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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93   207 hit   2018-05-17 23:56:08
초단편로맨스) 레쓰비와 데자와 +1 (1)
  • User No : 1023
  • 남자친구와 함께
    Lv33 집필여왕비기너퀸

 

쌓인 눈이 소금결정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날 아침.

 

오늘도 남자는 주머니 속에 양손을 넣고 추위를 견디며 서있었다.

 

사회인들의 출근시간마저 시작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도로는 한적했다.

 

그가 기다리는 버스는 스쿨버스.

 

먼 곳에 있는 그의 학교에 가려면 매번 이렇게 이른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그는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세 시간을 내리 달리는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있었다.

 

주머니 속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그는 오늘 공강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그의 발치에 무엇인가가 부딪혔다.

 

캔커피였다.

 

“앗, 죄.. 죄송합니다...!”

 

그것이 굴러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따뜻해 보이는 코트에 비해 스타킹이 추워 보이는 불균형한 패션의 여학생이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남자는 발치의 캔커피를 주웠다.

 

레쓰비.

 

가격이 싸서 그가 즐겨먹는 캔커피다.

 

그녀는 당황하는 얼굴이다.

 

추위에 빨개진 코와 귀가 하얀 피부에 대비되어 더욱 선명해 보였다.

 

“저, 그거, 사실..”

 

그녀가 땅바닥 쪽으로 고개를 숙여버리자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자 이어폰을 뺐다.

 

“저기, 그거.. 사실 드.. 드릴려고 했는데...”

 

그녀는 말을 힘들게 이었다.

 

“시..실수로 떨어뜨려버렸어요...”

 

그의 손에 들려있는 레쓰비 캔커피는 찌그러져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잊어주세요. 그거, 돌려주세요..! 다음에 제가 제대로 새 걸로...!!”

 

뽈칵.

 

남자가 여자의 말을 듣다 말고 호쾌하게 찌그러진 캔커피를 땄다.

 

그는 김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커피를 입으로 호호 불고 한 모금 마셨다.

 

그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잘 마실께요.”

 

그 때 그가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했다.

 

그가 캔커피를 홀짝이며 버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준비했던 캔커피 선물작전이 엉망이 된 그녀가 멍하니 그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져주었다.

 

깜짝 놀라 급하게 받아보니, 따뜻하게 데워진 데자와 캔이었다.

 

언제나 남들이 왜 먹냐며 핀잔을 주는 그녀의 단골음료.

 

“그거, 좋아하시죠?”

 

어느새 남자의 얼굴도 빨개져 있었다.

 

“잘 마셔요. 저는 맛을 잘 모르겠네요.”

 

그 한마디를 툭 던지며 그는 버스 안으로 사라졌다.

 

 

버스가 떠나간다.

추운 겨울 아침, 사람 없는 정거장.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손에 들려진 데자와캔처럼 따스하게 뛰고 있었다.

 

 

 

 

---

 

 

예전에 짧게 썼던 습작입니다!

 

<비에 젖은 달>
제 2회 원스토어북스 공모전 작품상 수상!
지금 원스토어북스(어플)에서
구.입.하.세.요.
  • 1
  • Lv38 IU는뉘집아이유 예비 작가 2018-05-18 02:49:22

    좋으면서 아프다...

    1. 일일연재모범작가 님이 이 댓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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