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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42   153 hit   2017-12-18 02:38:02
[단편] 경국지색 이야기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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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5 IANNETHELAZY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을 아는가?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미에 사로잡힘으로써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자들이 맞이했던 파멸이라는 결과를 통해 외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바른 판단을 해야 함을 알려주는 반면교사적인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해 줄 경국지색의 이야기는, 약간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에우리데카 뉘스 그란델 펜트리엔티아 카르니아. 에스페란자 왕국의 마지막 왕, 아이테르 뷔 그란델 유니엔토 카르니아의 어머니이자 내 누나의 이야기다.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누나라고 하지만 그녀, 에우리데카와 내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혈연관계만 따지면 아예 남이라고 해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를 누나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란델 가문에 양자로 들어오기로 정해져 있었던 볼모였기 때문이다. 약소국의 중앙 대귀족의 쓸모 없는 여섯 째 아들이 수행하기엔 딱 좋은 임무였기에, 나는 어려서부터 그 사실을 듣고도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 나와는 달리 그녀는 대귀족인 그란델 가의 장녀이자 차기 가문주였고 왕의 비로 간택된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웠으며 지혜로웠고 상냥했다. 모두들 그녀의 미모에 감탄했고, 그녀가 다스리는 에레보스는 늘 새롭고 풍요로웠으며 누구 하나 그녀를 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녀는 양자이자 타국의 볼모에 불과한 나에게도 상냥하게 대해 주어서, 그녀와 나의 동생인 엘라를 제외하고는 나와 가장 친한 가족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후궁으로 왕궁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로 가문주의 자리를 다른 자매에게 넘겨 주었을 때, 에레보스의 백성의 절반은 그녀가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절반은 그녀가 떠난 후의 에레보스를 걱정하며 슬퍼했다. 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둘 중 어느 쪽에 속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후궁으로 간택 받은 여자는 형제자매 중 한 명을 수행원으로 데려가는데, 그 수행원으로 선택 받은 것이 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그 때 그녀는 나를 절대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나도 착한 엘라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교활하고 적당히 활동적인 소피아나 닉스를 데려갔어야 했다. 그와 그녀였다면 나 못지 않게 궁 내에서 활약을 하며 에우리데카를 왕비로 만들었을 것이며 동시에 가문의 이름 또한 널리 알렸을 테니까. 뭐, 그야말로 지금 와서 말하는 것이니 의미 따윈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그녀와 나는 왕궁에 들어갔다. 먼저 왕위계승자를 낳는 사람이 정비가 되는 이 나라에서, 왕이 처음으로 혼례를 치르고 누나가 네 번째 후궁으로 들어갈 때까지 2년 동안 왕비를 포함한 네 명의 비들은 그 누구도 아들을 낳지 못하고 있었다. 제1왕비만이 왕보다는 자신을 훨씬 많이 닮은 딸을 낳았을 뿐, 그녀도 그 이후로는 자식을 낳지 못하고 있었다. 즉 아직 정비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왕위계승자, 즉 아들을 낳는 비가 정비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녀와 내가 왕궁에 들어간 첫 날, 우리는 왕족들과의 만찬을 함께 할 기회가 주어졌다.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고, 정비가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후궁으로 들어온 자들은 전부 이런 식으로 왕족의 일가가 되었음을 환영해준다. 혼례의 대신인 셈이다. 정비가 정해진 시점이라면? 그냥 후궁이지 뭐.

그 날은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왕족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머리에 든 것도, 교양도, 예절도 없는 왕의 형제자매들과 대왕대비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 만으로도 나와 누나까지도 멍청해질 것 같은 이야기들 뿐이었고, 이런 자들이 정녕 이 나라의 왕족인가에 대한 나의 분노는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와 누나는 침착하게 그들에게 보이기 좋도록 적당히 멍청하면서도 똑똑하고, 어느 정도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을 연기했다. 그들에게 제대로 머리가 달려 있었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수십 번이나 그들에게 비아냥을 던졌음을 알아챘겠지만, 식사가 끝나도록 머리가 목 위에 붙어있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누나를 왕의 침소로 보내야 할 때가 되었다. 시녀들에게 누나의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도록 주문한 후 향수 장인에게 부탁했던 향수를 뿌리고, 고결하면서도 어딘가 허술해 보이도록 누나를 꾸몄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미녀였지만, 드높은 절벽의 꽃 같으면서도 어딘가 다가오는 것을 허락한 듯한, 새침한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나는 그대로 누나를 왕의 침소로 보냈다. 남자들은 완벽한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어딘지 모르게 빈틈이 있는 것 같다면 무섭도록 끌리게 된다. 수행인으로서 누나가 들어간 침소의 문을 지켜야 했던 나는 밤이 새도록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왕의 거친 숨소리와 누나의 신음소리, 새벽 늦도록 이어지는 교합에 주의를 주러 오는 궁녀들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침소 앞을 지나치며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는 다른 비들에게서도.

그렇게 누나는 네 번째 후궁으로서 멋지게 왕가에 데뷔했다. 네 번째 후궁이라지만 왕비와의 차이는 누가 먼저 왕궁에 들어왔느냐 정도밖에는 없다. 다른 후궁들도 마찬가지다. 그녀들 중 누구라도 먼저 왕자를 낳는다면, 그녀가 정비가 되고 나머지가 후궁이 된다. 누나가 후궁으로 간택 받았을 때부터 나의 꿈은 그녀를 정비로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먼저 시녀들과 친해지기로 했다. 시녀라고 해도 왕궁에서 일하는 시녀들은 평범한 평민들이 아니다. 그녀들은 대부분 귀족 가문의 여식들로, 가문을 이어받거나 아직 마땅한 혼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을 경우 왕가에 출입하는 귀족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또는 가문의 인맥을 넓히기 위한 도구로써 그녀들은 왕궁에 와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왕궁 내의 일에 대해 매우 해박하게 알고 있으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녀들이 왕비나 다른 후궁들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어느 때는 언변으로, 또 어느 때는 보석으로, 또 다른 어느 때는 거짓 사랑으로 나는 그녀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나갔다. 한 명을 내 편으로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일은 더욱 쉬워진다. 그렇게 내가 모아 놓았던 재산의 9할과 32번째의 거짓 사랑을 속삭였을 무렵 나는 내가 목표했던 시녀들을 모두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본래 어느 비를 지지했었는지에 상관 없이 내 편으로 돌아섰고 동시에 우리 누나와 그란델 가문의 편이기도 했다.

