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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460   203 hit   2018-08-15 15:49:34
저 하늘의 별 - 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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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1 배페인

 성을 따라 닦인 도로 위를 달리는 마차 안에서 에르미는 대책 없이 표류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억지로 머리를 돌려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높고 감지하는 힘이 뛰어난 사람들은 사설 점성술사가 되거나 국가에서 직접 스카우트해 지원하게 된. 이들은 마나의 이동을 감지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는데, 점성술사들이 감지할 만한 대규모의 마나 이동은 보통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을 일으키게 된다.

 

 대표적으로 한 지역이 마나로 과포화하게 되면 그 지역의 동식물들은 마나 중독 증세를 일으켜서 기형적으로 변이하거나, 기적적으로 적응하게 된다. 변이된 동식물은 인간이 먹으면 똑같이 중독 증세를 일으키게 되고, 이는 곧 기형아의 출산과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이어진다. 또한, 지하수에 마나가 흘러들어 수류의 방향을 바꾸어 우물이 마르게 되거나, 마나가 충만했던 암반층에 마나가 빠져나가 지반이 약해지기도 한다. 물론, 지하에 잠들어 있는 마나가 깃든 광맥이나 수맥을 감지해내 큰 이윤을 가져오기도 한다.

 

 점성술사들은 뛰어난 직감과 마나를 감지하는 감각을 바탕으로 작게는 불운부터 크게는 재앙까지 예고해 주게 된다. 에르미도 직급이 낮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점성술사들이 예언한 사태들을 해결해오기도 했다.

 

 산비탈에 파인 계곡을 따라 고여서 방치된 막대하고 불안정한 마력 덩어리를 해체해서 안정시키기도 했고, 마나로 인해 물흐름이 막혀 홍수가 두 마을을 덮치려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도 했다. 정체 모를 마름병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내기도 했고, 변이된 동식물들의 무리를 구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미의 머릿속에 가장 깊게 각인된 건은 그중에 어떠한 것도 아니었다.

 

 어떠한 점성술사도 예지해내지 못하는 이 세상의 생물이 아닌 것 같은 흉물들…….

 

 고름투성이 껍질에 떨어져 나간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것들은 생김새도 제각각이었다. 그 흉물들은 동족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작정 지나가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찢고, 부수고, 끄집어내고, 씹어 삼켰.

 

 한 가엾은 마을이 불행히 그 흉물들의 이동 경로에 있었고, 에르미가 우연히 그 부근을 지날 때는 이미 초토화되고 있었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사람과 짐승이 한데 모여 비명을 지르는 소리, 역한 고름 냄새와 불에 탄 살점 냄새…….

 

 결국, 에르미는 지원이 오기 전까지 이틀 밤낮을 마을에 머물며 흉물들을 모조리 구제했다.

 

 구울.

 

 사람들이 흉물들을 이르는 이름이었다.

 

 그들은 바다가 가까운 곳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진 그들의 사원과 영지를 중심으로 생활했다. 행동 방식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고, 불규칙적으로 영지에서 나와 소규모의 무리가 떠도는 것만 경험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오염된 영지는 평범한 사람은 머무를 수 없었고, 그 영지에서 나는 것은 단순한 물 한 방울조차도 인간의 몸에 해를 끼쳤다. 이 때문에 과거에 대규모로 이들을 토벌하려는 시도도 끔찍한 실패만 남기게 되었다.

 

 그들에 관한 연구 또한 그것들의 몸뚱이가 내뿜는 끔찍한 타락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진척이 더뎠다.

 

 그들의 진짜 무서움은 그들의 살상력이나 숫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었다. 바로 그 타락이 그들을 진정으로 두려운 존재로 만들었다.

