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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68   158 hit   2018-01-17 07:28:39
인 더 다크 - 03. Phase One(6)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상철은 지금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하드디스크를 들고 미친 듯이 길드 마스터 사무실로 달리고 있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개인 훈련 중이었는데 길드장의 비서를 맡고 있는 이민영에게서 지금 바로 해킹을 해야 되니 와달라고 급박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집으로 가서 자신의 하드디스크를 가져가는 중이었다.

 

 “아! 상철씨!”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민영은 굉장히 귀여웠다. 하지만 감상할 틈도 없이 민영은 상철을 막무가내로 사무실로 밀어붙이고 빨리 해킹을 하라고 닦달했다.

 

 “이...일단 하드디스크 좀 설치하고요. 5분만 기다려주세요.”

 “5...5분이요? 아무튼 빨리 준비 해주세요.”

 

 민영은 상철이 하드디스크를 설치하는 동안 문 밖을 잠시 살피더니 문을 닫고 잠가버렸다. 이 아가씨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대체?

 

 “음, 좋아요. 준비는 다 됐어요.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지금 상철씨가 할 일은 두 가지예요.”

 “두개나 됩니까?”

 “잔소리는 그만 하시구요. 첫 번째로 어비스 길드를 통째로 다 털어주세요. 무슨 정보든 죄다. 전부. 싸그리. 그리고 두 번째로 그 정보를 헌터 관리청 김도한 과장에게 날려주세요. 익명으로. 우리가 보냈다고 알게 되면 곤란해요.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죠?”

 

 그야 해줄 수는 있다. 애초에 이쪽 분야가 전공이었고 꽤 잘나가는 놈이었다. 그런 그에게 해줄 수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

 

 “예, 뭐...나중에 꼭 설명이나 해주세요.”

 

 상철은 어쨌거나 해킹을 재밌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거기에 빠져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뭔가를 혼자 중얼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키보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까. 어지러울 정도로 모니터 화면에는 창이 새롭게 올라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알 수 없는 단어들과 기호들이 나열되기도 했다. 민영의 눈에는 이 사람이 제대로 뭘 하고 있는지 판단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어비스 길드 건물의 투시도 화면을 띄운 것 까지 1분경과. 그러고서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몇 년 만에 해서 그런지 실력이 많이 줄었네요. 옛날 같았으면 이 정도 보안은 30초면 끝났을 텐데. 그보다 아직도 이런 걸로 서버를 지킨다는게 더 놀랍군요. 아니 조금 더 버전 업 된 건가? 근데 서버보안을 생각한다면 이것 보다는 ‘핵 앤 슬래시’ 프로그램이 훨씬 나을 텐데. 거기 프로그램은 아무리 빨리 해도 5분은 걸릴 거고 침입을 감지하는 순간 우선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사용자에게 경보를 보내거든요. 손만 빠르면 그 사이에 침입을 막거나 자료를 어딘가로 빼내겠죠.”

 “자료는 다 꺼낸 거예요?”

 

 상철이 갑자기 자기 지식을 늘어놓기 시작하자 민영은 마음이 급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해야 혁을 구할 확률이 올라가는데.

 

 “보채지 마세요. 금방이에요. 보안장치는 이쪽으로 조작권한을 넘겨받도록 하고, CCTV도 전부 통제. 그리고 각종 자료 전부 복사하고. 쉽네. 더미 파일 하나도 없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네.”

 

 상철은 그 말을 끝으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팔짱을 꼈다.

 

 “다...다 된 건가요?”

 “네. 이제 이 게이지가 끝까지 차면 자료는 다 복사 한 거죠. 그 말은 이제 시간이 조금 남았다는 거고, 그러니까 아까 못했던 설명을 지금 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자료의 양이 워낙 방대한 까닭에 5분에서 길게는 10분 정도 시간이 있을 거라 계산한 상철은 민영을 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민영은 숨길 생각도 없었다. 느닷없이 전직 해커인 C랭크 헌터에게 직접 연락해서 어비스 길드 컴퓨터를 해킹 해달라고 하면 누구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할 것이다. 어비스 길드는 제약 연구에 있어서 국내 원톱을 달리는 길드고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높은 상태인데 지금 그런 곳을 해킹한다는 것은 꿍꿍이가 하나 정도는 있다는 뜻이다.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먼저 까마귀 헌터, 즉 레이븐이 우리 길드의 길드장인 권혁씨입니다. 그리고 헌터 킬러는 어비스에 의해 생긴 사건이었고요. 끝으로 어비스 길드는 아주 개자식들이에요.”

 

 간단해서 귀에는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었지만 이해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다만 셋 다 전부 놀라운 사실임에는 틀림없었다.

 

 “권혁씨가 까마귀 헌터라고요? 아, 레이븐이라고 불러야 하나?”

 “까마귀 헌터는 헌터 관리청에서 임시로 지은 이름이고, 본인은 레이븐이라고 불리길 원하더라고요.”

 “허!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한 밤중에 뭐 하러 댕겼답니까? 낮에 몬스터 퇴치하기도 바쁜 양반이.”

 “일종의 자경단원 같은 거죠. 밤의 범죄를 퇴치하는.”

 

 상철이 소리 내어 웃었다. 비웃는 것도, 진심으로 웃는 것도 아닌 뭔가 미묘한 웃음. 그것은 방금 전 민영처럼 자괴감이 담긴 웃음이었다.

 

 “대단하시군요. 정말...저는 몬스터 하나 제대로 퇴치 못하는데 말입니다.”

 “대신 해킹 능력이 뛰어나시잖아요.”

 “그걸로는 사람을 못 구합니다...”

 

 너무 작은 소리라 민영은 상철이 한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녀가 물어보려는 찰나 상철이 다시 질문했다.

 

 “뭐 알겠습니다. 그러면 헌터 킬러 사건이 어비스에 의한 거란 말은 뭐죠? 어비스가 사람의 잠재 신체 능력을 끌어 올려 주는 약이란 건 저도 기자회견 봐서 알고 있지만요.”

 “정확히는 완성 된 어비스가 아니라 실험 단계 어비스로 임상실험 한 거라고 봐야겠죠. 길드장님이 조사하다 약병을 주워서 성분 검사를 해보니 그 안에 세뇌 물질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강제로 투약해서 실험 했을 것 같네요.”

 “으, 기분 나쁘네요. 그러면 완성형 어비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뭐 추측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어비스 길드를 개자식들이라고 부른 거예요.”

 

 상철은 이제야 모든게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왜 굳이 어비스 길드가 어비스를 만들어서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 약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높은데 말이죠.”

 “악당의 생각을 어떻게 다 이해 하겠어요? 그저 최선을 다해 막는 거죠.”

 “민영씨는 벌써 심취했나 봐요.”

 

 심취한게 아니라 권혁이 관계됐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의 악행을 막는 다면 뭐,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지금은 반대로 그들의 악행을 막아야만 권혁을 살릴 수 있는 것이기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고.

 

 “아, 자료 복사 다 됐네요.”

 

 굳이 말로 하고 싶지 않았던 민영은 마침 자료 복사가 다 된 화면을 보고 상철의 주의를 끌었다. 화면을 보자마자 불이 붙은 상철은 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혼잣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몇 분가량 그렇게 두드리고 그는 김도한 과장에게 메시지와 함께 어비스 길드에서 빼온 자료를 전부 넘길 수 있었다. 심취한 건 내가 아니라 구상철이 아닐까 하고 민영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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