그 다음에 내가 친해지고자 한 자들은 궁 내에서 일하는 평민들이었다. 예를 들면 궁중요리사나 정원사, 마굿간지기 같은 자들 말이다. 그들은 평민이지만 나름대로 지위가 있었고, 왕가에서 일한다는 자긍심과 평민에게 허용되는 최대한의 오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기술에 대한 강한, 충분히 오만이라고 부를 만한 자신감이 있고, 그걸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일례로, 궁중요리사를 내 편으로 만들 때의 일이다. 하루는 내가 궁중요리사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내 친우가 말하길, 델케의 궁중요리사가 그렇게 요리를 잘한다고, 에스페란자의 궁중요리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어찌 생각하시오?” 그는 매우 격노해서는 내게 칼을 들이 밀었다. “하! 장난하오? 그자가 하는 게 요리라면 우리 집의 개가 똥을 싸는 것도 요리겠군! 내가 요리가 뭔지 보여주지!” 양자라고는 하나 대귀족의 일원에게 식칼을 들이미는 것은 참수와 일가족의 처형이 뒤따르는 행위이지만, 그는 격분을 숨기지 않고 요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가 보더라도 걸작을 만드는 구나 싶을 정도의 열정을 보이며 오리 요리를 선보였다. 난 그걸 먹고-참고로 난 오리를 매우 싫어한다.- 그 궁중요리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오늘부로 그 친구와 연을 끊겠소. 허풍이 심한 친구로군. 이보다 더 뛰어난 요리를 할 수 있는 인간이 어디에 있단 말이오?” 그 이후로 그와 나는 더할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허풍 떠는 친구와는 그 이후로도 빈번히 연을 맺었다 끊기를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노린 건 왕궁수비군이었다. 왕궁 수비군은 왕궁 내부를 수호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군으로, 왕궁의 초소경계나 실내 순찰, 당직 등을 맡는 군이었다. 물론 군이라는 이름이 붙는 만큼 대규모의 병력이기 때문에, 그들 중에는 원래 마땅한 이유 없이는 왕궁에 들어설 수 없는 평민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귀족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며 추천한 자들로, 믿을 수 있고 조사해보아도 깨끗한 자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자들 또한 모두의 귀감이 되면서도 동시에 강력한 무력을 지닌 자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야말로 전군 최강의 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자들이기에 당연히 접촉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난 의외로 일이 잘 풀리는 것에 불길함을 느꼈을 정도였다. 수비군의 주요직 중 한 명이 그란델 가문에 은을 입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 예측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를 만나러 갈 때 마다 그는 나를 수비군 사람들에게 소개 시키곤 했고, 그렇게 몇 주정도 그와 어울리고 나니 난 왕궁수비군 거의 대분분의 간부들과 중요 정예병들 모두와 친해져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나는 어리지만 포부가 있으며 겸손하지만 상당한 검의 실력자로 각인 되었고, 난 이내 왕궁 수비군의 총사령관과도 사적으로 담소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날 수비군의 일원으로 맞고 싶다고 항상 말하는 통에 좀 곤혹을 겪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난 왕보다도 신임을 얻고 있었다. 물론 모든 자들이 나의 편이 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원했던 자들은 나의 편이 되었음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내가 바라는 대로 잘 움직여 주었다. 시녀들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다른 왕비들에 대한 소식을 내게 알려준다. 그리고 내가 시작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며 왕비와 다른 후궁들의 체면을 깎아 내렸다. 왕궁 내에 있는 수 백의 시녀들로부터 소문의 출처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을 리 없으며 소문이 왕성 내에서만 머물 리도 없으므로, 내가 심복 몇을 통해 퍼뜨리는 소문은 언제나 궁과 나라 안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을 달구었다. 물론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나와 누나 또한 그 소문의 희생자가 되어야만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소문은 가십이 될 수는 있어도 스캔들은 아닌 정도였다. 기껏해야 누나가 그림을 못 그려서 어렸을 적엔 내게 부탁을 했다거나 하는 정도의.

궁중요리사들과 친해지면 내가 주방에 드나들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어떤 접시에 몰래 독성 물질이 섞인 양념을 넣거나 피임약을 넣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 접시들은 왕비와 후궁들에게 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접시 하나하나마다 감시인이 붙어 있을 순 없으니까. 왕비와 후궁들에겐 기미시녀가 하나씩 붙어있지만, 그녀들은 내가 선물로 준 과자에 들어있는 해독제를 언제나 먹고 있다. 그리고 지효성의 독은 쉽게 표면에 증상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정원사들은 어느 꽃에 벌이 많이 꼬이는 지 알고 있다. 물론 그들은 정원을 가꾸며 벌집이 있거나 해충의 무리가 있으면 바로 박멸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동시에 왕궁의 모든 벌집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벌이 꼬이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벌이 꼬이기 마련이다. 왕비나 다른 후궁들이 정원을 둘러보러 나갈 때면, 특히 벌들이 많이 꼬이는 곳에 간다는 소식이 들리면 난 시녀들을 통해 특별히 더 벌이 꼬일만한 향수를 자신들의 주인에게 뿌려 주도록 했다. 물론 그녀들은 벌과 전혀 상관없는, 산뜻하고 평범한 향수를 뿌리므로 벌에서는 안전하다. 그녀들의 주인으로부터 의심을 조금 사기야 하겠지만, 그건 그 향수를 사서 쓰고 있는 자신이 문제인 거지 그걸 뿌려준 시녀들의 탓이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 누구도 벌이 많이 꼬이는 그 곳에 가라고 하지 않았다. 가길 바라긴 했지만.

