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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18   63 hit   2017-09-13 12:02:52
산다이바나시 - 음악, 손목, 사전
  • User No : 664
  •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그거 알아?내가 7살 때 얘긴데그땐 참 궁금한게 많았거든그래서 텔레비전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부모님한테 물어봤단 말이야엄마는 그때마다 친절하게 대답해줬는데 아빠는 맨날 사전 찾아보라고 했단 말이야지금 생각해보면 ‘미모’ 라든가 ‘임대’같은 어렵지도 않은 말 뿐이었는데 말이야근데 있잖아 내가 커서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고 내가 낳은 애새끼가 질문을 해대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런게 떠오르더라구 자꾸 응존나 야근까지 빡세게 하고 주중에 내내 구르다가 주말에 좀 쉬려고 각 잡는데 어애새끼가 자꾸 눕지도 못하게 매달린단 말이야뭐 그것만 있는건 아닐테지 뭔가 좆같을거야 마누라 바가지라든가 뭐 그런거몰라 뭐 결혼이나 하겠는진 모르겠지만 근데그게 아니고 문제는 말이야지금은 사전 안 찾잖아사전 있는 집이나 있어요새는 그냥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면 그만이거든아마 애새끼들도 핸드폰만 쥐어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을씨년스러운 폐공장 안.

애처롭게 달린 조명 하나가 내부를 비춘다.

언제 쓰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공구와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작업장 위.

기둥에 몸통이 묶여 있는 사내와 그렇지 않은 사내.

묶여 있는 사내는 체구가 건장했지만 심하게 두들겨 맞은 듯, 얼굴이 멍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대조적으로 그 앞에 서 있는 사내는 키도 작고 깡마른 체구였다.

한손에는 팔뚝 길이 정도의 얇은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깡마른 사내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야 요즘은 스마트 폰이 너무 좋아. 한 손으로 이것 저것 다 할 수 있단 말이지? 엔간한 업무는 한 손으로 다 해결할 수 있어.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 예전에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을 찾는다거나 하는 건 10분도 걸리지 않아.”

 

핸드폰 액정에서 나온 불빛이 깡마른 사내의 얼굴을 기괴하게 드러냈다.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자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 나왔다.

폐공장 안을 울려 퍼지는, 리드미컬하게 두들기는 소리.

마치 고전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심장을 고조시키는 타악음.

 

캐러밴, 버디 리치 버전이야. 너도 들어봤지?”

 

묶여 있는 사내는 깡마른 사내를 노려 보았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웅웅거리는 소리.

아마도 욕이겠지.

깡마른 사내는 한층 더 기분이 좋아졌다.

스피커에서는 매끄러운 트럼펫 소리가 산뜻하게 울려 퍼졌다.

 

스마트 폰이 아무리 좋아져도 말이야, 음악은 할 수가 없더라고. 나름대로 유망했는데 말이야. 그거 알아?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손목을 다치는 것 보다 차라리 손가락이 몇 개 없는게 나아.”

 

깡마른 사내는 스마트 폰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 올렸다.

조명 아래, 철제 드럼 스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유롭게 스틱을 돌리는 그의 손목에는 팔뚝까지 이어지는 길고 흉측한 칼자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철제 스틱을 여유롭게 돌리며 묶여 있는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이만큼 움직이게 될 때까지 5년이나 걸렸어. 이제 그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구. 많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드럼은 치면 안 된다. 하시더라 의사 선생님이. 허탈하지. 그리고 미안하게 생각해. 나는 연주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뼈를 깎는 노력을 한 거니까.”

 

깡마른 사내는 스마트 폰을 바닥으로 내팽개 쳤다.

피아노와 실로폰 색소폰이 어우러져 드럼 솔로가 나오기 전 전채를 맛깔스럽게 연주하고 있었다.

깡마른 사내는 철제 스틱을 두 개 들고 묶여 있는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마지막으로, 그거 알아? 사람의 머리통에서는 좋은 소리가 나.”

 

피아노 반주가 멈췄다.

실로폰도 색소폰도 트럼펫도 클라리넷도 숨을 죽인다.

심벌즈가 챙 챙 울리며 이제 진짜 연주가 시작됨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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