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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346   124 hit   2017-12-27 12:59:54
무제 - 1화. 헌터 킬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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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8 IU는뉘집아이유

 ‘길드 마스터로서의 생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몬스터가 어디서 나타나는지 예측하고 미리 길드원들을 대기시키며, 초보 헌터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그들에게 지급할 장비를 구입하고 훈련 시설을 정비하며 언제나 새로운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길드원들 개개인의 의견이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혼 길드의 마스터로써...’

 

 “SNS에 또 사기치고 계세요?”

 

 긴 머리를 위로 묶고 안경을 낀 비서가 서류철을 들고 마스터 책상으로 다가와 쏘아붙이듯 말했다. 커다란 책상에 있는 거라곤 컴퓨터 모니터 세대와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그리고 ‘길드 마스터 권혁’이라 쓰인 명패뿐이었다. 볼펜하나 없는 책상 앞에 앉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혁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뒤틀려 명패로 머리를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민영씨! 사기라니 말이 너무 심하네! 엄연한 마케팅이라고.”

 

 비서인 민영은 혁의 변명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서류를 던지듯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스피커 전원 선을 뽑는 것은 덤.

 

 “신입 길드원 명단하고 결재 서류니까 얼른 검토해 주세요. 마케팅인지 뭔지 몰라도 비는 시간에 쓸데없이 SNS는 하지 마시고요. 다른 일은 다 떠넘기면서 왜 마케팅만 직접 하려고 그래요?”

 “아니 그야 이게 내가 하는 일 중에 제일 재밌으니까 그렇지...”

 “하여튼 한 번만 더 걸리면 인터넷 끊어 버릴 테니까 그만 하고 일 하세요.”

 

 민영은 그렇게 쏘아붙이고 방을 나갔다. 다음번에는 진짜 인터넷을 끊어버릴 것이라 다짐하면서.

 

 “저 성질머리만 아니면 진짜 괜찮은데...아깝다, 아까워.”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고 민영의 성격을 탓하며 혁은 따로 켜둔 인터넷 창을 위로 올렸다. 거기에는 최근 문제시 되는 헌터 사냥에 관한 뉴스 기사가 가득했다. 그의 눈은 민영에게 농담은 던지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날카롭고 예리했다.

 

 -몬스터 소환 경보. S급 렙틸러스 하나와 A급 인간형 몬스터 대량. 1팀과 2팀 출동을 권장합니다.

 

 “젠장, 또?”

 

 요즘 들어 고 랭크 몬스터 소환이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그는 투덜대며 컴퓨터를 끄고 출발 준비에 나섰다. 1팀 출동 권장이란 소리는 길드 마스터가 현장에 나가야 할 정도로 만만찮은 상대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용 채널로 설정 된 통신기로 민영을 불렀다.

 

 “민영씨, 나야. 이번 렙틸러스에 대한 정보는 있어?”

 -지금까지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아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인 것 같아요. 비행형은 아니라 다행이네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드래곤과 그 특성이 일치하는 비행형 렙틸러스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놈 중 하나였다. 몇 달 전에는 라이벌 길드인 골드러시 길드와 협력해야 할 정도였으니 그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알았어. 1팀 2팀 외에 지원팀 좀 대기시켜줘. 인간형 몬스터는 어떤 놈이지?”

 -아머 시리즈에요.“

 “그래? 그러면 거기에 대비 좀 해주면 되겠군. 렙틸러스가 문제긴 한데...”

 

 처음 보는 렙틸러스들은 언제나 위협이 된다. 작고 날쌘 놈들, 산성액을 발사하는 놈들, 거대한 몸집에 어지간한 공격으로 흠집 하나 안 나는 놈들까지. 마치 이놈들은 인류의 대비책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진화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민영이 혁을 재촉했다.

 

 -정보, 시간 모두 부족해요. 디펜더들이 앞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도...

 “미안. 잠시 생각에 빠졌네. 이것저것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어. 나머진 그냥 부딪혀봐야지!”

 

 혁은 통신을 끊고 탄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헤비 슈트를 장비했다. 슈트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는 온갖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가장 효율적인 전술을 구상하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나 공룡은 처음 봐.”

 “옘병. 저번엔 드래곤이더니 이번엔 공룡이냐.”

 

 몬스터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구축하는 역할인 디펜더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렙틸러스는 어릴 적 백과사전에서 봤던 공룡의 모습과 일치했다.