마굿간지기들은 왕비나 후궁들의 마차에 쓰일 말들이 중요하지 그 말이 끄는 마차나 그 안에 타는 사람을 중요시 여기지는 않는다. 아니, 좀 괜찮은 사람들이라면 신경 쓸 테지만 워낙 그런 사람들이다 보니, 그들은 말을 아끼는 데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한다. 난 그의 냉소에 함께 어울려 주며, 그날 마차에 투입될 말들에게 은근슬쩍 설사약이 섞인 설탕덩이를 먹였다. 결말은 뭐, 말 하지 않아도 알지 않는가? 말들은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마차의 주인들은 말의 배설물의 냄새와 거친 달리기에 시달려야 한다. 그들은 마굿간지기에게 모든 질타를 쏟아 부으며 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따지고 들었지만, 운이 나쁘게도 마부가 아침에 말에게 먹였던 설탕 덩이에도 설사약이 들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 날로 마부는 궁 밖으로 쫓겨났고, 마굿간지기는 나와 우리 누나를 제외한 모든 왕족들을 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수비군들은 그 어떤 사람들의 방보다도 누나의 침소를 성실하게 지켜주었다. 근무를 서는 도중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누나의 침소에 쥐새끼 하나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켜 두었다. 그래도 창으로 들어오는 암살자들까지 그들이 알아챌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럴 땐 내가 직접 처리한 후 그들에게 공을 넘겼다. 성 외벽이 미묘하게 오르기 좋은 요철이 있는데다 높이도 그렇게 높지 않고, 경계병들 사이의 거리도 멀다보니 예전부터 암살자나 신원불명자들이 성 내에서 간간히 발견되곤 했기 때문에, 외벽의 병사들이 가벼운 벌을 받고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큰 포상을 받는 정도로 일은 마무리되고는 했다. 그래도 암살자들의 귀는 꼬박꼬박 챙겨 그 자를 보낸 가문이나 후궁들에게 선물상자에 담아 보내주었지만.

그렇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친절한 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던 어느 날, 누나에게 호사가 찾아왔다. 누나가 아기를 가진 것이다. 첫째 공주가 태어나고 일 년 반이 지나도록 그 어떤 임신 소식도 없었던 궁에서는 그야말로 희대의 희소식이었고, 모두의 관심이 누나에게로 쏠렸다. 모든 왕족들이 누나에게 관심을 갖고 더할 나위 없는 극진한 대우를 해주는 가운데 누나는 무사히 10개월을 보냈다. 물론 그 사이에 수십 접시의 독이 든 음식과 비슷한 수의 암살자가 우리를 위협했지만 왕비나 다른 후궁들이 누구에게 뭘 지시 했는지까지 다 알고 있는 시녀들과 독이 들어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면 다시 요리를 해서 보내는 궁중요리사들, 누나의 침소 문 앞을 철통으로 지키는 병사들 덕분에 내가 직접 손을 써야 했던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누나도 물론 안전하고 건강했고 말이다. 즉효성의 약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겪어야 했던 기미시녀들만이 불쌍할 뿐. 그리고 누나와 누나의 뱃속의 아기와는 달리 제1왕비나 다른 비들의 건강은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었다. 머리가 빠지거나 몸무게가 확연히 줄곤 했고, 피가 섞인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임신도 아닌데 생리 주기가 뒤틀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건강한 후계자를 낳을 수 있는 몸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었으므로, 하루하루 그들의 입지는 좁아져 갔다.

그런 가운데 누나는 아들을 낳았다. 왕의 후계자가 태어난 것이다. 공주와는 달리 왕의 흑발을 그대로 물려받은, 그러나 왕의 거무스름한 색보다는 어둠과도 같은 머리칼을 가진 예쁜 아이였다. 에스페란자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자의 예언에 따라 아이테르라는 이름을 받은 아이는 정비가 된 어머니와 드디어 주색이 아닌 다른 다른 집중할 거리가 생긴 아버지의 사이에서 모든 왕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갔다.

그러던 중 누나를 포함한 다섯의 비 중 두 번째 비가 운명을 달리했다. 궁중의원은 사인으로 심혈관 문제를 짚었다. 평소에 풍채가 좀 있었으며, 최근 들어 점점 더 지방의 크기가 커져 가는 중이긴 했다. 요즘 들어 여기저기에서 델케 특산 과자들을 선물 받았다고 하던데, 역시 델케의 과자는 치명적인 맛인가 보다. 그 뒤를 이어 2년 정도의 차이를 두고 세 번째 비와 네 번째 비까지 서거했다. 세 번째 비는 두 번째 비의 서거 이후로 폣병이 생겨 각혈을 했었는데, 그게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지더니 결국엔 허파에 피가 차서 죽고야 말았다. 참고로 아직 그녀가 죽기 며칠 전에 내가 바꿔 넣어 놓은 약은 아직 들키지 않았다. 네 번째 비는 탈수 증세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평소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던 그녀는 입이 짧고 변비가 심하기로 시녀들 사이에서 유명했는데, 서거 몇 달 전부터는 피 섞인 변이나 오줌을 누더니 며칠 전부터는 계속해서 설사를 했다고 한다. 옆에서 수행하던 시녀의 말로는 같은 여자로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죽는 건 얼굴 가죽을 뜯기는 것보다도 끔찍할 것 같다는데, 흐음, 이 방법은 앞으로는 여성을 대상으론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번째 비의 국장을 치렀을 때, 내 조카의 나이 네 살이었다.

신기한 일이다. 나쁜 일은 연달아 일어난다고, 왕의 건강도 나빠지고 있었다. 눈에 띄게 체중이 감소했으며 날이 갈 수록 수척해져가고 있었다. 그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 온갖 약을 궁중 의원들이 약을 지었지만, 산불에 바가지로 뭇을 붓는 격이었다. 제1왕비와 그쪽 세력들에게서 나와 누나가 왕을 시해하려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오히려 왕이 겪고 있는 증세와 비슷한 증세를 만드는 독은 그녀 쪽에서 나왔고, 더욱이 그녀가 낳은 공주가 왕의 자식이 아닌 그녀의 남동생의 자식임이 드러나면서 전 가문이 참수당하는 결과를 맞았다. 왕비가 참수당하고 왕은 해독약을 통해 조금 더 건강을 되찾나 했지만, 결국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아이테르를 후계자로 지정하고 요절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의 조카, 아이테르 뷔 그란델 유니엔토 카르니아가 5세에 왕이 되었다.

