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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74   14 hit   2018-01-29 22:47:37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3)
  • User No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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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8 IU는뉘집아이유

 질의응답까지 마친 도한은 진이 빠져 숨을 몰아쉬었다. 도무지 기자들은 적당함을 모르는 인간들이다. 수많은 연예인들이나 정치가들에게 아주 약간 존경심이 들었다. 이 정도는 견뎌내야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고생 많았네, 김도한 과장.”

 “부장님?”

 

 미리 준비 되어 있던 수건으로 땀을 닦고 고개를 드니 그곳에는 엄종대 부장이 씩 웃으며 도한을 내려 보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로...”

 “걱정돼서 와 봤다. 올 필요 없었네?”

 

 엄종대 부장은 도한의 어깨를 두어번 가볍게 두드렸다.

 

 “기자들 질문에는 두 손 들었습니다. 중간에 안 끊었으면 내일 아침까지 하겠던데요.”

 “다 그래. 말하는 건 쉽지만 질문에 답하긴 어려워. 질문에 답은 신중하게 해야 하니까 말이지.”

 

 정말 그랬다. 오늘 기자들과 했던 질의응답은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으로 하겠냐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깊이 파고드는 것들이었으며 도한은 그런 질문에 기밀사항을 벗어나지 않는 동시에 기자들이 납득 가능한 대답을 제시하느라 진땀을 뺐다. 실내온도도 적당했고 옷이 두껍지도 않았는데 그토록 땀을 많이 흘린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한 포상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좋은 소식을 가져왔네.”

 “제가 좋아할만한 소식이라면 포상이든 뭐든 좋습니다.”

 “자네 항상 감시과 좀 키워달라고 했지? 인원을 늘리든 감시2과를 만들든 말이야.”

 “한 5과까지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5과까지는 무리고, 이번에 감시2과 신설 허가가 떨어졌네.”

 

 아직 도한 몸속에 힘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소파에 축 처졌던 도한의 몸은 용수철 튕기듯 일어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이 친구 아직 힘이 넘치는구만?”

 “정말 감시2과가 신설되는 겁니까?”

 “그래! 지난번에 헌터 킬러가 동시에 나타난 것 때문에 보류됐던 건을 살린 모양이야.”

 

 오늘은 좋은 날이구나. 도한은 주먹을 꽉 쥐고 기쁨을 표현했다. 아니, 오늘만이 좋은 날이 아니었다. 어비스 길드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옛말에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솔직하게 기뻐하는게 맞는 것 아닌가?

 

 “정말 감사합니다!”

 “나한테 무슨 감사를 하고 그래. 청장님께서 힘 많이 쓰셨지.”

 

 엄종대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가자. 가서 술이나 먹자.”

 “예? 오늘 업무는요?”

 

 그의 달콤한 유혹이 도한을 흔들리게 했다. 하지만 오늘 업무는 아직 남아있다. 아무 사건이 없더라도 사무실에 11시까지는 남아 있어야 한다. 밤 7시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도한은 머뭇거렸다. 그 때 엄종대 부장이 팔로 그의 어깨를 두르며 2차 유혹을 시전했다.

 

 “청장님이 너 수고한다고 술 한 잔 하라시더라. 오늘만 특별히 빠지는 거야. 요새 그 까마귀 덕분에 심야 사건도 별로 없잖아?”

 “뭐 그건 그렇죠.”

 

 팔을 푼 엄종대 부장은 도한의 등을 툭 치며 먼저 방을 나섰다.

 

 “그러니까 가자! 뭐 먹을래?”

 “부장님이 쏘십니까?”

 

 도한이 묻자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며 의기양양하게 웃는 엄종대 부장.

 

 “청장님이 쏘시는 거다!”

 “소 잡으러 갑시다, 형님!”

 

 아직 술은 입에도 안 댔건만 두 사람은 벌써 거나하게 취한 사람처럼 웃으며 번화가로 향했다. 불이 아직 밝은 번화가는 도한에게 아주 오랜만이었고 그래서였을까? 그 날 도한의 기분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오늘은 적당히 같은 건 없다.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도 못 할 만큼 마시는 날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

 

 

 폐허가 된 옛 도심지 주변을 빙 둘러싸고 디펜더들이 힘을 쥐어짜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다. 몬스터 사이에 S급이 한 마리만 있어도 백명이 넘는 인원은 각자 오늘 무사히 집에 갈 수 있기를 기도해야만 한다. 영겁과 같은 시간 동안 몬스터들을 막아내면 헌터 길드에서 파견한 헌터들이 도착하고 그들이 사냥 준비를 마치면 디펜더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에서 이탈한다. 진정한 고기방패인 셈이었다.

