 돈이 사람을 죽여서 문제지.

 

 “어...갑작스런 제안이라 어안이 벙벙하네요. 생각 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럼요. 얼마든지요. 명함 하나 드리겠습니다. 조건이 있으시면 잘 맞춰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요.”

 

 반짝반짝 빛나는 코팅 명함. 생전 처음 본 고급스런 명함을 받아들고 광훈은 혁과 악수를 나누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혁은 상훈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광훈은 자리에 앉아 히죽 웃었다. 그리고 명함을 팔랑거리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광훈입니다. 예. 큰 놈 낚았습니다. 예.”

 

 그의 말투와 표정은 혁과 이야기 할 때와 딴판이었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뒤 광훈은 혁의 명함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덕분에 내 인생 쫙 펴게 생겼네. 고마워, 권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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