5세. 왕이 되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왕이 너무 어리면 제대로 국정을 해나갈 수 없다. 따라서 섭정이 붙는다. 그러나 왕비, 즉 누나가 섭정에 나서면 외척 정치를 견제하기 위한 반발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그녀의 가문인 그란델은 대귀족이다.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그녀가 입맛대로 정치를 휘두르면 나라는 그란델 가문의 것이 될 것이기에 귀족들은 그녀의 섭정을 반대했다. 그런 상황에서 누나가 먼저 재상과 왕비 둘 모두에 의한 섭정을 제안했다. 누나의 간섭은 줄일 수 있고, 그란델 가문과 대척하는 가문 출신인 재상이 다른 귀족들의 이권을 챙겨줄 수 있을 테니까. 귀족파는 조금 떨떠름한 반응이었지만 받아들였다. 그렇게 에스페란자의 32대 왕이자 마지막 왕의 치세가 시작되었다. 국가에서 가장 뛰어난 머리를 가졌다고 알려진 재상과 그란델 최고의 두뇌를 가진 누나에 의한 국정이 시작되면서, 에스페란자는 4대 왕과 16대 왕, 28대 왕을 이어 4번 째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 모두들 예상했다.

재상이 어느 순간부터 사사건건 누나에게 걸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누나가 진행하려던 계획은 귀족들의 토지 일부를 평민에게 양도하고 사유권을 보장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장원과 지역, 그리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주고 더 성실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증진하는 것이었으나 귀족의 재산이 평민에게 무상에 가까운 값에 양도된다는 것과 그 이후의 귀족의 권력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 그는 결사 반대하며 심지어 누나를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악독한 마녀라고까지 칭하며 왕비와, 그리고 그란델 가문과 척을 지고야 말았다. 왕비와 척을 졌어도 그는 귀족파의 머리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나오는 권력은 강대하며 명성 또한 자자하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의 신임과 존경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것은 궁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중앙 주요 귀족들부터 지방 귀족까지, 심지어는 평민들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재상은 왕비에게 막말을 일삼으며 반역을 도모하는 자로 몰렸고, 입지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는 결국 왕족을 모욕한 죄로 친족들과 함께 교수형을 당했으며, 재산은 모두 몰수 당했다. 그가 밝히지 않았던 막대한 재산이 드러나며 그는 그렇게 마지막 명성마저도 더럽히며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 이후 내가 재상이 되었다. 궁 이곳저곳에서 나에 대한 추천이 들어왔다며 누나가 나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노린 것이긴 했지만, 막상 이뤄지고 나니 매우 어안이벙벙했다. 이후 누나는 섭정을 그만 두었다. 대귀족파에서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왕비와 왕비의 동생이 섭정을 맡는 것을 매우 성가셔했기 때문이다. 나야 왕비의 동생이라곤 해도 궁에 들어온 이후 대귀족파와도 많은 인연을 쌓았기 때문에 나의 단독 섭정을 그들은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곤 했다. 난 그들에게 섭섭지 않은 국정을 할 것이라는 약속을 한 후, 정식으로 재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누나가 하려다가 재상의 간섭으로 하지 못했던 것을 해냈다. 물론 귀족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들에게 섭섭지 않은 보상을 하는 것으로 협의를 보았다. 물론 더 깊은 곳까지 찌르는 이들도 있었으므로 이후의 보상도 약속을 했다. 동시에 그란델에서 보았던 새로 개발된 농법과 타국에서 들여온 새로운 곡물의 종자를 퍼뜨렸다. 이후엔 수도부터 해서 가도 공사를 실시했다. 가도 공사라는 게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순식간에 진척이 나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진흙길이던 곳이 벽돌이 깔린 길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새로 개발된 농법은 약 3년이 걸려서야 결실을 맺었지만, 그 결과물은 그 이전까지의 손해를 모두 뒤엎을 만한 것이었다. 농민들은 정량으로 정해진 세금을 내고도 한참이 남는 곡물이 있었고, 이는 상인들의 대활약이 필요하다는 것이기도 했다. 상인들은 돈의 움직임에 매우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들은 자신들의 마차를 이용해 각 지방의 다른 잉여물자들을 다른 지역에서 거래함으로써 이득을 취했다. 잘 정리된 가도는 그런 상인들의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줘, 지방과 지방 사이의 교류 또한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육로 거래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넓은 세상과의 교역을 바랐고, 나라는 그들에게 새로 개발한 항법과 항도, 대형 범선을 대여해주고 호위함까지 붙여주며 그들을 도왔다. 그렇게 그들이 가지고 온 새로운 것들은 나라를 크게 변화시켰다. 화약이라는 검은 가루를 이용한다는 불꽃놀이를 분석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다. 화약이 불에 붙어 폭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그 힘을 이용해 쇠구슬을 날리는 무기인데, 활에 비해 배우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거대화 시킬 경우 강력한 공성무기가 될 수 있기에 나라의 내로라 하는 석학들을 한 데 모아 무기를 개발시켰다. 그렇게 우리가 개발한, 대인 살상용의 화기를 총이라 부르고 대물 파괴용의 화기를 포라 부르기로 했다. 실전에서의 효과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뛰어났다. 물론 기존 병기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군 작전부와 새로운 무기에 맞춘 전략과 전술을 개발할 필요도 있었다.

이웃 국가, 굳이 밝히자면 내 고향인 테더빌에 침략했을 때, 우리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수도까지 밀어붙였고 일 년도 걸리지 않아 테더빌 전역을 우리 나라의 지배 하에 둘 수 있었다. 테더빌을 에스페란자 산하에 넣은 후, 나는 왕이 되었다.

