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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401   273 hit   2018-05-26 17:12:27
온라인 상에서 만난 욕쟁이에 관하여
  • User No : 1023
  • 남자친구와 함께
    Lv33 꾸꾸맘

온라인 상에서 만난 욕쟁이에 관하여

 

 

 

 

[ Lotion : X미쉬펄, 혹시 혼자 집에서 맥주 드시는데 안주 까먹으셨어요?]

 

한창 즐겁게 게임을 하는 와중에 보라색 귓말이 띠링 하고 채팅창에 뜬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은 10명의 유저가 5:5로 나누어져서 서로의 킬과 타워를 빼앗는 AOS 팀게임.

 

그렇기 때문인지 랜덤으로 매칭된 유저들끼리 서로 합이 안 맞으면 이렇게 욕이 날라오는 경우는 일상다반사다.

 

그래서 나는 보통 전체 채팅이나 팀 채팅을 차단하고 게임에만 집중한다.

 

쓸데없이 채팅창에 불나는 거 구경이나 맞받아치다가는 그것에 소비되는 멘탈도 시간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차단이 화근이었는지 기어코 이렇게 개인적으로 귓말까지 날라와버렸다.

 

나에게 다짜고짜 욕 귓말을 보낸 사람은 같은 팀 안에서 탱커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하는 캐릭터는 방패를 든 강력한 여전사 캐릭터로, 굉장히 몸이 단단하면서도 한 방 한 방이 데미지가 높아서 딜도 탱도 다 할 수 있는 좋은 캐릭터였다.

 

랭킹 점수에 변동이 생기는 공식 게임이라면 반드시 필밴되어야하는 캐릭터이다.

 

실제로 그 사람은 좋은 캐릭터를 사용하는 사람답게 이 게임에서 1인분을 다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2인분을 하고 있었다.

 

한타를 하면 혼자서 최소 두 명을 잡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킬도 따온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욕쟁이 탱커가 잘하는 만큼 적팀 탱커도 만만치 않게 사기캐고 한타에서 2인분 이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리 뒷라인들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엄청 잘 버텨대는그 탱커를 처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버렸고, 그것은 적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사이에서 혼자 버티다가 방패 여전사 탱커가 백업 못받고 죽은지 4번째.

 

결국 그 탱커는 폭발하고 우리 팀한테 뭔가 한 소리를 하고 있었나보다.

 

진즉 차단한 나는 모르지만 아마, [ 딜러 라인들 도대체 X발 뭐하냐, 언제까지내가 혼자 버텨야 백업을 와줄 거야 이 X발 색히들아!] 이런 내용일 것이다.

 

그렇게 팀 분위기가 안 좋은 와중에 내가 딱 한 번, 성장을 하려고 공용 몬스터를 잡아 먹다가 한타에 늦게 참여하자 바로 득달같이 이렇게 보라색 귓말이 날라온 것이다.

 

[ 묠량묠량이 : 맥주 안주라뇨? 저는 미성년자라 못 마시는데. ]

[ Lotion : 이런 X발 호두안주 까먹어서 자기 뇌 파먹으면서 겜하는줄 알았지. 애새끼였잖아? ]

 

마음에 상처 안 받으려고 올차단 플레이를 하는 건데 이렇게 심한 욕이 날라오다니, 당연히 여린 나는 바로 우울해졌다.

 

나는 아직 16살밖에 안 된 여중생이다. 이런 욕에는 약해.

 

하지만 그만큼 나는 침착했고, 살포시 그의 아이디 Lotion을 클릭한 후.

 

신고했다.

 

[ 비매너 채팅 : 사람 뇌 가지고 호두안주라고 비하합니다. ]

 

그리고 차단.

 

~ 채금이나 먹어라 새꺄, 나잇값도 못하곤...”

 

결국 그 게임은 졌다.

 

아무리 그 탱커 유저가 잘했다지만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망치니 질 수 밖에 없다.

 

나는 LOSE 라고 커다랗게 박힌 화면을 끄면서 다음 날에는 신고결과 메일이 날라와 있기를 기대했다.

 

컴퓨터를 끄니 벌써 열한시다.

 

이크, 내일 도덕 숙제 있었는데..”

 

일주일 전 출산 휴가 가신 원래 도덕쌤대신 새로 온 기간제 교사가 하는 도덕 수업.

 

그 사람은 도덕을 가르쳐주는 쌤답게 매우 온화하게 생겼고 아이들에게 친절한 남자 선생님이었다.

 

이 여자애들로 가득한 여자중학교에 20대 중반의 젊은 남자 선생님이 왔으니, 당연히 그 쌤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심지어 벌써 선물 공세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쌤에게 은근슬쩍 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극히 평범하게 생겼는데 왠지 학교에서 보면 잘 생긴 것 같단 말이야.’

 

언젠가 보았던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 로맨스를 다룬 순정만화가 생각난다. 그 쌤은, 거기 나오는 남자주인공 선생님 캐릭터와 은근히 닮았다.

 

그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선 역시 그 분이 내주신 숙제를 잘 해서 가야겠지.

 

숙제가 뭐더라.

 

나는 책가방 속에 꼬깃하게 구겨져 있는 프린트를 꺼내서 찬찬히 쌤이 내준 과제 내용을 읽었다.

 

... 최근 자신이 행한 정의를 자세히 서술하시오.”

 

어렵다.

 

나같은 평범한 여중생이 무슨 정의를 수행하냐.

 

나는 책상에 앉아 머리를 싸매며 지난 한달 간 내가 살아온 행적을 곰곰이 되짚어봤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점심 먹고 졸리면 수업중에 자고.

네시쯤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랑 군것질하면서 덕질이야기하다가

여섯시쯤 집에 가서 배부른 채로 엄마가 차려준 저녁밥을 깨작깨작 먹고

밥 먹고 열시까지 요일별로 다른 과목 학원.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한 시간 동안 게임.

 

맨날 똑같은 스케쥴이다. 이런 스케쥴 내에서 무슨 정의를 구현할 시간이 어딨어.

 

그 때, 파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래, 방금 했잖아..! 정의구현!!’

 

그리고 나는 눈을 반짝이며 꼬깃한 프린트에 딸기모양이 달린 샤프를 갈기기 시작했다.

 

< 어떤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사람 뇌를 호두로 비하하는 비매너 유저를 투철한 신고 정신으로 신고했습니다. 앞으로도 온라인 상이라도 욕을 하는 사람에겐 철저하게 신고정신으로 응하겠습니다. >

 

좋아, 겨우 두 문장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 숙제 다 했다. 역시 도덕 과목은 만만해...!”

 

그렇게 나는 기지개를 펴고 난 후, 내일 가져갈 교과서와 필기도구를 다시 책가방에 챙긴 후 교복을 문고리에 걸어 놓고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내일 도덕은 4교시다.

 

딱 배고플 때네.

 

평소같으면 선생님 몰래 과자를 까먹고 있겠지만 도덕 교사쌤 앞이니 내숭 좀 떨어야지.

 

헤헤 노시현 선생님..”

 

그렇게 나는 은근슬쩍 순정만화처럼 그 쌤과 비밀의 로맨스를 나누는 상상을 하면서 즐겁게 잠에 빠져들었다.

 

 

 

 

 

-

 

 

지름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 화 언제나올지 저도 모름

 

놀랍게도 실화 기반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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