 

 타락은 땅을 오염시키면 그들의 영지처럼 온갖 흉물스러운 식물과 꽃들을 피워냈고, 동물을 오염시키면 살갗부터 썩어들어가다가 종국엔 그들과 같이 되었다. 마나와도 별개인 보이지 않는 타락은 어떤 때는 바람을 타고, 어떤 때는 물을 건너고, 어떨 때는 동물을 건너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

 

 에르미는 이번 건이 구울들의 이동과 연결된 건일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이내 그 가설을 지웠다. 마나와 관계없는 재앙은 점성술사가 예견할 수 없었다.

 

 마차가 덜컹거리며 멈추자, 에르미를 사로잡은 온갖 불길한 예상들이 한순간 흔들렸다. 어쩌면 생각보다 별거 아닌 일일 수도 있겠지. 에르미는 아직 알지도 못하는 일을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짓고, 마음속을 마구 헤집어놓고 있는 무언가를 외면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에르미티아 님, 잘 오셨습니다. 사안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대점성술사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중무장한 경비대장이 투구를 젖혀 올리며 경례했다. 에르미는 후드에 손을 대며 답례하고 내성으로 안내를 받아 곧바로 들어갔다.

 

 가장 안쪽의 방까지 안내를 받으면서 에르미는 점점 복잡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경비대장의 굳은 표정과 절제된 몸짓 속에서 느껴지는 다급함 때문일까, 아니면 마차 안에서 했던 온갖 불길한 가정이 현실이 되리라는 불안감 때문일까, 아니면…….

 

 경비대장이 부드럽게 얽힌 포도 넝쿨과 풍성한 포도송이가 새겨진 아치형 문 앞에 서서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문 안에서 들어오라고 허락하는 가녀린 목소리가 들리자 에르미의 마음이 덜컥 가라앉았다.

 

 문이 열리는 그 짧은 순간조차도 에르미에게는 길게 느껴졌다. 아직도 떨쳐내지 못했다며 에르미의 머리는 스스로의 미련함에 탄식하고, 에르미의 가슴은 대책 없이 뛰기 시작했다. 문이 완전히 열리고 나타난 광경에 에르미의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눈은 못 박힌 듯 머물러 있었다.

 

 땋아 올린 백금빛 머리는 조명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부드럽게 치켜 올라간 눈은 에메랄드빛을 발하고 있었다. 콧날은 최상급 상아와도 같이 매끈하고 뚜렷했고, 살짝 벌어진 입술과 그 사이로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는 속을 살포시 내보이는 진주조개와도 같았다.

 

 그녀는 두 팔을 벌려 환하게 웃으며 에르미를 맞이했다.

 

 “에르미! 되게 오랜만이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후드가 달린 망토를 쓰고 오길 잘했다고 에르미는 생각했다. 지금 표정을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어 에르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척하며 후드를 당겨 표정을 숨겼다. 갈라지려는 목소리를 간신히 가다듬으며 에르미는 말했다.

 

 “왕실 직속 대마법사 에르미티아가 대점성술사 벨리타 아샤 님을 뵙습니다.”

 

 아샤는 순간 당황해 벌렸던 두 팔을 내리고 손등을 내밀었다. 에르미는 아샤가 내민 손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하고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경비대장이 무의식적으로 칼집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는 소리만이 남았다. 아샤는 눈을 내리깔며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칼리, 모셔오느라 수고했어. 에르미는 내 친구니까 괜찮아.”

 

 경비대장은 아샤의 말에 가볍게 경례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미간에 한 줄기 주름을 잡으며 아직도 후드 그늘에 얼굴을 숨기고 있는 에르미를 바라보던 아샤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불만스럽게 에르미에게 말했다.

 

 “에르미, 이렇게 오랜만에 봤는데 이러기야?”

 “한시가 급한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말투까지 그럴 건 없잖아. 이제 서로 남 눈치 볼 필요 없는 위치까지는 왔잖아?”

 

 에르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빛에 담긴 씁쓸함과 꾹 다물어 살짝 뒤틀린 입가를 풀어 얼굴을 한 번 지워내고는 후드를 벗었다.