조금 뜬금 없는 전개이지만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우리 나라 내에서는 은근히 국왕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들의 불만을 추려 보자면, 일단 왕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 아이테르가 왕이 된 것은 5살의 이야기였고, 테더빌을 산하에 넣었을 때 그는 10살이었다. 거기다가 소심했다. 열 살이 되어도 어머니를 자주 찾았으며, 알현실에서도 제대로 사신이나 국빈을 맞지 못해 자주 다른 귀족들이나 내가 수습에 나서곤 했다. 어쩔 때에는 국빈의 앞에서 운 적도 있어, 황급히 국빈과의 다른 자리를 마련해야 하기도 했다. 이는 유약하고 순한 그의 성품이 문제가 된 사례였는데, 이외에도 그의 무능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보통 어린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재능 하나씩을 보이기 마련인데, 그의 경우 그 어떤 재능도 꽃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만도 못한 재능을 가진 그를 궁 내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무시하고 멸시했으며, 이는 그의 성품에도 영향을 끼쳐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비굴하면서도 삐뚤어지고 있었다. 그런 것이 복잡한 조화를 이루어, 내 조카는 왕의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왕의 생일과 테더빌 점령 행사가 열렸고, 그는 그 날 왕을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궁 내에 큰 행사가 있으면 늘 그렇듯 나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행사를 진행했으며 쉬는 때에는 어떤 대귀족의 둘째 딸과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 내 나이는 스물 일곱이었고, 계속해서 주변에서 혼담이 날아오고 있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부드럽고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파티의 끝자락에 달했을 무렵, 익숙한 폭발음과 함께 왕의 오른 팔이 붉게 물든 것이 보였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속에 홀로 혀를 차던 한 사내만이 총에 장약캡슐과 탄두를 집어넣으며 다음발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총이 다시 불을 뿜는 것보다도 그의 머리에 내가 쏜 총알이 박히는 것이 더 빨랐다.

왕을 시해하려 했던 청년은 어느 대귀족의 차남이었다. 평소 현 왕과 대비를 못마땅해 했으며, 같은 귀족파 청년 몇이서 시해계획을 수립했으며 뒤에서 몰래 사병을 일으켜 모반을 일으킬 생각도 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 일로 인해 그 가문은 모조리 숙청 당했으며 그 일에 가담했던 자들의 가문 또한 숙청당했다. 연루된 가문이 하나 둘이 아니었기에 그들 모두가 숙청되고 나자 왕과 반목하던 귀족파는 대부분의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왕, 내 조카는 고통에 미쳐갔다. 탄두가 나라에서 극비리에 개발했던, 적중 후 파편을 몸 속에 흩뿌림으로써 살상력을 올린 탄환이라 그의 상완부가 완전히 탄두의 파편으로 헤집어진 것이다. 궁중 의원이 수술을 통해 대부분의 탄 조각을 제거했고 또한 회복 또한 순조롭다는 이야길 했었으나 고작 열 살 짜리 꼬맹이가 버티기엔 너무 끔찍한 고통이고 기억이었던 듯 했다. 그 일 이후 몇 달 동안 그는 모든 사람들을 피했으며 어머니의 품 안이 아니면 잠들지 못했고 혹여라도 총을 든 사람을 보기라도 하면 참수형을 내리곤 했다. 완전히 미친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그는 다음 국정회의에서 제대로 미친 발언을 해주셨다.

“난 이제 왕이 아니오. 난 왕을 그만 두겠소. 내 다음 왕은 내 삼촌이자 재상, 케네스 뉘 라오블 베니엔토 그란델이오.”

국정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귀족 대표와 평민 대표들이 술렁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응은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 의견에 이견을 말하는 것은 나와 대귀족파의 일원 몇 뿐이었다. 나는 신하로서 계속해 왕을 보좌하겠으며 그런 말은 마시고 계속해 옥체를 보존하여 왕좌를 지켜주시라 말했고, 대귀족파는 타국에서 볼모로 왔던 자가 재상을 하고 있는 것도 분수를 넘었거늘 왕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나를 매도했다. 그러나 왕은 두 쪽 모두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난 그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왕이 되었다.

못 했다니, 꺾일까봐 두려웠었지만.

검소하게 즉위식을 올린 후 난 왕이 바뀔 때면 늘 그렇듯 흔들리는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전쟁에 나섰다. 테더빌을 흡수한 에스페란자를 위협으로 느끼는 자들은 언제나 있었고, 그들은 내가 왕이 되자 마자 정당성 없는 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망발을 내뱉어 주셨기 때문에, 전쟁에 필요한 명분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주변국, 델케, 유네아, 펜덴티온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지배하고 나니 이제 이 에스페란자 왕국의 크기는 주변 국 중 가장 거대한 대제국 밴퀴셔만한 크기가 되었다. 일단 밴퀴셔와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밴퀴셔는 아직 손 쓸 방도가 없는 대제국이었고 그들을 지배해서 대륙의 지배자가 되어봐야 큰 이득이 없었으며 슬슬 국내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전쟁을 거듭함으로써 팽창한 나라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는 역사가 알려주지 않던가?

왕이 되고 5년 만에, 전쟁을 마친 나는 전승기념행사에서 국가의 이름을 바꾸었다. 더 이상 에스페란자 왕국의 카르니아 왕가는 없다. 그라나도 제국의 그란델 황가가 있을 뿐이다. 국명을 새로 세운 뒤 난 에스페란자의 속국 취급이었던 테더빌을 비롯한 지역에 자유를 주었다. 독립을 주었다는 것이 아니라, 노예나 다름 없는 취급을 받던 그 쪽 국민들에게도 에스페란자의 국민들과 똑같은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그들은 에스페란자라는 왕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렇게 자유와 권리를 되찾아 주는 것으로 나라에 대한 소속감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심는 것이다. 그들이 에스페란자를 미워할 지언정 그라나도는 사랑할 수 있도록. 뭐, 그렇게 해도 일 년에 수십 번 암살자들이 날 찾아 오는 건 마찬가지고, 식사에도 가끔씩 독이 섞여 나오곤 했으며 시위가 일어나는 일도 꽤 있었지만.

 

황제가 되고 2년이 지났다. 난 누나가 있는 대비전으로 갔다.