 

 “다들 수고 많았다! 정리는 우리가 할테니 디펜더 전원 후방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현장에 도착한 혁은 몬스터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있던 디펜더들을 물러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에 장착한 핸드캐넌을 높이 들어 올려 하늘을 향해 발사했다. 그것은 공격의 의미가 담긴 신호탄이기도 했고 길드 마스터가 앞장선다는 의미기도 했다. 전쟁 북소리나 뿔 나팔 소리와 같은 역할이라고나 할까. 최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실력 좋은 탱커 헌터인 혁은 이런 식으로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올리곤 했다.

 

 “2팀 원거리 공격조는 인간형들을 저격, 방패조는 그들을 보호한다!”

 

 혁의 지시에 2팀의 공격조는 1팀 뒤 좌우로 펼쳐져 A급 인간형 몬스터를 저격하기 시작했다. 방패조들은 묵묵히 공격조 앞에서 방패를 들고 대기, 원거리 공격에 피해가 없도록 공격조를 방어했다.

 

 -그오오오오오!

 

 그 때 렙틸러스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찢어질 것 같은 소리에 헌터들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고 그 사이 인간형 몬스터들이 돌격해 들어왔다. 렙틸러스는 마치 자신이 대장인 듯 가장 뒤에서 한 걸음씩 다가왔다.

 

 “난화! 왼쪽 건물에 올라가서 저 파충류 자식 눈을 작살 내버려! 훈수랑 수원이는 파고들어서 다리만 노려! 1팀 나머지는 훈수, 수원 엄호에 들어가! 저 자식까지 가는 길은 내가 뚫는다!”

 

 지시에 대답은 필요 없었다. 저격수 난화는 이미 건물로 진입했고 훈수와 수원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렸다. 다른 1팀 대원들은 그들에게 접근하는 인간형 몬스터들을 침착하게 제거했다.

 

 “다 비켜라!”

 

 혁은 역장 방패를 들고 두 근거리 공격대원과 함께 렙틸러스까지 달렸다. 자신을 향해 돌격해오는 아머 나이트들을 핸드캐넌으로 박살내거나 방패를 이용해 뒤로 날려버렸다. 

 

 -저격 준비 됐습니다. 말만 하세요.

 

 렙틸러스 근처까지 도달했을 때 통신기를 통해 난화의 말이 들려왔다. 

 

 “미안! 깡통들 재활용하는데 시간 좀 걸릴 것 같아!”

 

 아머 나이트와 아머 아처들은 깡통이란 별명을 붙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습이었다. 내용물 없이 갑옷만 움직이는 것을 보며 뭐라 말 할 것인가? 그야말로 깡통 그 자체였다. 훈수와 수원은 그 말에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렇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아머 시리즈들은 원거리 공격조의 마탄이 약점이었고 날붙이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후방의 2팀 공격조는 자신들을 향해 돌격 해오는 놈들을 상대하느라 이쪽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세 사람을 엄호하는 1팀은 병력들이 자신들을 향해 오는지라 엄호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눈앞에 있는 이놈들은 난화와 혁의 무기로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건물쪽에서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아머 나이트 하나가 쓰러졌다.

 

 “아니, 나는 마탄은 안 챙겨온 줄 알았지.”

 

 방패를 거둔 왼손으로 훈수 뒤에서 공격하려는 아머 나이트를 붙잡고 땅바닥에 내려치며 혁이 말했다.

 

 "오, 고마워 권혁!“

 

 혁의 배후를 잡은 아머 나이트를 향해 단검을 던져 움직임을 주춤하게 만들면서 훈수가 인사했다. 혁은 손을 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그오오오오오!

 

 렙틸러스가 다시 한 번 울었다. 키잉하고 머릿속을 울리는 이명에 찰나의 순간을 뺏긴 헌터들이 이번엔 역으로 공격당하기 시작했다. 또한 렙틸러스도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더 이상 눈앞의 세 헌터를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공격에 가담했다.

 

 “젠장, 보스 행차시네!”

 

 수원이 꼬리를 피하며 투덜거렸다.

 

 -어떡해요? 눈을 쏴요, 아니면 깡통들 재활용해요?

 

 그 와중에도 농담할 기운이 남은 난화가 혁을 재촉했다. 확실히 렙틸러스가 가담하자 혁 혼자서 수원과 훈수를 보호하기 훨씬 어려워졌다. 난화가 저격지원을 해 주고 있었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마스터! 2팀 방패조 뚫렸습니다! 공격조가 당하고 있습니다!

 -1팀 공격조 엄호 불가능합니다! 아머들이 눈앞까지 와서 이놈들 처리하기도 급합니다!

 

 다급한 1팀과 2팀의 통신. 혁은 몬스터들에게 완전히 당했음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책망하기보다 지시하고 움직여야 했다.

 

 “지원팀은 즉시 1팀과 2팀을 지원! 디펜더들은 그동안 최대한 아머들의 움직임을 봉쇄해!”

