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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89   110 hit   2018-05-08 20:33:52
득점권의 마술사 (1)
  • User No : 312
  • 예비 작가
    Lv38 키르슈

1.

 

손에 물집이 몇번이나 잡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작년 시즌 말 1군에서 2군으로 떨어졌을 때도 그랬다.

안된다는 코치님에게 매달리며 사정해서 특타까지 했지만 성과는 영 시원찮았다.

그나마 아버지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빠른 발로만큼은 자신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1번 타자 자리를 맡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올해 들어와 2군에서의 출장기록은 142타수 27안타 1할 9푼.

2군에서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성적도 아니었다.

1군으로 치고 올라갈 만한 성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통보를 받게 됐다.

 

"방출이요?"

 

지성은 입술을 짓씹으며 되물었다.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알았다.

하지만 그게 오늘일 줄은 전혀 몰랐다.

 

"미안하게 됐구나. 구단에서도 급하게 결정한 모양이야. 육성선수를 정식 선수로 전환시켜야하는데 엔트리가 전부 차 있으니까."

 

으드득.

저절로 이가 갈렸다.

하지만 받아들여야했다.

 

구단에서 내쫓기는 건 이미 당연시되던 일이었다.

그동안 혹시나 하고 붙잡고 있던 쪽은 구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성은 한국 야구계에 큰 족적을 남긴 유홍일의 아들이었으니까.

혹시 모를 포텐이 터지길 기다리며 3년이나 기다려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였다.

 

"어쨌든 웨이버 공시가 이미 올라갔어. 짐을 챙겨서 나가줬으면 싶구나."

"알겠……습니다."

 

2군 감독 최해명은 미안한 얼굴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 1라운드 2픽으로 지성을 뽑은 사람이 바로 그였다.

구단에 데리고 와서 지금껏 한 것은 1군과 2군을 왔다갔다하는 것뿐.

그 누구도 포텐셜을 터뜨리지 못했다.

 

"거부하면 어떻게 되죠?"

"구단에서 임의탈퇴로 묶어버릴 거다. 차라리 올해는 못 뛰어도 일단 쉬고 내년에 새 구단을 알아보는게 어떻겠니?"

"다른 구단에서 제의가 온 것도 없다는 소리네요."

 

웨이버 공시.

우리는 필요없으니 이 선수 데려가려면 데려가시오.

말하자면 필요없는 물건 떨이장사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제의가 없으면 방출된다.

말이야 방출이지 방출된 시즌에는 아예 뛰지 못한다.

내년을 기약해야한다는 의미.

이것은 곧 지성의 야구 인생이 절단났다는 말이었다.

 

"후. 그럼 이만 가보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지성아."

"왜요?"

"너의 진정한 포텐셜은 아직 잠들어있을 거다. 결코 희망을 놓지 말거라."

"희망같은 소리 하시네요. 이제 제 멋대로 할 겁니다."

 

쾅!

2군 감독실의 문은 방금 나간 사람의 감정을 대변하듯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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