 

 “그래. 무슨 일이길래 2년 만에 날 직접 보자고 한 거야, 아샤?”

 “말투만 바뀌었지, 태도가 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잖아……. 그동안 뭐 하고 지냈냐고 안부도 안 물어볼 거야?”

 

 에르미는 질책하는 듯하면서도 옛날처럼 변함없이 발랄하게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다.

 

 “점성술사들이 하는 일이야 똑같겠지. 종일 명상하다가 건수가 생기면 서로 머리 맞대고 며칠 밤을 새우겠지. 그러다가 우리한테 일거리 던져주고 다시 또 종일 명상하러 돌아가겠지.”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신랄한 거 아니야? 또 뭣 때문에 골이 났을까 에르미는?”

 

 에르미는 변함없이 자신을 대해 주는 아샤를 보며 자신의 옹졸함을 다시금 느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에 대해 그녀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부당했다. 비록 그녀의 결정이 그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련한 자신의 탓이었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 그녀의 탓은 절대 아니었다. 한번 크게 숨을 들이켠 에르미는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 나는 소생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어. 대외적으로는 손상된 근육을 마력실로 엮어 쓸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위장을 했지만, 그건 이미 1년 전에 성공했지.”

 

 아샤는 눈을 반짝이며 몸을 기울여 금세 화제에 관심을 보였다.

 

 “, 그럼 강령술을 연구하는 거야? 잡혀가면 최소 자격 박탈에 추방에 최대 사형일 텐데?”

 “그런 거랑 달라. 죽은 건 죽은 거고, 나는 죽기 직전에 있는 꺼져가는 생명의 불을 다시 돋워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거야. 강령술과 어느 정도는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시체를 가지고 노는 놈들이랑 비교하지 마.”

 “그렇지만, 강령술로 오해받을까 봐 그렇게 위장까지 하는 거 아냐?”

 “구울 시체까지 불법으로 들여와 주물럭거리는 놈들이 문제인 거야. 오죽하면 나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도 제 발 저려서 이렇게까지 하겠어?”

 “하하, 뭐에 꽂히면 규칙 같은 것도 눈에 안 뵈는 건 옛날이랑 똑같네!”

 

 아샤는 에르미의 팔을 때리며 소리 높여 웃었다. 에르미는 즐거워하는 아샤를 보며 지루한 점성술사 생활이 그녀를 얼마나 구속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과 나름의 즐거움을 느꼈다.

 

 “너는……. 많이 지루해 보이는데.”

 

 에르미의 걱정 섞인 말투에 아샤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온갖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은 했지만 이보다 지루할 수 없어. 온종일 머리에 무거운 증폭기 쓰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또 마나 순환이 원활해야 한다고 방석은 못 쓰게 하는 거 있지! 아무리 대점성술사라도 그건 안 된다는 거야. 나는 엉덩이가 배겨 죽겠는데! 그 증폭기 때문에 목이랑 허리도……. ! 맞다!”

 

 아샤는 종종걸음으로 서랍장 위에 놓인 금속 기구를 꺼내왔다. 두 아귀가 맞물려 아샤의 머리둘레에 딱 맞춰져 있었고, 뒷부분을 따라 꼬리처럼 늘어뜨린 받침이 있었다.

 

 “이거, 네가 기획한 거라면서? 이 받침 덕분에 이제는 쓰고 종일 앉아있어도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 허리랑 목도 받쳐주니까 무리도 덜 가고. 이런 쪽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기획까지 주도한 거야?”

 

 아샤의 물음에 에르미는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그냥……. 다른 거 보다가 머리도 식힐 겸 해서…….”

 “흐음~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별말씀을.”

