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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72   95 hit   2018-01-29 22:46:48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1)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하나하나 다 알리다가 전 세계가 다 알겠다! 기다릴 줄 몰라?”

 “말 안 듣고 통신기 안 가져갔다가 사람 걱정하게 만들고는 누구한테 큰소리예요! 그리고 덕분에 다 잘 끝났잖아요!”

 “끝이 좋으면 과정이 어떻게 됐든 상관없단 거야? 앞으로 일이 어떻게 꼬일지 모르잖아!”

 “애초에 나한테 안 들켰으면 될 거 아니냐고요!”

 

 상철은 좌불안석이었다. 민영과 혁이 다투는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었다. 물론 상철이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그저 느닷없이 불려와 시키는 일을 하고 약간의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혁이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고맙다는 말 대신 민영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들여놓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길드장님, 일단 진정 좀 하시죠. 민영씨가 설마 길드장님 골탕 먹일 셈으로 절 불렀겠습니까. 다 걱정하는 마음에서...”

 “구상철씨는 빠지세요. 이건 우리 둘 문제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영문도 제대로 모르고 도와준 사람한테?”

 “영문을 모르면 발을 들이지 말아야지!”

 “이렇게 꽉 막힌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민영은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혁이 따라 나갔고 당황한 상철도 함께 했다.

 

 “저 오늘 조퇴 할게요.”

 

 민영은 겉옷을 입고 소지품을 챙기고 있었다. 혁은 그녀를 제지하려 팔을 붙잡았다.

 

 “길드장 허가 없이 어딜 맘대로 가?”

 “이럴 때만 또 길드장이죠? 좋겠네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뭐?”

 “그렇잖아요? 책임져야 할 일은 교묘히 빠져나가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권위적일 때나 길드장이고.”

 

 상철은 잘 몰랐지만 민영이 한 말은 얼마 전 회의에서 관리팀 팀장 유정이 했던 말을 비꼰 것이었다. 회의에 함께 참석했으니 물론 혁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그는 그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 민영은 팔을 휘둘러 혁의 손을 쳐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빌어먹을! 난 초인이 아니라고!”

 

 혁이 소리치며 벽을 치려하자 재빨리 상철이 팔을 잡고 막았다.

 

 “뭡니까!”

 “아, 그게...길드장님이 벽을 부수실까봐서.”

 

 열 받긴 하지만 맞는 소리였다. 혁은 혀를 한 번 차고 주먹을 내렸다.

 

 “두 분 연애하십니까?”

 

 이건 또 무슨 맥락이 안드로메다까지 벗어나는 소린가? 이렇게 격하게 싸운 꼴을 보고 한다는 소리가 겨우 연애 하냐는 말. 혁은 당황스러우면서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혁에게 지금 이 순간 비밀이 있다면 첫 번째는 그가 바로 레이븐이라는 점, 두 번째는 민영와 얼마 전부터 연애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 가지 비밀 모두 철저하게 지켜왔다. 워낙 주변이 극성인 탓에 연애 사실은 특히나 더더욱.

 

 “척 봐도 알겠는데요. 눈빛이 안 싸우잖아요.”

 “눈빛이 안 싸워요?”

 “네. 민영씨는 길드장님이 걱정돼서 죽겠다는 눈이고, 길드장님은 미안해서 죽겠다는 눈이고. 처음에는 심각하게 싸우기에 눈치 못 챘는데 자세히 보니...얼마나 됐어요?”

 

 상철이 나이가 있어서 그런 건지, 통찰력이나 관찰력이 뛰어나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그에게 숨기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젠장, 그렇게 티 나나? 혁은 앞으로 더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과하세요.”

 “사과요...?”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잘 생각해보고, 내일 사과해요.”

 

 혁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마치 현자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헌터보다 심리치료 분야로 활약해도 될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잘 아시죠?”

 

 잠시 상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짧지만 분명 그는 씁쓸함을 담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밝게 웃으면서 혁에게 말했다.

 

 “그야 우리 나이차가 띠동갑 정도니 당연한 거 아닐까요? 인생 경험은 제가 훨씬 선뱁니다.”

 

 그런가? 뭔가 탐탁지 않으면서도 말이 되는 것 같은 기묘한 기분에 휩싸인 혁은 상철의 말대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 민영이 자신을 잘못되게 하려고 한 적이 있었던가?

 

 “아, 한 가지 더 덧붙일게요.”

 “네?”

 

 잠시 생각이 딴 길로 빠졌던 혁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느라 얼빠진 얼굴을 하고 상철을 바라봤다. 지금 혁에게 있어서 상철의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감사 인사는 이럴 때 하는 겁니다.”

 “아, 아! 고마워요. 어제부터 쭉.”

 “이거 왠지 엎드려 절 받기 같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철의 표정은 꽤 뻔뻔스러웠다. 반면 혁은 머쓱해서 뒤통수를 벅벅 긁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제 저도 제 할 일 하러 가봐야겠네요.”