에스페란자 왕국의 마지막 왕비이자 마지막 왕의 어머니. 그녀는 열 일곱이 된 내 조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아이테르에게 잠시 자리를 비키도록 한 뒤 난 의자를 끌어 누나의 앞에 앉았다. 왕궁에 와서 17년. 어느 새 서른 일곱이 된 누나는 그만큼 젊음을 잃었지만 성숙해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만족해?”

누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는 사이 누나는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수많은 사람을 독과 암살, 처형으로 죽이고 네 조카를 겁에 질린 무능아로 만들어 왕이 되고 황제가 되고! 이제 만족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싸늘한 눈. 난 그런 그녀의 얼굴에 손을 뻗어 얼굴에 드리워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내 손이 가까이 가자 순간 몸을 떠는 그녀의 모습은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난 이 자리에서 모든 걸 고백하기로 했다.

“그거 알아? 내 꿈은 누나를 왕후로 만드는 거였어. 기억나? 옛날에 누나가 왕궁으로 오면서 날 수행인으로 택했을 때. 그 때 다짐했었어. 누나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왕후로 만들겠다고. 이렇게 아름답고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여자는 왕후가 되어야만 한다고. 그래서 정말로 온갖 수를 다 썼어. 암살자를 고용하고, 말에게 이상한 것을 먹이고, 허브인 척 독초를 음식에 집어 넣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외국의 과자를 사오고, 독을 타고, 해독제를 구해 누나에게 먹이고, 이상한 화장법을 퍼뜨리고, 왕의 일정을 꼬이게 하고, 다른 왕비들이 꽃구경을 갈 때면 향수를 바꿔치고, 그들이 받은 약을 독약으로 바꾸고. 정말 미친듯이, 누나가 아들을 낳아 왕후가 되도록.”

거기서 잠시 말을 끊는다. 그리고 누나의 뺨을 만졌다. 보드라운 뺨. 도톰하지만 차분한 입술. 직선으로 잘 뻗은 코. 크디큰 눈망울. 모양 좋은 눈썹. 예쁘게 동그랗게 솟은 이마. 어디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 이런 사랑스러운 여자는 당연히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누나가 왕후가 되었을 때, 난 무언가 복잡한 걸 느꼈어. 내가 바랐던 것은 이게 아닌데. 라는 느낌. 하지만 내가 바랐던 건 누나가 왕후가 되는 것이었고, 왕의 옆에서 행복해지는 것이었지. 내 소망은 이루어진 거야. 그런데도 만족할 수 없다니, 이상한 일이지? 난 그게 어디서 시작된 건지 깨달았어. 누나가 아이테르를 낳고 왕과 함께 웃고 있을 때였어. 난 진정 내가 원하는 걸 깨달았어.”

그래. 진정 내가 바라왔던 것. 궁에 온 후 17년 간, 궁 밖에서 16년 간 내가 바라왔던 것.

“난 누나가 왕후가 되길 바랐어. 그리고 누나가 섬기는 왕이 나여야 했어.”

누나의 얼굴이 굳는다.

“아니, 어쩌면 내가 바란 건 왕이 되는 게 아니었을 지도 몰라. 난 딱히 왕이 되고도 만족감 같은 건 없었거든. 그냥 누나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던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은 볼모로 붙잡혀와 양자로 받아들여진 소년에게는 불가능한 소망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신분을 뛰어넘을 방법을 갈구했다. 출신 신분따위 상관없이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를. 왕좌를.

누나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친다. 17년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치며 저항하는 누나를 침대에 쓰러트렸다.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는 그녀. 하지만 수많은 전투에서 현역으로 활약하는 서른 셋의 청년을 누나가 어떻게 할 수 있을 리 없다. 입술을 떼고 누나를 내려다 본다. 분노로 가득찬 누나의 아름다운 눈동자. 그 사랑스러움에 난 한 번 더 웃음을 짓는다.

 

“넌 사람도 아니야.”

외투를 걸치는 나에게 누나는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내게 등진 채 침대에 누워있는 누나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목소리보다 차가웠고 동시에 불처럼 뜨거웠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으나, 기묘하게도 그런 것마저도 난 행복했다. 이제 그녀의 머릿 속엔 나만이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분노와 증오, 혐오의 감정일 지라도 이제 난 그녀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 행복감에, 난 돌아누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누나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갔다.

“누나, 누나는 단 한 번도 왜 왕비들이 임신을 하지 못하는 걸까에 대해 궁금해본 적 없어?”

누나의 몸이 굳었다.

“전 왕비가 침소에 드나든 지 2년이 되도록 자식은 딸 하나 뿐이었지. 다른 후궁들은 말할 것도 없어. 그들은 자식을 아예 낳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누나는 덜컥 왕자를 낳았어. 이후로도 다른 왕비들은 아기를 갖지 못했고 누나 또한 마찬가지였어. 그런 와중에 전 왕비의 딸은 그녀와 남동생의 자식으로 알려졌지. 사실상 왕의 자식은 아이테르 혼자라는 게 돼.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누나.

“왕은 아이를 만들지 못해. 절대로. 어차피 왕의 대는 그 왕에서 끝나게 되어 있었단 거지. 그렇다면 의문, 아이테르는 정말로 왕의 아들일까?”

“너, 설마…….?”

난 미소 짓는다.

“누나는 왜인지 모르게 아이테르가 날 닮았다는 생각 해보지 않았어? 그 새까만 머리카락이며 얼굴 생김새, 몸집까지. 예전에 말야, 아이테르의 옷을 맞추기 위해 재단사에게 갔을 때 같이 전신거울을 볼 기회가 있었거든? 그때 난 딱 느꼈어. 아,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하는 구나. 라고. 역시 얘는 내 자식이구나.”

누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생각이 말보다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 이만 갈게, 누나. 그라나도 황제로서 이제 곧 국정회의에 참석해야 하거든.”

그리고 누나의 뺨에 입을 맞춘 뒤 문을 나선다.

