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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67   120 hit   2018-01-17 07:28:09
인 더 다크 - 03. Phase One(5)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쇠뿔도 단 김에 빼라 했다. 어비스 길드의 구조를 대충이나마 파악한 혁은 바로 그 날 밤, 어비스 길드 건물에 잠입을 시도했다. 물론 건물 보안이 워낙 철저해서 정문도 못 들어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정문으로 안 들어가면 그만 아닌가. 바깥에서 탐색해 본 결과 건물 내부에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지하만 내주지 않으면 어비스를 뺏기지는 않을 거라 생각 한 듯, 1층에는 정문 보안문과 CCTV 그리고 몇 명의 경비원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건물 위치가 외딴 곳에 있어서 침입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경비원들은 자신들의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한 명은 안내데스크 의자에 앉아 자고 있었고 둘은 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부탁 한 건데 쓸 일이 생기긴 하네.”

 

 혁은 창문에 무소음 유리 절단기를 붙이고 빙빙 돌렸다. 절단기를 떼자 둥근 모양으로 유리가 딸려 나왔다. 휴대용이라 팔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지만 잠금장치를 해제하기엔 충분하다. 그는 구석에 숨어 경비원들의 동태를 살폈다. 별 다를 것 없이 여전히 농땡이를 피우는 경비원들. 혁은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떨어트렸다.

 

 “음? 뭔 소리지?”

 “나사같은게 떨어진 소리 아냐?”

 “음...확인이나 해 볼까?”

 “갔다 와. 난 귀찮다.”

 

 경비원 하나가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구석으로 돌았을 때 혁은 그를 제압하고 기절시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다른 한 명에게 다가갔다.

 

 “뭐 별거 없지? 허억!”

 

 광훈에게 경비업체를 새로 바꾸라고 충고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두 번째 경비원도 순식간에 기절시키고 혁은 안내데스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졸고 있던 경비원은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진 줄 모르고 잠꼬대까지 하며 잘도 자고 있었다. 혁은 이번에는 기절시키지 않고 그를 옭아 맨 다음 위협했다.

 

 “건물 보안을 해제 하시오. 시키는 대로 하면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거요.”

 “히...히익...”

 

 그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덜덜 떨면서 혁이 시키는 대로 보안실에서 보안 장치를 해제했다.

 

 “아래층에 경비원이 더 있소?”

 “어...없습니다. 1층만 철저히 지키면 된다고 해서...”

 

 예상이 이렇게 잘 맞다니. 혁은 마지막으로 경비원을 기절시킨 뒤 비상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비상계단 문을 살짝 열고 살펴보니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다만 인기척은 거의 없었다. 

 

 “다 돌아보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

 

 시작이 골치 아팠지만 1층을 뚫고 나니 그 다음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혁은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으로 건물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각종 연구 자료를 뒤지고 실험 표본도 뒤졌다.

 

 “그럼 그렇지. 쉽게 나올 리가 없지.”

 

 어비스 같은 물건을 그냥 아무 실험실에나, 혹은 창고에 넣어 둘리는 없을 것이다. 3층까지 뒤진 혁은 이런 식으로 찾아봐야 어비스는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지광훈이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찾을 수 없는 방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자료라도 폐기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그는 뒤통수에 격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그 찰나의 순간 혁의 눈동자에 담긴 것은 흐릿해져가는 지광훈 박사의 웃는 얼굴이었다.

 

 

***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싶었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수법. 의자에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전에 본 광훈의 방도 아니고 지금까지 조사했던 방도 아니었다. 비밀 방이거나 아직 둘러보지 않은 방일 가능성이 컸다. 다른 생각을 더 하고 싶지만 두통이 몰려와 혁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내고 말았다.

 

 “으으...머리야...”

 “일어나셨습니까.”

 

 지광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는 혁의 가면을 던졌다 받았다 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네요. 대책도 없이 오신 겁니까?”

 “쉽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놀랍습니다. 레이븐의 정체가 당신이었다니. 그래서 어비스에 관심을 보였던 겁니까?”

 “알아서 추측 하시죠. 어차피 거의 다 맞을 테니.”

 

 광훈은 가면을 아무데나 던져버리곤 혁에게 다가갔다. 그는 얼굴 가득 잔인한 미소를 그리며 혁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뭘 그렇게 봐. 게이냐?”

 “전 여자 좋아합니다. 그냥 생각보다 S랭크 헌터도 몸은 보통이구나 싶어서.”

 “골방에 틀어박혀서 연구나 하는 인간이 뭘 안다고.”

 “잘 알죠. 예를 들면 이렇게.”

 

 광훈이 장침으로 혁의 어깨를 찌르자 그의 비명이 방 전체에 울렸다. 신경을 건드리는 날카로운 고통은 지금까지 경험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어비스로 세뇌해서 써먹고 싶지만 그건 계획에 없으니 뭐...그냥 이렇게 일단 놔두는게 좋겠군요.”

 

 방금 광훈이 뱉은 말 한마디로 혁의 머리가 다시 빠르게 굴러갔다. 계획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생각이 뻗어나갔다. 계획에 없다는 것은 광훈 자신에게는 힘은 큰 의미 없다는 소리겠지. 아마 혁을 세뇌시켜서 이용하면 길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어쩌면 헌터 관리청에서 조사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꺼린다는 것은 배후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추측이지만 S랭크 헌터에 어비스를 주사하고 이용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득이다. 완성형 어비스에 세뇌물질을 결합 하는 것쯤은 광훈의 입장에서 눈 감고도 가능 한 일일 터. 물론 약효가 끝난 후에 그를 붙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돈이 그렇게 좋습니까?”

