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 No. 457   222 hit   2018-08-11 22:10:02
저 하늘의 별 -  프롤로그 +1 (1)
  • User No : 897
  • 새내기
    Lv11 배페인

 손끝을 따라 푸른빛이 흘러나오다가 사그라졌다.

 

 여전히 실험대에 배를 내놓고 묶인 쥐는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고, 불만족스럽게 눈가를 한번 찌푸린 남자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펴 쥐의 코앞에 교차시켰다.

 

 남자의 마음에 부응하며 팔에서 뻗어 나온 빛줄기가 점점 옅어지며 손끝을 휘감았고, 두 손가락이 옅은 파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곧 흘러넘친 빛무리들이 손가락으로 만든 격자 안에서 천천히 소용돌이쳤고, 이내 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방울이 맺혔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맺어놓았던 손끝을 풀었고, 순수하게 빛나는 푸른 빛망울은 작게 깜빡이며 느긋하게 공중을 부유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고 크게 참았던 숨을 내뿜은 남자는, 다시 크게 심호흡하고 양손을 들어 빛망울을 사이에 두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긁어내리며 천천히 빛망울내려보내기 시작했다.

 

 실뜨기하는 듯한 섬세한 손짓을 따라 누에고치에서 실이 뽑혀 나오듯 빛망울에서 한 가닥 두 가닥씩 빛줄기가 뽑혀 나와 묶여있는 쥐의 입과 코를 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빛망울이 사라질 때까지 조심히 손가락을 놀리며 섬세한 작업을 반복했다.

 

 곧 쥐의 머리와 가슴을 따라 파란빛이 감돌았고, 남자는 뒤엉킨 실을 풀어내듯 찬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쥐의 몸을 타고 푸른빛이 일렁였으나, 수 분이 지나자 남자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쥐의 근육이 부들부들 경련하기 시작했고, 구속된 발끝이 부르르 떨렸다. 코는 움찔거리며 꼬리 끝도 흠칫거리며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죽은 듯 미동도 없었던 점점 죽음으로부터 천천히 되감아 지는 것처럼 생명의 고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쥐의 가슴팍에서 기관지를 따라 내려가는 한 가닥의 빛줄기가 비치더니, 가슴이 호흡하듯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곧 쥐가 파랗게 빛나는 눈을 뜨려고 할 때였다.

 

 똑똑

 

 고도로 집중하고 있던 남자의 의식에 소음으로 인한 잡음이 끼어들었고, 남자는 실을 자아내듯 끊임없이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췄다. 쥐의 몸에 충만했던 푸른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흠칫거리던 코와, 휘휘 내젓던 꼬리, 움찔거리던 발, 오르락내리락하던 가슴팍이 일시에 멈춰버리고 처음 그랬던 것처럼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낭패감에 휩싸여 손끝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십 번의 시도를 돌이켜봐도 가장 아까운 결과였다. 남자는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실험실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소식을 가져온 하녀에게 남자는 불쾌함이 담긴 얼굴과 말투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어지간히 중요한 소식이 아니라면 한바탕 할 기세였다.

 

 하녀는 남자가 연구를 방해받으면 어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 몇 번 봐왔기 때문에, 남자의 심기를 더는 거스르지 않으려고 말을 골랐다.

 

 “, 에르미티아님. 대점성술사님의 소환이 있었습니다. 시급히 성으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점성술사님이?”

 

 에르미는 화를 내는 것도 잊고 하녀에게 되물었다. 수석인 자신의 선까지 일이 올라오게 될 사안이라면 분명 밑에서 임무에 실패하거나 지원을 요청하는 저급 마법사들의 소식이 들려야 할 것이었다. 에르미의 귀에 그러한 소식이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안은 애초부터 일류에게 맡겨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에르미의 머리가 차갑게 상황을 분석하는 와중에도 가슴 속에는 묻어두었던 묵은 감정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생각과 동시에 에르미는 연구복 위에 잿빛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망토를 고정해주려는 하녀의 손을 물리친 에르미는, 마차를 준비해달라고 하녀에게 당부하고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자질구레한 반지들이 칸막이를 따라 분류되어 있었다. 에르미는 그중 몇 개를 골라 손가락에 끼웠다. 나갈 채비를 마친 에르미의 눈에 거울에 비친 초췌한 얼굴과 정돈이 덜 되어 헝클어진 머리가 보였으나, 애써 외면하고 방을 나섰다.

