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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75   13 hit   2018-01-29 22:48:03
인 더 다크 - 04. 팀 레이븐(4)
  • User No :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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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8 IU는뉘집아이유

 요즘 혁은 비는 시간에 거의 딴 짓은 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거나 서류 처리를 하거나 가끔은 신입 헌터들이나 저랭크 헌터들을 모아놓고 강의도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혁이 갑자기 개과천선을 했다거나 어떤 대단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어, 민영씨. 아까 준 서류...”

 

 친근하게 말을 걸었지만 민영은 눈도 안 마주치고 혁의 손에 있던 서류를 빼앗듯이 가져가고 가져온 서류를 책상에 던지다시피 놓아두고 홱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갔다. 사무실 문은 언제나 큰 소리가 나게 닫아야 한다.

 

 “젠장, 저러는데 대체 뭘 어쩌라고.”

 

 상철이 가르쳐 준 대로 그는 2주가 넘도록 민영의 마음을 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의 조언은 처음부터 틀린 것 같았다. 사람이 싸울 마음이 없었다면 이미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겠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도 싸우자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가뜩이나 지금도 힘든데 걱정거리만 늘어나네.”

 

 연애 같은 걸 괜히 시작해서. 물론 전부터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죄책감으로 시작한 감정은 어느새 호감으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짓궂은 장난도 치고 했지만. 

 

 “혁씨?”

 “예...예? 아, 언제 오셨어요?”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상철이 들어와 혁을 부르고 있었다. 어차피 레이븐 활동이야 퇴근 후이기 때문에 상철이 이 시간에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혁은 영문을 모르고 그를 쳐다봤다.

 

 “뉴스 보셨습니까?”

 

 뉴스는 무슨. 요즘은 서류만 봅니다.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그는 인터넷을 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허...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이제는 귀찮고 짜증만 나는지 혁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투덜거렸다. 이 빌어먹을 것들은 하루라도 범죄를 안 일으키면 혓바늘이 돋아나나?

 

 “보다시피 좀 큰 사건이 터졌네요.”

 “네, 정말 그런 것 같네요.”

 

 혁은 감정 없이 대답하면서 뉴스 하나를 골라 스크롤을 내렸다. 은행 현금 수송 차량이 습격 받아 안에 있던 현금을 몽땅 털렸다는 기사였다. 세상에 대낮에 이렇게 대놓고 큰 범죄를 저지르는 놈은 또 오랜만이다.

 

 “은행 현금 수송 차량은 호위도 없답니까?”

 “기사에 안 써있나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고 하더군요.”

 

 아, 여기 있군. 중무장 한 호위차량을 단 3분 만에 제압하고 5분 만에 현금을 죄다 가져갔다라...계획 한 번 제대로 잡았나보네.

 

 “많이도 가져갔네. 200억이라...”

 “아무래도 단순히 금품을 노린 범죄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네요. 어지간히 팀워크가 맞는 거 아니면 8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현금 수송 차량을 털기는 힘들겠죠. 아니, 차라리 돈만 노렸으면 합니다. 얼마나 일이 더 커질지 모르니까요.”

 

 상철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CCTV로 저놈들 차량 번호 확보해주시고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세요. 오늘 밤에 나가는 걸로 하죠.”

 “그럴 줄 알고 벌써 알아왔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한 부분요?”

 

 일에 변수가 생기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골치 아파진다. 앞서 헌터 킬러나 어비스 때도 그랬고 물론 몬스터를 퇴치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상철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앞으로 일이 엄청나게 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CCTV로 이동 경로를 추적했는데 골드러시 길드에 들어갔다가 5분 뒤에 나오더라고요. 이게 단순히 경찰을 혼동시키기 위한 거라면 좋겠는데요.”

 “골드러시 길드가 200억이란 돈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겠죠.”

 “그야 그렇긴 합니다만...”