 

 시간을 끌건 뭐건 해야 한다. 아마 광훈은 혁을 이대로 방치해 둔 채 생사를 보장하지 않을 것이다.

 

 “뭐, 정확히는 내가 만든 약이 세상을 좌우하는 걸 좋아합니다. 돈이야 부가적인 거고. 돈이 있으면 다음 연구가 수월해지니까.”

 

 이런 타입은 어렵다. 설득이 어렵고 시간 끌기도 어렵다. 혁은 조금 초조했다. 이대로 날이 새면 민영은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걸 안다고 해서 어떤 행동을 할까? 우리 길드장이 사라졌는데 아마 어비스 길드에 있을 것이다, 라고 헌터 관리청에 말 할 수 있을까? 김도한 과장이라면 움직이려고 하겠지. 하지만 윗선은 어비스 길드를 굳이 건드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세간의 눈에 예민한 양반들 아닌가.

 

 “이런. 내가 살아서 나갈 확률이 0.5%밖에 안 되겠군요.”

 “아직 그렇게 높다니, 무슨 카드를 가지고 계신건지 감도 안 잡히네요.”

 “갑자기 광훈씨가 참회해서 절 풀어줄 확률이 그 정도 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다니. 광훈은 진심으로 웃었다. 배를 잡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한참을 깔깔댔다.

 

 “하아...하아...제가 몇 년 동안 들은 말 중에 제일 웃긴 말이었습니다.”

 “내가 개그맨이 될 소질이 있을 줄이야.”

 “그 확률 제가 0으로 만들어 드리죠.”

 

 광훈은 방문을 열었다. 그 문 너머를 본 혁은 자신의 생존 확률을 0.001%로 줄여도 과하다고 생각했다. 방 너머는 새하얀 복도였고. 그 끝은 또 다시 문이었다. 저 문 너머가 어디일지는 생각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아마 외부에서 절대 이곳을 찾지 못하겠지.

 

 “제가 다시 왔을 때도 살아있길 바랍니다. 뭐 그럴 확률은 말 그대로 0이겠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광훈은 문을 닫고 잠금장치까지 야무지게 걸어 잠갔다.

 

 “젠장. 저 망할 싸이코 매드 사이언티스트!”

 

 자신이 뭐라 지껄이는지도 모르고 혁은 아무튼 무슨 말이라도 내뱉었다. 화가 풀리기만 한다면 무슨 말이든 좋았다. 의자와 혁의 몸을 묶은 벨트는 당연히 그의 힘으로 풀기 힘들었다. 몇 번을 몸을 흔들어도 꿈쩍 않는 의자를 가지고 씨름하고 싶지 않았던 혁은 이내 조용해졌다. 무슨 생각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민영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이럴 줄 알았으면 통신기를 가져 오는 건데.”

 

 민영이 가져가라는 걸 굳이 마다했던 통신기가 오늘따라 그리웠다. 혁은 다짐했다. 여길 빠져나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민영의 말에 따라야겠다고.

 

 

***

 

 

 혁은 며칠 휴가를 받은 것으로 해 두었다. 전날 호기롭게 어비스 길드로 향한 혁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고 민영은 걱정에 밤을 지새웠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손톱이 남아날지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하도 물어뜯은 탓에 민영의 손톱은 열손가락 모두 닳아 없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니까 통신기 가져가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옆에 있었다면 머리를 쥐어 뜯어버렸을 것이다. 민영은 온갖 안 좋은 일을 다 떠올렸다. 어비스 길드에 붙잡혀서 몰매를 맞거나, 실험체가 되어 온 내장이나 뇌를 파헤쳐진다거나, 혹은 세뇌를 당해 어비스를 복용하고 온갖 불법적인 일에 앞장서는 악당이 된다거나. 지금 민영의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뿐이었고 하나하나 떠올릴 때 마다 1년씩 늙어가는 기분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쪽으로 오는 사람은 일주일에 두 세 명 정도 올까말까 한 정도라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들킬 염려는 없었다.

 

 ‘날이 새도록 안 왔다는 건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고, 최선의 상황이라도 어딘가 갇혀서 못 나오는 거겠지.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지? 나는 서류 정리 말고 할 줄 아는게 없는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해보다 그녀는 느닷없이 자괴감에 빠졌다. 민영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그녀가 혁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저 학교를 다니고 취직한 것만으로 얼마나 더 큰 능력을 바라겠는가.

 

 “하, 어비스 길드 해킹이라도 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민영은 해킹이라는 것이 뭐든지 완벽하게 알아내는 만능 기술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운이 좋다면 혁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정도는 가능 할지도 모른다. 그 위치를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만 있다면 그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어머, 답이 다 나왔잖아?”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는 스스로 모든 해답을 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바로 실행한다면 늦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놈들이 인간 적인 면모가 있다면 하루 정도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놔두겠지. 민영은 그렇게 생각하고 길드원들의 개인 프로필을 훑었다. 이윽고 그녀는 문서 파일 하나를 실행했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민영은 해당 길드원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그 문서 파일 가장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름 : 구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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