 -저희가 놈들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3분 정돕니다!

 “괜찮겠어, 지원팀?”

 

 디펜더들의 대장을 맡고 있는 수호가 우려섞인 목소리로 통신했다. 그나마도 잠시 물러나 쉬었기 때문에 3분이었지 방어선이 조금만 더 빨리 무너졌다면 1분도 채 안 됐을 것이다. 하지만 1분이건 3분이건 지금은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지원팀 우습게보지 마라! 3분이면 충분해!

 

 수호와 혁의 통신을 듣던 지원팀 팀장인 재성이 발끈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미안하다, 무시할 생각은...”

 -됐으니까 저 망할 공룡새끼나 조지라고요!

 -야 권혁! 눈깔이야 깡통이야 빨리 말하라고!

 

 혁은 정신이 없었다. 재성과 난화의 다그침을 들으며 렙틸러스와 아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훈수와 수원까지 보호해야 하는 상황.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밀려오는 아머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격도 해야 한다.

 

 “난화야, 눈이다! 이 자식 눈을 날려버려!”

 -알았어요!

 

 대답이 들리기 무섭게 총성이 들렸고 렙틸러스의 오른쪽 눈이 터져나갔다. 느닷없는 실명의 고통에 렙틸러스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신음했다.

 

 “나이스 샷!”

 

 놀랍도록 정확한 저격에 수원이 감탄하며 외쳤다.

 

 “다른 쪽 눈 조준 해 둬! 신호에 맞춰서 나머지 한쪽도 조져버려!”

 

 전투의 열기 때문인지 혁의 말투가 조금 격해졌다. 그는 역장 방패의 출력을 최대로 키우고 아머들을 밀어냈다. 아머들은 밀리지 않으려는 듯 방패에 달라붙어 밀어내려고 애썼다.

 

 “멍청한 놈들, 걸려들었어! 방패 강타다!”

 

 혁은 방패에서 방출되는 힘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역장 방패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서 적을 날려버리는 방패 강타는 달라붙은 아머들을 죄다 쓰러뜨렸다.

 

 “둘 다 달라붙을 준비 해!”

 

 핸드캐넌을 정면으로 조준 한 혁이 외쳤다.

 

 “엘리미네이트 샷!”

 

 이번에도 핸드캐넌에서 방출되는 힘은 어마어마했다. 그 사거리는 좀 짧았지만 A급 몬스터인 아머들을 소탕하기에는 충분했다. 혁은 너덜너덜해진 팔을 축 늘어뜨렸다. 언제나 이 두 기술을 사용하면 그의 단련된 팔은 슈트의 보정에도 불구하고 걸레짝이 되기 때문에 혁은 어지간하면 쓰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방패와 핸드캐넌의 에너지를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충전하기 전까지는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달려!”

 

 그래도 입은 살아있지 않은가. 렙틸러스 앞까지 완벽하게 일직선으로 뚫린 길을 훈수와 수원이 나란히 달렸다. 그 사이 고통에서 회복한 렙틸러스가 입을 벌렸다.

 

 “쏴!”

 

 이미 혁의 계산 범주였다. 렙틸러스는 아까처럼 포효로 이명을 유발시키려 했지만 다시 한 번, 이번엔 왼쪽 눈에 처박힌 탄환으로 다시 한 번 고통에 몸부림쳤다. 방금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미 훈수와 수원이 발아래까지 도달했다는 것.

 

 “겨우 우리 차례가 됐네?”

 “잘못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짜부라질 뻔 했어.”

 

 농담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낄낄대면서 렙틸러스를 공격했다. 예리한 단검을 든 수원은 렙틸러스를 타고 마운트 포지션으로 공격했고 훈수는 발악하듯 공격하는 렙틸러스의 꼬리와 다리를 피하며 여유롭게 상처를 냈다. 다리 근육이 찢어져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고 등가죽이 벗겨져 연약한 살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꼬리 끝이 잘려 중심을 잡기도 힘들어지고 그 와중에 눈이 안 보이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처음의 위용과 다르게 이제는 애처로워 보이기  까지 하는 렙틸러스의 몸짓은 항복 선언을 하는 것만 같았다.

 

 -1팀, 아머 소탕 끝났습니다. 하나가 좀 다쳤는데 큰 부상은 아니라 지원팀에게 현장에서 바로 치료 받는 중입니다.

 -2팀도 끝났습니다. 이쪽도 큰 피해 없습니다.

 

 임무가 끝난 팀장들에게서 하나하나 통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화도 건물에서 내려와 혁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렙틸러스는 수원과 훈수에 의해 목이 잘리고 심장이 꿰뚫렸다. 난화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것들은 칼만 들면 쓸데없이 잔인해지더라. 목은 왜 잘라? 정육점인 줄 아나.”