 

 상철은 말끝을 흐렸다. 골드러시 길드는 혼 길드처럼 단순한 길드가 아니었다. 헌터 세계에서는 양대산맥, 쌍두마차로 거론되는 길드 중 하나가 바로 골드러시 길드였다. 사람들은 골드러시 길드의 강력한 라이벌로 항상 혼 길드를 이야기 하는데 사실 규모나 재정에 있어서는 혼 길드는 아직 그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골드러시 길드는 국내 최초의 길드였으니까.

 

 “그건 쓸데없는 걱정 같네요. 만약 골드러시 길드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은행 열 몇 군데를 동시에 털어버릴 겁니다. 기우예요.”

 

 확실히 혁의 주장이 옳았다. 골드러시 길드는 이름처럼 길드 운영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길드 내의 모든 헌터는 서로 팀이자 라이벌이었고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도 실수 한 번으로 팀에서 내쳐지기 일쑤였다. 이 방식이 잘못되면 길드가 무너지지만 길드의 명성이 현재 방식을 옳게 만들었고 헌터들은 때로는 협동을, 때로는 경쟁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길드를 발전 시켜 나갔다. 그러다보니 사망자가 좀 생기기도 했다. 지난 번 만난 2팀 팀장 민웅도 장례를 위해 병원을 찾았으니.

 

 “그럼 골드러시 길드는 이 사건에서 제외시키고 생각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오늘 밤에 바로 가실 겁니까?”

 “그래야겠죠. 자료는 미리 봐둘게요. 고마워요.”

 “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뭔가요?”

 “냉전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 그거요...”

 

 혁은 그만 쓰게 웃고 말았다. 상기시키지 좀 말아줬으면 싶었다. 현금 수송 차량 사건 덕분에 잠깐 잊고 있었는데. 상철은 웃으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아직 사과 안 했어요?”

 “하긴 했는데 안 받아주네요.”

 “그래요? 이상하네. 뭐라고 했는데요?”

 “내가 뭔가 잘못 한 것 같은데 미안하니 화 풀라고 했죠.”

 

 상철은 이걸 한숨을 쉬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의 얼굴은 굉장히 이상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입은 웃는데 눈이 한숨을 쉬고 있다. 영문을 모르는 혁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어릴 때 친구랑 싸운 적 있어요?”

 “네? 아, 뭐...있죠. 없진 않죠.”

 

 참 여러 가지로 싸웠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만 나올 이유들로.

 

 “친구들 중에 꼭 미안하다고 한 다음 이유 붙이는 애 있지 않았어요?”

 “있었죠! 근데 니가 잘못 한 것도 있잖아, 하면서.”

 “그거랑 똑같은 거에요.”

 “음...알 것 같긴 한데 알고 싶지 않은 진리군요.”

 

 정답이다. 상철은 혁의 대답에 낄낄댔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너무 어려우니 여기까지만 하죠. 오늘 밤에 다른 일도 있으니까요.”

 “그럽시다. 서로 맡은 바 임무는 다 해야 하지 않겠어요?”

 

 조금 아쉽다는 얼굴로 상철은 사무실을 나갔다. 혁은 머리를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썼다. 세상에서 가장 불공평한 계급은 아마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상철이 가져온 자료에 집중하려 애썼다.

 

 

***

 

 

 솔직하게 말하자면 민영은 레이븐 일을 하는데 크게 도움 되는 부분은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그런 식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방해물이었다. 혁은 레이븐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사적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면을 쓴다고 해서 인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혼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 나는 것을 어쩌겠는가. 사람인 것을. 몇 번이고 떠오르는 민영을 지우려 애쓰면서 그는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건물은 낡은 건물인데 과거 자동차 정비소로 쓰인 것 같았다. 미처 치우지 못한 공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폐타이어도 많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그가 찾던 자동차가 보였다. 검은 SUV차량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튼튼해 보였다. 게다가 앞 뒤 범퍼를 강화시키고 창문은 새까맣게 선팅을 해서 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놈들 아지트는 찾았나본데요.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너무 조용하네요. 불안하게.”

 

 항상 ‘너무’ 조용할 때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경험으로 미뤄 봤을 때 보통 이런 경우 갑자기 적들이 공격해오거나 함정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인기척이 전혀 없는데. 정말 여기가 아지트 맞아요?”

