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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73   83 hit   2018-01-29 22:47:10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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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그 뒤로도 민영과 혁 사이의 냉전은 계속되었다. 도무지 데이트 신청 할 시간이 나질 않거니와 가까스로 시간이 된다 해도 민영이 거절했다. 그러다보니 혁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고 다시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최근 둘은 필요한 말 외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아예 얼굴도 안 보고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을 정도였으니.

 

 “요새 둘이 왜 그래요?”

 

 점심 식사 중인 혁의 앞자리에 원호가 앉아 수저를 챙기면서 물었다. 누가 봐도 냉기가 펄펄 날려 애먼 날씨에 사람 얼어 죽게 생겼으니 궁금할 수밖에. 원호의 질문에 혁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원호의 질문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민영만 생각하면 화딱지가 나서 어디 소리라도 안 지르면 폭발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사람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까?”

 “너무 훅 들어오시는데요. 깜빡이도 없이.”

 

 너무 흥분한 탓에 앞 뒤 안 재고 한 질문에 원호는 가벼운 농담으로 혁을 진정시켰다.

 

 “제가 하지 말라고 못 박아둔 일이 있는데 굳이 그걸 해버리고는 화내니까 그걸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반대로 더 화를 내더라니까요.”

 

 원호도 혁보다 몇 년은 더 살아왔고 그만큼 연애 경험도 적게나마 있었다. 그래서 그는 혁이 토로하는 말이 좀 우스웠다. 

 

 “혹시 혁씨를 위해서였다고 그러지 않던가요?”

 

 원호의 말에 혁은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려버렸다.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독심술?”

 

 나라고 달랐을까. 원호는 자신의 연애 초기를 떠올렸다. 아마 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 사랑을 하면 다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자신도 당시 그보다 선배였던 누군가에게 이렇게 토로했었고 그 사람 또한 이렇게 웃고 있었다.

 

 “인생 경험도, 연애 경험도 조금 더 있어서 생긴 통찰력이라고 해두죠.”

 

 통찰력이라고 할 것도 없다. 연애를 글로 배운 사람도 이 정도는 알아챌 것이다. 원래 숨긴 사람만 모르는 법이지.

 

 “아무튼 그래서 지금 곤란하단 거죠?”

 “네. 이제는 사과도 지긋지긋하고, 왠지 자꾸 기싸움에서 말리는 느낌도 들어요.”

 

 원호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냥 져줘요.”

 “져달라고요? 제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요?”

 “상대도 알고 있을 걸요. 단지 지적하고 화내기만 해서 그런 거죠.”

 

 과연 그럴까. 혁은 왼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원호의 말은 날카로운 송곳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돌아왔던 그 날 민영의 표정이 미묘했던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혁은 어렵단 표정으로 밥을 삼켰다.

 

 “여자는 어렵네요.”

 “세상 그 무엇보다 어려울 겁니다.”

 “차라리 혼자서 S급 몬스터를 잡는게 낫겠어요.”

 

 원호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헌터의 눈에는 그렇게 생각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자신도 헌터 길드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연구원이다. 그래서 혁의 표현이 신선했다.

 

 “아, 그렇지 참. 용무가 이게 아니었는데.”

 

 사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로 직접 방문해도 되지만 혁이 최근 기분도 안 좋아 보이고 해서 식사하는 동안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일부러 접근한 원호였다. 어지간하면 밥 먹으면서 기분 나쁘다고 사람 건드리진 않을 테니까. 물론 혁이 그런 망나니는 아님을 알고 있었다. 다만 사람은 자기감정에 휩쓸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법이다.

 

 “무슨 일인데요?”

 “요청했던 물건들 다 완성됐어요. 이거 완성품 테스트 결과물이에요.”

 

 혁은 서류를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곧장 훑었다. 원호는 그 모습을 보며 그가 여자를 왜 어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처음 만난 날부터 혁은 저랬다. 일에 빠져 사는 모습. SNS활동 때문에 비서인 민영에게 항상 잔소리를 듣는 것 같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그의 머리는 24시간 헌터 일을 위해 돌아갈 것이고 그랬다가는 이 일을 장기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흠...일단 서류상 결과는 만족스럽네요. 바로 다음 사냥에서 시험 할 수 있게 1팀, 2팀 멤버에게 나눠주시고 사용 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네, 그러죠.”

 “그럼 전에 말씀드렸던 그거, 이제 시작하시는 건가요?”