 

 “누군가는 고기방패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우리가 없다면 몬스터들에 대한 피해는 더 커지겠지. 명심해라. 다음 주 부터는 너도 그런 공포에서 누군가를 지켜내는 디펜더다.”

 “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호는 다음 주, 자신이 맡은 구역에 새로 들어 올 신입을 교육 중이었다. 이른바 현장학습이라는 건데 다행이라고 말할 건 아니지만 다행히 몬스터 소환 덕분에 교육은 잘 진행됐다. 신입은 눈을 빛내면서 그의 말 한 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대답도 빠릿빠릿했다. 물론 이런 자세와 실전에서의 활약은 다르겠지만.

 

 “늦어서 미안하다! 브리핑 후에 곧바로 진입할 테니까 3분만 버텨줘!”

 “너넨 맨날 늦냐?”

 

 수호가 장난스럽게 혁을 툭 치면서 말을 걸었다. 그를 한눈에 알아 본 혁이 깜짝 놀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어? 너 왜 빠져있어? 고자 됐냐?”

 “너 진짜...신입도 있는데 말 그렇게 좀 하지 마라.”

 

 디펜더들이 힘을 다 쓰고 후방으로 빠져 나와 있는 상황을 빗대서 헌터들은 ‘고자 됐다’고 표현하곤 했다. 다른 말로는 현자 타임. 신입은 무슨 말인지 몰라 옆에서 머리 위 한가득 물음표만 띄웠고 혁은 머쓱해하며 웃었다.

 

 “어? 아아, 미안하다. 나중에 인사 제대로 시켜줘. 일단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까. 자, 1, 2팀 주목!”

 

 브리핑에 방해가 되지 않게 수호는 신입과 함께 자리를 비켰다. 곧 싸움이 시작 될 테니 생각 이상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선배님. 방금 그 사람이 혼 길드 길드마스터 권혁인가요?”

 “너도 알아보는 구나? 저 자식 몇 년 만에 용 됐네.”

 “저 헌터 중에 S랭크는 처음 봐요!”

 

 신입이 신나하며 말하자 수호가 피식 웃었다.

 

 “거기 있는 애들 절반이 S랭크야. 몰랐냐?”

 “예? 진짜요?”

 

 아무래도 혁을 제외하고는 TV노출이 없다보니 못 알아볼 법도 하다. 수호는 어느 정도 거리를 확보한 다음 멈추고 돌아섰다.

 

 “원래는 그냥 가려고 했는데 한 번 S랭크가 어떻게 싸우는지나 보고 가자.”

 

 헌터들의 전투 장면은 어지간해서는 위험해서 TV는커녕 사진촬영조차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헌터들이 실제로 싸우는 장면을 보는 것은 디펜더에게 있어서는 꽤 중요한 일이다. 한 번 전투를 보는 것으로 디펜더는 헌터를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일에 노력할 수 있게 된다. 헌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엇, 시작하네요!”

 

 멀리서 혁이 핸드캐넌을 하늘로 치켜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입의 눈앞에 펼쳐진 전투는 디펜더와는 또 다른,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오늘 소환된 몬스터는 곤충형들이었다. 소형 곤충형들은 속도가 빠른데다 처치하면 몸속에서 산성액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성가신 놈들이었다. 그래서 보통 이쪽은 몸놀림이 재빠른 근접 공격대원들이 처리했다. 덕분에 평소 뒤처리를 위주로 하던 근접 공격대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고 있었다.

 

 -마스터! 소형 일부가 뒤로 돌아갑니다!

 

 2팀 근접 공격 대원인 창현이 외쳤다.

 

 “은성이랑 하나! 유폭 유도해!”

 

 소형 열 몇 마리 때문에 모두가 진형을 무너트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원거리 공격수 둘로 유폭을 유도하여 빠르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는 동안 대형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앞다리로 헌터들을 공격하고 날개를 이용해 날렵하게 공격을 피하기도 했다. 때로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자세를 비틀어 등껍질로 막아내기도 했다.

 

 -이게 진짜 곤충이 싸우는 방식입니까? 머리가 너무 좋은데요?

