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걷고 있을 때, 불현듯 머릿속에서 찾아온다.
눈을 감지 않아도, 눈 앞의 현실이 멀쩡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오랜 기억이다. 모든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붉은 말들을 뱉고 있었다. 혐오스러운 모습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그 상황에서도 나만큼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입에서는 붉은 말, 몸에는 검은 마음.
절대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는 맹세를 깬 자신이 제일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끓임없이 후회한다. 몇번이나 사과하게 된다. 자기만족이라며 자책하며 다시 절망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끔찍했던 장면만이 되풀이된다.
그것은 과거의 일. 이미 끝난 이야기.
그러나 눈 앞에 거리가 있고 사람들이 웃으며 지나가도 그것은 뻔뻔하게 재생된다.
악몽.
그것은 끔찍한 가상의 일. 그러나 꿈은 언젠간 깰 수 있다.
추억.
그것은 아름다운 과거의 일. 행복했던 시절의 보물.
악몽과는 다르다. 나는 없는 일이라 부정할 수 있다. 추억과도 다르다. 이것은 끔찍했던 광기의 편린.
이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