 

 아샤의 솔직한 감사를 에르미는 목덜미를 살짝 주무르며 사양하듯 받았다. 아샤는 오래간만에 만난 즐거운 말동무를 앞에 두고 따뜻한 분위기에 취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에르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르미는 아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었지만, 처음처럼 날카롭고 밀어내던 분위기는 없었다.

 

 한동안 에르미를 바라보던 아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 이제 슬슬 얘기해야겠네.”

 “뭐가……. 보였던 거야?”

 

 에르미는 조심스럽게 아샤에게 물었다. 아샤는 이야기가 어려운 듯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게……. 처음에는 그냥 꿈이라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 게, 마나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 게다가 진짜로 자는 도중에 들려오기도 했고. 다른 점성술사 중에서 내가 본 꿈을 본 사람은 없었어.”

 “그럼 진짜 꿈인 거 아니야?”

 “한 번만 그랬다면 나도 개꿈으로 치부했겠지. 하지만, 한 달 전부터 끊임없이 생생하게 내용이 반복되면 당연히 의심하지 않겠어? 네가 오기 직전에 잠깐 낮잠을 잤을 때도 보였어.”

 “무의식적으로 감각이 자는 동안에 활성화되어서 보통의 명상으로는 느낄 수 없는 마나의 이동을 감지했다는 사례도 있었어.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아니야……. 마나를 통해 느낀 것과는 확연히 달랐어.”

 

 곰곰이 생각하던 에르미는 두 손을 펴 손바닥을 아샤에게 보였다. 아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에르미를 보았다.

 

 “조금 전에도 꿨다고 했지?”

 

 에르미의 손이 복잡하게 교차하며 파란 마력을 뿜어냈다. 곧 오른손 중지의 반지가 파랗게 발광하며 보석에서 나온 빛이 아샤의 얼굴을 비추었다. 아샤는 밝은 빛에 눈가를 찡그렸지만, 에르미가 다급하게 아샤에게 말했다.

 

 “눈을 감지 말고 빛을 최대한 받아들여. 금방 끝날 테니 조금만 참으면 돼.”

 

 아샤는 에르미의 말에 찡그렸던 눈을 크게 뜨고 감지 않으려 힘을 주었다. 몇 초간 빛이 한번 돌고는, 사그라졌다.

 

 에르미는 고개를 갸웃하며 턱을 괴었다.

 

 “이상하군. 정말로 마력의 흔적이 없어. 의심스럽지만 진짜 꿈 내용을 들어봐야겠는데,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지?”

 “당연하지! 우린 그런 종류의 훈련도 받고 있으니까.”

 

 자신 있게 운을 띄운 아샤는 곧 이야기를 시작했다.

 

 

 

 ---

 

 

 

 “지금 당신들은 아주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흐릿하게 잠긴 시야에 새하얀 빛이 번져갔다.

 

 “당신만이 파멸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습니다.”

 

 몽롱한 정신이 허공을 부유하고, 내 육체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모든 감각이 모호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구하고 싶지 않습니까?”

 

 정신을 다잡고 내게 들려오는 영감을 지팡이 삼아 이성의 끈을 찬찬히 더듬어갔다.

 

 “당신이 알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곧 망각의 구렁텅이에 갇힌 정신이 이성의 끈을 잡고 끌어올려 지기 시작했다. 흐릿한 시야는 점점 또렷해지고, 몽롱한 정신은 점점 명료해졌다. 나의 몸을 자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내 앞에서 애태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무언가를 인식할 수 있었다.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에 나 자신도 놀랐다. 빛 덩어리인지 뭔지 모를 기이하게 발광하는 것이 따뜻한 온기를 뿜으며 허공을 표류하고 있었다. 아마도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이 빛으로부터 나오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1년 안에 당신들을 멸망시킬 재앙이 찾아오게 됩니다. 저는 그걸 알리려고 수많은 사람의 정신들을 거쳐왔지만, 무의식 속에서 의식을 깨워 저와 접촉한 것은 당신뿐입니다.”

