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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474   141 hit   2018-09-20 15:00:35
지하실 +2
  • User No : 526
  • 예비 작가
    Lv39 IU는뉘집아이유

 며칠 전부터 정전이 잦은 건 빌어먹을 쥐새끼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을 때 나는 이보다 더 평화로운 곳은 없을 것이고 앞으로 내 인생에 분노나 짜증이 찾아오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여기는 도시보다도 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 많았고 결국 필요한 것은 근처 마을로 가 사와야만 했다. 더 이상 사람을 볼 일이 없을 줄 알았건만 마을 사람들은 나를 볼 때 마다 망할 놈의 오지랖으로 짜증을 돋운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오늘 지하실에서 뛰노는 쥐새끼들에게 영면을 줄 작정이다. 나는 손전등과 삽을 챙겨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은 고요했다. 약간의 습기는 털이 쭈뼛 서게 했다. 불청객이 들어오는 걸 눈치 채고 숨은 건가? 나는 손전등을 사방으로 비추며 쥐가 숨을 만한 곳을 찾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30분 넘게 지하실을 뒤졌지만 쥐구멍처럼 보이는 것은 전혀 없었다. 이따금 작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곤 했지만 설마 이 작은 구멍으로 쥐가 돌아다닐까. 대체 뭣 때문에 자꾸 정전인거야?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뒤져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발전기를 검사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환청이다. 혼자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생기는군. 한쪽 벽에서 낮고 음울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어두운 곳에 계속 있었더니 스트레스가 쌓인 모양이다.

 

 아니겠지 설마.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기 직전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전등을 비췄을 때 붉고 가느다란 지렁이 같은 것이 지하실 벽 구석으로 빨려가듯 사라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환각까지 보는 걸까? 기분이 나빠진 나는 서둘러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그 뒤에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정전 때문에 나는 결국 기술자를 불렀다. 제기랄. 그는 여기 도착하자마자 쉬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제발 입 닥치고 발전기나 고치란 말이야. 나는 그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지하실로 그를 안내했다.

 

 그가 소리 지르며 공구조차 챙기지 않고 도망갔다 해도 나는 다 이해한다. 나도 똑같이 행동했고 그 뒤로 다시는 지하실로 가지 않았다.

 

 지하실에서 자꾸 소리가 들린다. 그 날 환청이라 생각했던 낮고 음울한 소리는 나를 조이듯 가까워지고 있다. 단순한 울림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소리의 정체가 궁금하지만 도저히 지하실을 엿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께보다 어제가, 어제보다 오늘 더 가까워진 소리는 나를 미치게 만든다.

 

 돈, 그리고 가벼운 짐 몇 가지만 챙겨서 나는 오늘 이 곳을 떠나려고 한다. 지하실에서 본 지렁이 같은 촉수는 이미 지하실 바깥으로 퍼져 마치 점막처럼 내 집을 집어 삼키려고 하고 있다. 소리는 더더욱 가까워져 마치 지하실 문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여기를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자와 지하실에 내려갔을 때 정면에 보였던 나를 빤히 쳐다보던 눈알 때문이었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수 년 간 살던 집이었지만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백미러를 통해 집을 본 뒤 나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수많은 눈알들의 시선이 날 향한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IU는뉘집아이유?
  • 1
  • Lv11 시류 독후감상문을 남겨본 2018-09-25 01:12:27

    SCP나 러브크래프트 같은 느낌의 글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는 언제나 좋은 호러판타지의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Re IU는뉘집아이유 님이 2 번 댓글을 작성했습니다.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 2
  • Lv39 IU는뉘집아이유 예비 작가 2018-09-25 08:00:34

    Re 1. 시류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일부러 대놓고 그렇게 적어봤지요 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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