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 No. 459   400 hit   2018-08-15 03:52:54
+2 (3)
  • User No : 396
  • 삑삑, 학생입니다.
    Lv38 정력왕

"가지 않으면 안될까?"

 

플랫폼 30번에 기차가 들어온다. 그녀가 물어본다. 남자는 조용히 짐을 들어올린다. 갈색 짐가방에는 많은 짐이 들어있지는 않은 듯 하다.

 

주머니에서 살짝 삐져나온 그의 갈색 지갑은 마치 식빵껍데기 두개를 겹쳐놓은것처럼 얇앗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행 기차가 곧 출발합니다!" 

 

검은색 코트에 검은색 모자를 쓴 중년 역무원이 큰소리로 외친다. 플랫폼에는 그와 그녀와 역장밖에는 없지만 마치 그를 재촉하기라도 하듯이.

 

"..ㄹ행 기차가 곧 출발합니다!"

 

객차로 천천히 걸어가는 그와 그녀. 그의 눈빛속에서는 아쉬움과 결심이 교차한다. 마치 불꽃과 얼음처럼 말이다. 그녀의 눈은 점점 물기가 

 

가득 차간다. 

 

"여기 있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모든게 있는걸... 당신이 타던 서핑보드.. 당신의 낚시대.. 저 넓은 바다.. 저걸 다 버리고.. 나를 버리고 갈수 있어?"

 

그녀가 목소리를 높인다. 목소리를 높이지마는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그는 잠시 멈췃다. 그의 머릿속에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 동생들이 떠오른다. 집에서 둘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있는 동생들이 말이다. 이제 그 짐은 자기가 지고 나가야 한다. 

 

"나중에 다시 너를 찾으러 돌아올꺼야. 약속할께 반드시." 

 

남자는 따뜻한 눈빛과 바닷빛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한다. 그의 푸르고 시원한 목소리에 그녀는 잠시동안 기대를 한다. 그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 ㅣㄹ행 기차가 곧 출발합니다."

 

그와 그녀사이의 산호빛 기류를 역장의 회색빛 목소리가 갈라놓는다. 그의 눈에 담겻던 따뜻한 갈색빛이 그 순간 사라졌다. 그는 다시 생각한다. 

 

자신의 가방속에 있는 추천서를 말이다. 그가 다른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는 다시 어두운 결말을 직감한다. 

 

객차로 올라가는 그가 계단에 한발을 올리자 그녀는 그의 손을 꽉 잡는다. 

 

"자기야 아직 늦지 않앗어. 우리 여기서 도망치자. 다시 바다로 가서 우리가 하고싶은걸 하면서도 우리에겐 우리가 있으니까 행복할꺼야. 응?"

 

그녀의 손에선 새파란 바다내음이, 그녀의 머릿결에선 달달한 과일냄새가 풍겨온다. 아찔하다. 그는 잠시, 아주 잠시 그녀를 따라가고싶어한다. 

 

"...실행 기차가 곧 출발합니다!"

 

그녀의 손을 꽉 잡고 기차에서 내리려는 그 순간 탁하고 갈라진 역장의 목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미안.. 가야해. 미안해... 꼭 다시 돌아올께."

 

그는 그녀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자기 좌석으로 가서 앉는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삑-삑- 철컹- 철컹- 철컹- 경적소리와 레일 위에서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가 그녀의 울음소리를 삼킨다. 

 

점점 멀어져 가는 희미한 울음소리를 뒤로하며 그 또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한숨을 쉬며 서핑과 낚시, 그리고 배를 타던 기억을 더듬는다. 그의

 

좌석 뒤에서 마치 안개처럼 역무원이 슬쩍 나타난다. 

 

"표 확인하겠습니다. 타협호에 타신걸 환영합니다. 오.. 내리실곳은 종착역인 현실이군요. 편도만 있는 기차인건 아시고 계시죠?"

 

그 몇분동안 남자의 얼굴에선 생기가 사라지고 표정도 목석처럼 변햇다. 그의 턱 끝이 살짝 까닥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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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왕

31세

부드러움

대전서구

  • 1
  • Lv11 배페인 새내기 2018-08-15 12:27:48

    현실과 타협... 어흑흑

     

    즐거운 날들이 계속되면 좋겠지만 절대로 그럴 수 없겠죠 특히 주인공의 경우에는 부양할 입도 있어 보이네요

     

    쾌락을 뿌리치고 현실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 주인공의 내적갈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Re 정력왕 님이 2 번 댓글을 작성했습니다. (클릭하면 이동)
     
  • 2
  • Lv38 정력왕 삑삑, 학생입니다. 2018-08-16 23:25:46

    Re 1. 배페인 (클릭하면 이동)

    어흑 마이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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