 

 투덜거리는 난화의 말에 혁은 가볍게 웃었다.

 

 “고마워. 잘해줬어.”

 

 혁의 칭찬에 난화는 씩 웃으며 혁의 수트를 툭 쳤다.

 

 “언제는 아니었고? 똑같이 한거야, 똑같이.”

 “그러니까 뭐 언제나처럼 잘했다는 거지. 근데 치지 말아줄래, 나 지금 팔이 다 부러진 것 같아.”

 “얘들아, 들었지? 얘 괴롭히려면 지금이 기회다.”

 

 익살스런 미소를 지으며 난화가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통신을 들은 대원들 중 아직 힘이 남은 사람들이 혁 근처로 모여 그의 팔을 툭툭 건드려댔다. 그 와중에 길드 마스터 체면에 비명도 못 지르고 혁은 그저 무의미한 협박만 할 뿐이었다.

 

 “야, 야 이 자식들...나으면 보자 진짜. 야 최수원 두 번 건드리기 있냐? 너 월급 깎아버릴 거야. 너, 너 임마 김훈수 너 신입 교육실로 보내버린다? 그만 해라 니들! 지원팀 빨리 안 와?!”

 

 

 의사는 부러진 혁의 팔이 완치되는데 이틀 정도 걸릴 거라고 말했다. 몬스터들의 소환되기 시작한 이후로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그 놈들을 연구해 의료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혁의 팔 또한 혼자서 가벼운 활동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는 치료가 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지원팀의 응급 처치와 더불어 발전된 의료 기술의 덕을 본 셈이다.

 

 “이 정도로 다행이네요. 위험한 기술은 안 쓰고 끝나는게 베스트지만.”

 

 아직은 움직일 때 마다 조금씩 통증을 느껴 찡그리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으으...뭐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땐 써야지. 길드 말아 먹을 순 없잖아?”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길드 말아먹을 마케팅을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민영의 말에 혁은 뜨끔했다. 그녀가 보기에 혁은 충분히 SNS 중독자였다. 억지로라도 일을 주거나 몬스터 소환이 아니면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SNS에 투자했다. 민영은 그럴 때 마다 협박을 하거나 설득을 해 보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먹힌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길드원이 입을 모아 혁의 최대 단점이 SNS활동이라고 할 정도이다. 

 

 “아무튼 내일까진 제발 쉬세요. 완치 안 된 상태로 출동 할 순 없잖아요.”

 “알았어. 걱정하지 마. 오늘은 여러모로 피곤하기도 하니까 일찍 잘 생각이었어.”

 

 진심을 담아서 걱정을 하는 민영을 향해 혁은 빙긋 웃어보였다. 그래도 민영은 안심이 되질 않았다. 저런 입바른 말로 자신을 속인게 한 두 번이어야지. 새초롬한 눈으로 그녀는 혁을 흘겨보았다.

 

 “나 참. 아니면 오늘 우리 집에 와서 라면 먹고 가던가! 자는 것 까지 보고 가면 되겠네!”

 

 그가 하는 말에 민영은 화들짝 놀랐다. 이 인간이 지금 뭐라 지껄이는 거야? 양 볼이 붉게 물들다 못해 술기운 오른 듯 새빨개진 그녀는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뱉어버렸다.

 

 “바...밤에 라면 먹으면 얼굴 부어서 안 돼요!”

 

 이게 뭔 개소리야. 민영은 창피함에 몸서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고 낄낄대며 웃던 혁은 이내 얼굴에서 웃음을 거뒀다.

 

 “미안해, 민영씨. 조금만 더 비밀로 할게.”

 

 마우스를 두어 번 흔들어 컴퓨터의 화면 보호기를 끈 혁은 곧바로 SNS에 접속해 검색어에 ‘헌터’를 입력했다. 수천개의 새로운 포스트가 검색되었다. 휠을 굴리며 그는 천천히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그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그의 손을 멈추게 한 포스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ㅁㅊ 헌터 킬러 봄;; **동 뒷골목 지나가다가 본 것 같다 ㄷㄷ. 무서워서 그냥 집까지 존나 뛰었다;;;’

 

 추측성의 글이라 신뢰성은 떨어졌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컴퓨터를 끄고 방문을 잠갔다.

 

 “하필 오늘...”

 

 그는 손을 몇 번 쥐었다 펴고 팔을 가볍게 돌렸다. 아직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 오늘은 나가면 안 된다고 본능이 말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 5분 후 굳게 잠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주인 없는 빈 방은 그 소리를 침묵으로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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