 “아, 죄송해요. 그러고 보니 밤새 저 때문에 댁에도 못 들어가시고...부인께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아까 봤던 표정. 분명 말을 잘못 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철은 혁이 미처 뭐라 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우리 마누라는 마음이 넓어서 말이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비서실을 나가는 그의 모습에 혁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상철의 모습에서 왠지 익숙함을 느낀 것만 같아서.

 

 

***

 

 

 비록 민영과 화해는 못 한 것 같았지만 대신 혁은 상철을 신뢰하게 된 듯 레이븐 일을 할 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잦았다. 상철은 혁의 요청에 따라 CCTV를 해킹하거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의 출입구를 임의로 조종하여 열어주는 일을 했다. 게다가 혁은 새로운 도구들을 지참한 터라 전보다 더 빠르고 조용한 일처리가 가능해졌다.

 

 -폐건물이라 경보기는 끊어져있네요. 바로 진입하세요.

 “고마워요.”

 

 혁은 눈앞에 있는 폐건물의 옥상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낡은 경첩에서 끼이이 하는 쇳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과거 공기업에서 지었던 이 아파트 단지는 몬스터 소환 이후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마약을 거래하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가 또 있을까. 혁은 오늘 이곳에서 마약 거래가 있을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와있었다. 옥상을 통해 천천히 내려오던 그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소리를 감지했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귀를 기울였다.

 

 ‘잘 안 들리는군.’

 

 아주 가늘게 들려오는 말소리는 아직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는 다시 한 층을 더 내려갔다. 아까보다 좀 더 크게 들렸지만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 아래쪽에 보초 있습니다.

 

 지금 적을 제거한다면 순식간에 포위 될 가능성이 있었다. 아마 이 아래층쯤에서 거래 중일 거라 생각한 혁은 일단 가까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오래전 폐허가 돼서 그런지 문은 죄다 열려있거나 부서져 있었다. 베란다까지 간 다음 그는 상철에게 통신했다.

 

 “거래가 몇호실에서 진행 중인지 알 수 있어요?”

 -잠깐만요...1006호네요. 지금 있는 곳에서 2칸 왼쪽으로 간 다음 바로 아래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옳거니. 혁은 베란다 난간을 이용해 겁도 없이 훌쩍훌쩍 1106호로 넘어갔다. 민영이 봤다면 거품을 물고 기절했을 것이다.

 

 ‘어디 좀 들어보자.’

 

 아래층을 향해 귀를 기울이자 드디어 말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거친 목소리의 남자와 반대로 차분한 목소리의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전에 그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이 말인가?”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존 상품보다 순도를 10%나 더 끌어올렸어요. 외국에서 밀입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이 정도 순수한 상품은 찾기 힘들 겁니다.”

 “순도를 올려서 그런지 몰라도 전보다 상당히 투명해졌군. 샘플 있나?”

 “물론이죠. 한 번 써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았다. 혁은 11층 베란다 난간에 와이어를 걸고 연막탄 안전핀을 뽑아둔 뒤 오른손으로 쥐고 망설임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10층 거래현장이 보이자마자 그는 연막탄을 던지고 10층 베란다 난간을 잡아 더 이상의 낙하를 방지하고 잠시 기다렸다. 연막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집 안은 난리 법석이 되었고 그는 열 감지 모드를 켜고 난간을 넘어 진입했다.

 

 “약, 약부터 챙겨!”

 

 네놈 몸부터 챙기시지. 혁은 빠르게 상대를 제압해나갔다. 연막이 걷혔을 때 남은 건 잔챙이들뿐이었고 그마저도 까마귀 가면을 쓴 그를 보자마자 도망가기 바빴다. 혁은 굳이 그들을 쫓아가지 않았다.

 

 “경찰이다! 너희를 마약 소지죄 및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한다!”

 

 뭐, 이런 거지. 계획대로 잘 풀렸기에 혁은 만족스럽게 한 번 웃어주고 와이어를 이용해 다시 1106호로 올라간 다음 조용히 옥상으로 향했다.

 

 “김도한 과장. 도움 고맙소.”

 -고맙긴. 내가 고맙지. 그 왓쳐라는 친구 덕분에 일이 더 편해졌군.

 “유능한 친구지. 다음에도 잘 부탁하겠소. 그럼 이만.”

 

 통신을 마치고 혁은 다른 건물로 건너 길드 건물로 돌아갔다. 요즘은 확실히 왓쳐, 상철 덕분에 일이 쉬워져 돌아가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다. 11시...심야영화는 아직 할 텐데.

 

 “영화나 보자고 할까?”

 

 요즘 가장 힘든 건 헌터 일도, 레이븐 일도 아닌 민영 달래주는 일이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화를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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