누나는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에스페란자라는 왕국을, 카르니아라는 왕가를 무너뜨렸다. 대신 그녀의 아름다움은 나로 하여금 그라나도라는 제국을 세우게 했다. 앞으로도 난, 그녀의 아름다움에 혹해 그녀를 가져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르도록 이 제국을 키워나갈 것이다. 언젠가 그녀를 왕후로 삼을 때까지. 내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케네스가 나갔다. 전 왕비, 지금은 그저 왕족에 불과한 그녀는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흘러내리는 그의 정액을 손으로 훔쳤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사타구니로 밀어 넣었다. 17년 만에 얻은 귀중한 그의 씨앗이다. 버릴 순 없다. 그렇게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의남매의 씨앗들을 다시 우겨 넣으며, 그녀는 생각에 빠진다.

최근 들어 약간 오차가 있기야 했지만, 케네스는 자신의 기대보다도 더 뛰어나게 자신이 바라던 바를 이루어 주고 있었다.

자신을 왕비로 만들고, 가문을 일으키고, 그녀가 간절히 바라고 계획했던 대로 그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까지 올렸다. 자신의 어리석고 열등한 동생들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었던 꿈이었지만, 그는 현실로 이루어낸 것이다. 솔직히 모든 것을 계획하고 뒤에서 암약했던 그녀로서도 반신반의 했던 계획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녀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패전국의 볼모로 붙잡혀온 귀족 자제. 산더미같은 재물과 함께 도착한 소년의 그 차갑디 차가운 눈빛을.

그 때 그녀는 깨달았다. 이 소년은 보통의 아이가 아님을. 일반적인 볼모는 체념을 하거나 절망에 빠져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다면 모르지만, 그 때의 그는 아직 나이가 열 살도 되지 않는 꼬마였다. 그런 꼬마가 그리 침착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일을 받아들이며 차후를 도모하다니,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집착했다. 집을 떠나려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그를 구속했다. 진짜 가족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대했고,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도 그것을 권했다. 동시에 자신이 받아왔던 모든 고급 교육을 그에게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모두들 패전국의 볼모에게 베풀 은혜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런 것에 그녀는 게의치 않았다.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그는 위험하리만치 똑똑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그것을 타인에게 감출 줄도 알았다. 모든 것을 이해했음에도 경계를 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며 선생이 바라지도 않은 범위의 지식까지도 스스로 공부해나가곤 했다. 더욱이 그녀가 가르쳐줄 수 없는 영역인 무예의 영역에서까지 그의 천재성은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그녀의 형제 중 최고의 무예를 가졌다는 장남마저도 그에게는 농락당하다 그가 베푸는 승리를 취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그의 천재성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더욱 그녀를 제외한 아무도 모르게 빛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녀가 왕궁으로 떠나야 했을 때, 그는 완벽했다.

훤칠한 외모에 그녀 자신에 필적하는 뛰어난 지식, 그리고 왕국군 최강의 전사라도 이길 수 없을 무예까지 겸비한 데다 뛰어난 처세술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니 그런 그를 왕궁에 데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그녀 자신이 옛날부터 세워왔던 계획을 그의 주도로 실행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는 빨랐다. 그리고 동시에 치밀했다. 그 누구도 그가 나라를 엎으려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 했다. 그에게 연심을 품고 따라다니는 하녀들조차도 그의 진짜 속셈을 깨닫지 못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어 온 그녀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말이다.

왕궁에 입성해 일 년이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아기를 가졌다. 왕은 후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케네스가 자신이 잠들기 전에 마시는 차에 수면제를 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몰랐다 할 지라도, 아기가 가진 밤하늘처럼 까맣고 빛나는 머리카락을 본다면 누구의 아이인지는 명확했다. 그녀는 기뻤다. 동시에 조금은 서글펐다.

무능력하고 더러운 왕의 후손을 자신의 배에 품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뻤으며,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가진 아이를 무참히 사용하다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하지만 뭐, 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후, 궁궐 내의 정세는 급변했다. 그녀의 정적들, 즉, 다른 후궁들이 죽어나갔고 그 친척 일가들이 숙청당했으며 그 세력들이 점점 약해져갔다. 그리고 왕이 죽었다. 그리고 아이테르가 그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잘 풀렸다. 그럼에도 자신들을 의심하는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궁 내의 모두가 이런 비극이 그녀 자신의 각본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일을 일으켰다.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일을 엉키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대로 있다간 자신이 바라는 대로 그녀가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예전부터 실행하려던 토지 개혁안을 꺼내 의회와 귀족파를 자극했다. 그는 그녀의 계획을 모르는 채로 그녀가 기대했던대로 움직여 주었다.

어리석은 귀족들은 그녀의 계획과 그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여 주었다. 과격한 정책에 재상은 알아서 실수를 해 주었고, 그와 비슷한 파벌의 귀족들 또한 줄줄이 그의 뒤를 이어 우행을 범했다. 그들의 처형과 동시에 케네스는 재상이 되었다. 자신은 섭정에서 물러났지만, 애초에 섭정이란 자리도 그가 재상을 취하도록 하기 위한 밑밥이었을 뿐이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 이후로 국가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했다. 그가 새로 들인 농법과 개량 종자, 세법, 그리고 도로 정비 등의 일들은 시너지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국가의 경제력을 키워갔으며, 그가 바다 너머에서 들여온 화약무기라는 새로운 무기 개념은 현재의 국력 균형을 단숨에 기울였다. 그는 그 무기를 순식간에 상용화시켰고, 그 무자비한 폭력으로 주변 국가 중 하나이자 자신의 고향국인 테더빌을 정복했다. 본국임에도 자비도 인정도 없이 전부 쓸어버리고는 항복을 받아낸 뒤, 그는 왕이 되었다. 나약한 아이테르와 현재에 불만이 많은 귀족파의 자제가 알아서 잘 움직여 주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렇게 키운 아이테르는 둘째로 치더라도 본 적도 없는 귀족가 자제가 그렇게 잘 움직여 줄 줄이야, 우연마저도 자신의 편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이런 저런 소란이 있고, 그가 왕이 되자마자 주변국에서는 제 조국마저도 버린 권력의 맛을 안 돼지가 부당하게 왕위를 쟁취했다는 평을 던져왔다. 테더빌을 정복했음에도 이렇게 주변국의 대우가 이리 처참했던 것은 테더빌이나 이 국가나 주변국가에 비하면 약소국이었기에, 더욱이 둘 간의 세력 다툼에서 얻는 이익을 잃는 것과 두 국가의 합병으로 생기는 새로운 경쟁국가의 출현이 싫었기 때문이리라. 주변 국가들은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과 이상하리만치 빠른 정복 전쟁의 결말이라는 이상 사태에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 했고, 오히려 도발을 해 왔던 것이다. 에스페란자 국왕, 케네스는 그것을 덜미로 정복전쟁을 시작했다.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시작했던 명예수복 전쟁은 순식간에 의도했던 대로의 정복 전쟁이 되었다. 2년이 되지 않아 두 개의 국가를 지배했고, 이후로도 몇 개의 국가를, 결과적으로 대륙의 절반을 지배 하에 두었다. 더 이상 에스페란자는 없었다. 에스페란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영지였으며, 그와 똑같이 너무나도 거대한 적의를 짊어지고 있었다. 바뀌어야 했다. 에스페란자는 그라나도가 되었다. 에스페란자의 속국이었던 곳은 그라나도의 영지가 되었고, 속국의 국민들은 그라나도의 백성들과 동일한 국민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본래 에스페란자의 백성이었던 자들의 반대가 당연히 있었지만 전쟁의 긴장감은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란으로 더 많은 피를 흘릴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한 백성이 의외로 많아, 나라의 정책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졌다. 오히려 이에 대한 반발은 속국 쪽에서 더 많았을 정도다.