 

 원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이번에 혁이 요청한 무기가 탐탁지 않았다.

 

 “그런 위험한게 꼭 필요 합니까?”

 “말씀 드렸잖습니까. S급 몬스터가 이렇게 자주 나타나는 이상 언젠가 한 번은 사용하게 될 거라고.”

 

 사실 지금까지도 원호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반응 없는 원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혁은 알 것 같았다.

 

 “물론 쓰는 일 없이 몬스터를 퇴치하는게 가장 좋죠. 만약을 위한 겁니다.”

 “그럼 일단 제작에 들어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상관없어요. 오히려 빨리 만들어 낸다면 믿을 수가 없겠죠.”

 

 혁은 그렇게 말하고 다 먹은 식판과 수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류까지 야무지게 챙긴 그는 원호에게 먼저 가보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식당을 나섰다.

 

 “정말 쓸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원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다 식어버린 식사를 하면서 그는 이번엔 철야할 생각에 아찔해졌다. 마누라한테 뭐라고 말해야 하나?

 

 

***

 

 

 도한은 한껏 긴장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기자회견이라니. 간혹 현장에서 기자 인터뷰에 응한 적은 있었어도 이런 회견장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입은 양복차림이 어색하고 답답했다. 다행히 부하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경찰이나 관리청같은 곳은 한 사람만 빠져도 엄청나게 바빠지게 마련이다. 함께 왔다면 긴장하는 자신을 비웃었으리라 생각하며 그는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김도한씨, 슬슬 시작할 시간이에요.”

 “아, 예.”

 

 후우, 이번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기자들은 대부분 구면이다. 일하다보면 하루걸러 만나게 되는게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긴장할 것 없다. 도한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회견장 문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은 조용했다. 기자들은 거의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도한이 기자회견을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음. 안녕하십니까. 기자회견은 처음이라 떨리네요. 우리 대부분 구면이니 조금만 살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한 나름의 농담이었건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요컨대 지금 그는 국민의 적이었다. 좋은 일 하는 어비스 길드를 때려잡은 다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틀어박혔던 헌터 관리청 감시과 과장 김도한.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그는 쓴웃음이 났다.

 

 “음, 제가 개그 센스가 없는데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말 한 뒤 그는 물을 조금 마셨다.

 

 “예. 아시다시피 얼마 전 저희 헌터 관리청 감시과는 경찰과 함께 어비스 길드를 긴급 수사 하고 지광훈 박사를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어비스라는 약물에 대한 모든 자료와 샘플을 압수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었던 점 우선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다. 계속 긴장하지 말고 끌고 나가자.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그 첫 번째로 이번 수사는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받은 제보로 움직였습니다. 그 제보는 저희가 무시하기엔 너무 방대한 자료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어비스 길드에는 민간인이 한 명 납치되어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역시 이쪽이 자극적인가보군. 어찌 보면 레이븐이 납치됐었던 것이 이 모든 의혹들을 돌파할 무기가 되어줄지도 몰랐다.

 

 “그 민간인은 다행히 잘 구출되어 최대한 조용히 안전하게 댁으로 모셨습니다. 물론 몇 가지 조사는 했지만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인 듯 기자들은 연신 입을 실룩거렸다. 그 모습들이 어째 먹이를 먹으려는 물고기들 같았다.

 

 “세 번째로 어비스가 그리 좋은 약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잠잠했던 것은 익명의 제보자에게 받은 자료와 저희들이 압수한 자료가 일치하는지, 그리고 어비스의 성분이 정말 위험한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조사 결과, 어비스는 아주 위험한 약물임이 밝혀졌습니다.”

 

 자, 누가 가장 먼저 속보를 올릴까. 도한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예상보다 훨씬 잘 되어가는 것을 보니 긴장도 풀리고 생각도 잘 정리되어갔다.

 

 “여러분 모두 헌터 킬러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실 겁니다. 아마 이 나라에서 살면서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죠. 아주 끔찍하고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헌터 킬러 사건이 어비스과 연관이 있었고 즉, 헌터 킬러 사건은 어비스 길드에서 일으킨 사건이었던 겁니다.”

 

 기자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헌터 관리청은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더더욱 도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 지광훈 박사의 조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비스 길드와 지광훈 박사의 가면은 벗겨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저희 헌터 관리청은 더 면밀한 조사와 감사로 이런 일이 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뛰어다니는 헌터 관리청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도한이 말을 마친 순간 셔터와 질문이 쏟아졌다. 그것은 차마 도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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