 “잡소리 하지 마! 

 -건물 충격 때문에 애 좀 먹었는데 괜찮습니다! 2분만 기다려요!

 “석호씨! 그물 상황 어떻게 됐어요!”

 -저는 설치 됐습니다! 은성씨 그물 설치만 끝나면 됩니다!

 “젠장, 조금만 더 버텨!”

 

 그 때 애시드 맨티스의 주둥이가 벌어졌다. 보나마나 산성액을 마구 투척해대려는 것이다.

 

 “원거리 공격수들 방패 뒤로 밀집! 주둥이 안을 공격한다!”

 

 튼튼한 껍데기와 다르게 내부가 부드러운 곤충인 만큼 입을 벌린다는 것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으로 받는 피해는 얼마 안 되지만, 아주 약간이라도 피해를 누적시킬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정신 놓지 마! 왼쪽 칼날 들어온다!

 

 2팀장 주희의 통신으로 혁은 산성액 분비 공격이 끝나자마자 간발의 차로 간신히 칼날을 막아냈다. 워낙 강한 공격인 탓에 몇 바퀴 구르긴 했지만.

 

 -주아가 당했어요! 당장 치료 받아야 합니다!

 

 이번엔 소형과 싸우던 근거리 공격대원들에게서 들어온 통신이었다. S랭크가 세 명이지만 그래도 그 숫자와 맞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쓰러진 주아를 지키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원팀! 지원이 필요해! 좌표 43-08! 디펜더 몇 명이 같이 가줘!”

 -설치 끝났습니다! 유인해주세요!

 

 마침 힘들었던 찰나에 은성의 통신은 구세주의 음성처럼 들렸다. 혁은 함께 있는 대원들을 모두 한 블록 뒤로 물러나게 한 다음 태주와 성준을 근거리 공격대원들에게 보냈다. 애시드 맨티스는 인간들이 뒤로 후퇴하는 모습에 의기양양했는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헌터들을 단숨에 처리하려했다.

 

 “지금!”

 

 바지지직, 하는 굉음이 몇 초간 들려오고 애시드 맨티스는 그물에 걸려 꼼짝 못하는 물고기처럼 파닥대기만 했다.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전기 그물은 설치하기는 좀 힘들었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전기를 끊자 바삭한 사마귀 튀김이라도 된 것 처럼 애시드 맨티스는 바닥에 쓰러졌다.

 

 “원거리 공격수 집중 포화!”

 

 엄청난 포화가 애시드 맨티스에게 집중됐다. 이번 공격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심산으로 혁은 미친 듯이 달려 나가면서 건물 안에 있는 두 수호대원들에게 통신을 넣었다.

 

 “둘 다 놈의 다리 관절을 끊어버려! 나는 저 앞 다리를 맡을 테니까!”

 

 그리고 혁은 아직 널브러진 애시드 맨티스의 앞 다리 관절을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내리칠 때 마다 슈트와 껍데기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강철로 된 벽을 무쇠 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은 소리였다.

 

 “빌어먹을, 안 깨진다 이거지?”

 

 주먹으로 내려쳐도 깨지지 않자 그는 앞 다리를 잡고 반대로 꺾기를 시도했다. 대게 집게다리를 잡고 비트는 것처럼 그는 두 손으로 든 다리를 마구잡이로 꺾었다. 슈트를 제작한 원호가 본다면 뒷목잡고 쓰러질 일이다. 이렇게 무식하게 쓰라고 만든 슈트가 아니거늘. 어쨌거나 혁의 계획대로 애시드 맨티스의 앞다리는 양쪽 모두 부러져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혁! 이쪽은 다 끝났어! 야, 이거 너무 힘든데?

 

 소형들의 퇴치도 끝났는지 훈수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애시드 맨티스도 그야말로 처참한 꼴이었다. 앞 다리, 중간 다리 죄다 날아가고 눈이 터지고 온 몸이 구멍 투성이었다.

 

 “이쪽도 끝! 다들 고생 많았어!”

 

 혁은 슈트 헬멧을 벗고 머리를 마구 털었다. 전투 열기 때문에 그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지친 혁은 쓰러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직도 모자라다. 화력도 아직 모자라고 자신의 지휘능력도 좋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좀 더 효율적인 장비를 많이 개발하고 각 팀 구성원이 유동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혁은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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