아무튼 그렇게 그는 황제가 되었고 에우리데카는 전 대비가 되었다. 전 대비래봐야 아무 것도 없다. 정쟁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발언력은 전 왕인 아이테르보다도 못 했다. 그러나 어차피 모든 것은 자신의 손 위에서 굴러가고 있는데 굳이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뿐이다.

케네스를 더욱 더 자극하는 것. 그라나도를 넘어서 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황제가 되도록, 자신이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그를 이 대륙 모두가 우러러보도록.

그러므로 그녀는 절대로 그에게 자신의 진심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애욕에 끓고 있는지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수십 번 능욕을 당하더라도, 수백 번 강간을 당하더라도 결코 이 마음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손을 사타구니로 가져간다. 그리고 자신의 질에서 흘러나온 그의 씨앗을 훔친다.

그걸 입으로 옮기며, 그녀는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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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런 비틀린 사랑 밖에 못 그리지?

 

에우리데카 파트에서 여러 수정이 있었습니다.

 

1. 꾸꾸맘 님이 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이뻐해주지 않으면 물어줄테다냥!
Battlefield4 : Ianne_The_Lazy
Battle.net : IanneTheLazy#3931
steam : 2000cmlee
origin : 2000cmlee
소녀전선 : 301147 (잉안)
  • 1
  • Lv32 꾸꾸맘 남자친구와 함께 2017-12-22 15:02:09

    비틀린 사랑 좋아요오홍 재밋게봤습니다

     
자작글
357 인 더 다크 - 02. 어비스(6)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7
18:45:31
153
356 인 더 다크 - 02. 어비스(5)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7
18:44:54
171
354 3개의 정의-3- 소령 레베카 +2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8-01-04
18:19:54
155
353 인 더 다크 - 02. 어비스(4)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2
17:50:19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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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8-01-01
23:36:49
85
351 인 더 다크 - 02. 어비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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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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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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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49 인 더 다크 - 01. 헌터 킬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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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30
21:09:36
85
348 인 더 다크 - 01. 헌터 킬러(3)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28
17:58:34
131
347 무제 - 1화. 헌터 킬러(2)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27
21:23:49
80
346 무제 - 1화. 헌터 킬러(1)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27
12:59:54
122
345 3개의 정의 -2- 대화 +3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7-12-20
20:28:42
80
344 (아마도 장편)3개의 정의-1- 초대 +3
할 일 없는
Lv10 돌아온 녹냥이
2017-12-19
04:40:02
119
342 [단편] 경국지색 이야기 +1 (1)
풀하우스 브레이커
Lv35 IANNETHELAZY
2017-12-18
02:38:02
153
341 던전의 주인 - 01. 천릿길을 한 걸음 만에(1)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18
00:14:30
102
340 던전의 주인 - 프롤로그
예비 작가
Lv38 IU는뉘집아이유
2017-12-16
12:01:10
109
339 오락실의 불이 꺼지면 그들이 움직인다! +2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2 크리자리드
2017-12-15
10:59:52
135
338 살면서 겪은 기묘한 이야기-1
오싹한
Lv20 K3
2017-12-11
01:07:08
56
336 삼국지 마속전 - 프롤로그 +1 (1)
나도 이젠 어엿한 작가
Lv36 키르슈
2017-12-06
00:57:24
80
333 무명 +2
자유의 날개
Lv35 김치맨
2017-11-08
23:11:44
174
332 도덕이라하면..
새내기
Lv34 원예용잡초
2017-11-07
16:06:41
115
331 이세계 모험가에게 천국은 있는가 - 프롤로그 및 1화. 생존(1)
예비 작가
Lv36 IU는뉘집아이유
2017-10-29
04:29:27
109
330 (시) 청춘 +1
격겜 유머는 다른 곳에서
Lv36
2017-10-21
20:38:40
108
324 산다이바나시 - 오이, 소나기, 아버지 +2 (1)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2017-09-21
20:57:23
134
323 산다이바나시 - 수갑, 물결, 이팝나무 +2 (1)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2017-09-19
16:52:21
115
321 산다이바나시 - 망고주스, 비린내, mp3 +1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2017-09-17
15:19:15
93
320 계란 2,3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Hekate
2017-09-14
23:36:37
124
319 산다이바나시 - 장판, 나비, 철길 +1 (1)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2017-09-13
16:15:13
105
318 산다이바나시 - 음악, 손목, 사전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2017-09-13
12:02:52
62
317 산다이바나시 - 영어, 사서, 동백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Lv01 그렝
2017-09-12
12:46:26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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