 

 빛은 목소리를 내며 밝기를 더했다. 기뻐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 말하고 있는 것은 다급한 사안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째서 멸망의 예언을 생생하게 듣고 있는데 나는 동요하고 있지 않을까?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듯 편안했지만, 또렷하게 빛이 이야기하는 바가 내게로 전달되었다.

 

 “당신들의 재앙은 하늘로부터 내려오게 됩니다. 땅에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가 남게 되고, 장막이 하늘을 뒤덮어 온 세상에 어둠이 드리우게 됩니다. 내려오는 재앙과 가까운 사람들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른 죽음에 이르게 되겠지만, 먼 사람들은 오랫동안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천천히 죽어갈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 안 돼요. 어떤 재앙이라는 거죠? 하늘이라면, 태풍인가요? 가뭄인가요? 벼락인가요? 당신이 말하는 바를 헤아릴 수가 없어요.”

 “저 하늘의 별.”

 

 순간,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이 일렁였다. 어느새 나는 들판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푸른 하늘은 마치 천공이 안배해둔 보물상자와 같았다. 밝게 빛나는 별, 어둡게 깜빡이는 별, 파랗게 빛나는 별, 빨갛게 빛나는 별……. 지평선까지 펼쳐진 별의 무리는 강을 이루며 어두운 하늘을 비췄다. 흘러가는 반짝임은 모여 있음에도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었고, 그 모든 빛의 일렁임도 하나의 흐름으로 녹아 들어갔다.

 

 나는 기적과도 같은 이 풍경을 넋을 놓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밝게 빛나는 별 중 하나가 주변의 별빛을 먹어치우듯 더 크게 빛났고, 점점 지평선을 따라 내려가며 밝기를 더해 갔다. 어두웠던 밤하늘은 별이 내뿜는 눈이 부신 빛을 받아 환하게 밝혀졌다. 별은 이미 별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늘에 떠 있는 불덩이는 기다란 꼬리를 끌고 땅에 이끌리듯 느긋하지만, 위협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밤하늘을 따라 큰 생채기를 그리며 마침내 그 불덩이는 지평선에 닿았고, 모든 것이 하얗게 덮어씌워 졌다.

 

 시야를 잃어버린 와중에도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지평선에서 퍼져나오는 빛과 열기의 폭풍은 산을 부수고, 강을 증발시키다가 내가 있는 들판에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들판 저편에서부터 갈대가 떠오르며 빛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고 없는 멸망을 바라보며 나는 무력감만 느낄 뿐이었다. 폭풍은 곧 날 집어삼켰고, 내 몸은…….

 

 “후우……. 후우…….”

 

 어느새 나는 다시 그 빛 앞에 서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보고 태풍에 휩쓸린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리던 내 다리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떨림이 사라지지 않았다. 크게 뜬 눈을 따라 눈물이 흘러나왔다. 단지 꿈일 뿐이야. 너무 생생한 꿈……. 이성과 감성이 뒤죽박죽 섞이며 방금 본 광경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생명으로서의 본능이 발버둥 쳤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죠?”

 “길을 알려주겠습니다.”

1. 꾸꾸맘 님이 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ㅎㅎ
  • 1
  • Lv34 꾸꾸맘 나도 이젠 어엿한 작가 2018-08-16 18:05:48

    재밌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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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06
206
454 개노잼소설 -3-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05
00:28:04
210
453 개노잼 소설 -2- +1 (1)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8-01
22:43:29
217
452 버질 설정집 2. 오크식 외날검(Orcish Katana) +3 (3)
게임 리뷰어
Lv38 버질
2018-08-01
21:33:32
249
451 개노잼 소설 -1- +1 (2)
자유의 날개
Lv38 스타크래프트2
2018-07-31
21:50:31
248
450 주제 교환 이벤트 - 검 +5 (3)
눈팅하고 있는
Lv38 기번
2018-07-29
22:41:01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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