 
1. 꾸꾸맘 님이 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ㅎㅎ
  • 1
  • Lv34 꾸꾸맘 나도 이젠 어엿한 작가 2018-08-12 00:56:02

    죽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마법 성공이 눈앞이었는데 아쉽네요

    +_+기대하겠습니다

     
자작글
구 배틀페이지의 자작글 게시판 안내입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에스퍼
2016-01-28
12:23:38
4,196
제2회 장르 문학 동아리 단편 대회 수상작 발표 +9 (15)
열다섯 살
Lv38 키르슈
2018-07-15
17:47:24
922
482 개노잼 소설 -12- +1
자유의 날개
Lv39 스타크래프트2
2018-10-23
00:49:15
12
480 개노잼 소설 -11- +1
자유의 날개
Lv39 스타크래프트2
2018-10-20
03:39:39
17
479 개노잼 소설 -10- +1
자유의 날개
Lv39 스타크래프트2
2018-10-19
01:34:16
18
477 개노잼 소설 -9-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10-07
01:55:43
78
476 사람의 가치란
댓글 맛을 본
Lv39 원예용잡초
2018-09-25
17:26:45
112
475 개노잼 소설 -8-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9-24
17:50:49
92
474 지하실 +2
예비 작가
Lv39 IU는뉘집아이유
2018-09-20
15:00:35
146
473 [주제교환이벤트] 제 32차 정기 겨울 토벌 보고서 +2 (2)
할 일 없는
Lv11 시류
2018-09-17
00:37:21
165
472 주제 교환 이벤트 - 황혼의 티 타임 +2 (3)
새내기
Lv14 배페인
2018-09-16
09:31:38
208
471 주제 교환 이벤트 엽편-POTATO AND TOMATO +2 (1)
삑삑, 학생입니다.
Lv39 야한꿈꾸는정력왕
2018-09-14
00:28:37
189
470 +1 (2)
Lv39 뱀술
2018-09-11
03:53:28
170
469 지루해졌다... +3 (1)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닐스
2018-08-23
02:56:49
342
468 나는 천재로 태어났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닐스
2018-08-20
12:42:44
231
467 개노잼 소설 -7-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9
00:50:43
212
466 저 하늘의 별 - 2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8
21:01:41
190
465 개노잼 소설 -6-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8
05:25:18
194
464 어머니 친구 딸내미 시리즈 현재까지 정리
전문 카운슬러
Lv38 야한꿈꾸는누운G
2018-08-17
17:31:47
231
463 습작) 닭이 되지 못한 채 외 3개.
알아서 로그인되는
Lv32 아스카
2018-08-16
12:52:02
232
461 개 식용에 관한 고찰
알아서 로그인되는
Lv32 아스카
2018-08-16
02:49:00
227
460 저 하늘의 별 - 1 +1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5
15:49:34
207
459 +2 (3)
삑삑, 학생입니다.
Lv38 정력왕
2018-08-15
03:52:54
250
458 개노잼 소설 -5-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3
23:06:46
208
457 저 하늘의 별 -  프롤로그 +1 (1)
새내기
Lv11 배페인
2018-08-11
22:10:02
222
456 [단편] 아내 살인범을 찾습니다. +3 (5)
노화방지
Lv34 꾸꾸맘
2018-08-11
01:37:49
283
455 개노잼 소설 -4- +2 (2)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11
01:08:06
209
454 개노잼소설 -3-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05
00:28:04
213
453 개노잼 소설 -2-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01
22:43:29
221
452 버질 설정집 2. 오크식 외날검(Orcish Katana) +3 (3)
게임 리뷰어
Lv38 버질
2018-08-01
21:33:32
256
451 개노잼 소설 -1- +1 (2)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7-31
21:50:31
254
450 주제 교환 이벤트 - 검 +5 (3)
눈팅하고 있는
Lv38 기번
2018-07-29
22:41:01
292
  • 에스퍼코퍼레이션     사업자등록번호 : 846-13-00110     통신판매업신고 : 제 2015-인천남동구-0494 호     대표 : 황상길(에스퍼)
    개인정보 관리책임자 : 황상길(에스퍼, webmaster@battlepage.com)
    SINCE 1999.5.1. Copyright(c) BATTLEPAG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