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제시는 가끔 부모님의 대화에서 묘한 분위기를 느낀다
살짝 들뜨신 아빠, 그리고 기분좋게 말하다가 갑자기 아빠에게 귓속말을 하는 엄마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싫지는 않지만
제시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그런 날에는, 언제나 제시편을 들어주던 아빠도
엄마의 편에 서서, 제시에게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을 요구했다
제시는 사랑하는 엄마,아빠와 싸우지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기에 항상 그 말을 잘 들어왔지만
오늘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제시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복도를 걸어나왔다
그리고 안방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아빠와 엄마의 웃음소리 그러나 그것은 나와 놀아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열려있는 문을 살짝 밀어 고개를 삐죽 내민 제시는 결국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더워진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엄마와 아빠의 반쯤 풀린 눈과 가쁜 숨소리
그리고 처음보는 아빠와 엄마의 이상한 동작들...
제시는 순간 굳어버렸고 자신도 모르게 짧은 숨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소리때문에 들켰을 것이라고 직감한 제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꼭 뒤집어 쓴 채 잠든 척을 하던 제시는
자신을 쫒아온 아빠의 인기척을 느꼈다
하지만 아빠는 이내 곧 돌아가 버렸고 긴장했던 제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아빠가 일하러 집을 나서고 엄마는 제시를 불렀다
엄마는 제시를 꼬옥 안아준 후 조용히 말했다
- 제시, 어제는 왜 일찍 자지 않았어?
제시는 혼이 날까 두려웠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 그냥.. 엄마 아빠가 뭘 하는지.. 궁금했어..
엄마는 제시를 토닥이며 말을 이어갔다
- 제시.. 제시는 엄마랑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고 있지?
- 엄마랑 아빠는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은 더 사랑하고 싶어서 남들 몰래 장난을 치기도 하는 거야
- 그런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테지만.. 제시도 이제 다 컸으니까 이해해 줄 수 있지?
제시는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의 팔에 붙어있는 귀여운 반창고를 만지작 거리며 대답했다
- 응..
이후 엄마는 제시에게 엄마와 아빠의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였고 제시는 등교를 했다
하지만 제시도 그것이 뭔지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예전에 어른들이 보는 책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제시는 그것에 대해 엄마에게 물어보았었고 엄마는 깜짝 놀라며 책을 뺏었었다
그리고 애들은 몰라도 된다 라고 대답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시는 아직..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다음 날, 엄마가 잠시 옆집 아줌마와 수다를 떨러 간 사이 제시는 몰래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거실에서 나온 제시는 복도를 지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제시는 수납장을 뒤졌고 마침내 어떤 작은 상자들을 찾아냈다
안에는 무언가 들어있었지만 확인해 볼 상황은 아니었다
상자가 많았기에 하나정도 사라져도 엄마, 아빠는 모르리라
재빨리 주머니에 넣고 안방에서 빠져나온 제시는 그 상자를 자신의 방 구석에 숨겨 놓았다
다행히 엄마는 한참 있다 돌아왔고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제시는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겁이 났다.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던 제시였지만
막상 '어린 애는 몰라도 되는 것'을 갖게되니 긴장이 된 것이다
제시는 상자를 열지 말지 고민하다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동네친구인 톰에게 도와달라 말하기로
톰은 제시보다 한 살 많은 남자아이였다
다른 남자애들과 마찬가지로 바보짓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선 키도 가장 크고 잘생겼었다
제시의 말도 잘 들어주는 편이라 제시를 도와준 적도 더러 있었다
다음 날
방과 후가 되자 제시는 바로 옆집 친구 린다네 집에 놀러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워낙 가까운 곳이라 제시의 엄마도 맘 놓고 아이들끼리 놀게 두었던 친구네 집이었다
하지만 제시는 집 문을 나서자 린다네 집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톰이 자주 노는 스케이트보드장 쪽으로 향했다
스케이드보드장까지는 약간 거리가 있었고
혼자 그 길로 걸어본 적은 없었기에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특히나 주머니에는 '애들이 알면 안되는 물건'이 있었기에.
코너를 돌아 스케이트보드장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경찰관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어린 아이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불러 세우면 어떡하지?
만약 엄마 아빠를 찾아준다고 주머니 물건을 꺼내달라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이제와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조금만 가면 스케이트보드장이 있고 아이들이 많이 있어'
스케이트보드장 근처로 잠깐 놀다 온 거처럼 행동하면 돼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던 것이 문제였다
제시의 걸음은 매우 부자연스러웠고 이내 살짝 튀어나온 보도블럭을 미처 보지 못해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그 상자가 튕겨져 나왔다
처음에는 제시를 보고 깜짝 놀라 달려온 경찰관 아저씨는
나를 일어세우다 말고 내 주머니에서 나온 상자와 상자에서 빠져나온 내용물을 보고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제시는 그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역시나 그 상자안에서는 제시가 책에서 보았던 그 물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시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남에게 보이면 매우 곤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제시는 크게 당황했고
저번 밤에 목격했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벌겋게 달아오른 엄마와 아빠가 이상한 움직임을 하며 기분 좋다는 듯 숨을 가쁘게 내쉬던 그 장면
그리고 경찰 아저씨가 그 물건을 주워들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엄마 아빠가 매우 곤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경찰 아저씨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제시는 멀리 떨어진 작은 아버지 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작은 아버지 댁은 외딴 시골 마을에 있었고 벌레도 많았기에 제시는 그 곳이 싫었다
아침에 예쁜 하트모양 달걀후라이가 올라간 식빵이 없는 것을 보고서야
더 이상 아빠와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 '만약 그 때, 내가 그 상자를 들고 나가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 날
제시가 바보같이 넘어지면서 떨어뜨리고 만
상자에서 빠져나온 주사기와 흰 가루들은
제시가 책에서 읽었던 '마약'이라고 하는 것들이 틀림없었다
그 후 제시는 바로 경찰아저씨와 함께 경찰서로 가게 되었고
하루가 지난 후 작은 아버지가 오셔서 제시를 데려가게 되었다
제시는 그 후 엄마와 아빠를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작은 아버지는 엄마와 아빠가 나쁜사람은 아니라 말해주었다
하지만 제시가 없는 장소에선 항상 엄마와 아빠의 흉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더 큰 일이 나기전에 이렇게 알려진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시는 작은 아버지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여전히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었다
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