 -이상하네. 차량 경로는 거기가 확실해요. 주변 CCTV로도 확인 해 봤고요.

 

 위치가 확실하다면 다른 가능성도 생각 해 봐야 한다. 차량을 추적 했을 뿐 사람을 추적한 것은 아니니까. 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선 건물을 천천히 조사했다. 이런 낡은 건물 내부에서 무언가를 만진다면 분명히 손자국이 날 테니 그것을 찾으면 된다. 그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사람 손이 거쳐 갈 물건들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온갖 공구도, 의자도, 책상이나 하다못해 계단 난간조차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세월이 쌓은 먼지만이 다소곳하게 있을 뿐이었다.

 

 “누구요?”

 

 갑자기 거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수염이 텁수룩한 60은 넘을 것 같은 노인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반대로 혁 또한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범죄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그러는 당신은 누굽니까?”

 “나? 나는 여기 사는 노인네지. 자네가 내 집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는 거 알고나 있나?”

 

 살며시 스며드는 달빛이 그의 모습을 밝히자 그 말이 거짓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노인은 며칠, 아니 몇 주는 못 씻은 것처럼 머리와 수염이 뭉쳐있었고 자세히 맡아보니 약간의 악취까지 나는 것 같았다. 옷은 여기저기 구멍이 났고 이제 가을이 되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몇 겹이나 껴입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사신다고요?”

 “자네도 내 집을 박살내러 온 정부 놈인가?”

 

 아마 재건축을 위해 왔었던 모양이다. 어떤 이유로 인해 보류 됐지만 아마 언젠가 이곳 건물들은 모두 무너지고 새롭게 지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걸 정부에서 하던가?

 

 “저는 그런 쪽은 아닙니다. 뭘 좀 찾고 있을 뿐입니다.”

 

 노인은 다시 혁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자신이 의심하는 만큼이나 저 노인도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자가 현금 수송 차량 습격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찾긴 뭘 찾아? 여긴 버려진 건물이야. 찾을 수 있는 거라곤 낡아빠진 공구들뿐이야.”

 “하지만 저 차는 이곳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혁이 SUV차량을 가리켰다. 노인은 말없이 자동차로 다가가 열쇠로 잠금을 풀고 문을 열었다.

 

 “내 차야. 왜? 나 같은 허름한 노인네에게 이런 차는 안 어울리나?”

 “아...아니...”

 “알았지? 여긴 내 집이고, 이건 내 차야. 자넨 함부로 내 집에 발을 들였어. 내가 발밑에 있는 스패너로 자네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버리기 전에 이제 나가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곳은 범인과 관계없다는 것을 모든 정황이 밝혀주고 있었다. 혁은 노인이 정말 자신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릴지는 몰랐지만 이곳에 계속 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혹은 굉장한 연기로 자신을 속인 것일 수도.

 

 -이상하네요. 번호판까지 제대로 확인 했는데.

 “어쩔 수 없죠. 사람이 하는 일이 언제나 완벽한가요.”

 -전 되도록 그러고 싶네요.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해야겠네요. 소득이 없으니 이거 허탈한데요.”

 

 혁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어디부터 틀렸던 걸까. 그는 머릿속에 때려 넣은 자료들을 상기하면서 어느 부분에 실수가 있었는지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곳도 놓친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자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애초부터 범인은 경찰, 혹은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골드러시 길드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던 것이 그것을 위해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내일은 양복입어야 하나?’

 

 남은 방법은 골드러시 길드 방문뿐이다. 그런데 무슨 핑계를 대고 들어간다? 현금 수송 차량 습격 사건 진범을 쫓고 있으니 당신네들 주차장 이용객 리스트 좀 보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혁은 정말 오랜만에 한숨을 쉬었다. 일이 안 풀리는 동시에 여러 생각이 복잡할 때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자 함이었다. 일단 돌아가자. 푹 쉬고 심신을 리프레시 해주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그래, 오늘은 잠이나 푹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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